'모든 삶은 흐른다.' 물결처럼 흘러간 20대
'인생'이라는 항해를 제대로 하려면 바다를 이해하라고 조언한다. 바다가 우리의 삶과 같기 때문이란다. 고난과 역경, 평안과 쉼, 생과 사, 끊임없이 흐르는 바다는 우리의 삶과 같기에.
'모든 삶은 흐른다'라는 로랑스 드빌레르의 책을 읽고 스물다섯의 나는 앞으로의 인생을 위한 교훈을 얻고자 했으나 지난 대학시절을 돌아보게 되었다. 스무 살 때부터 학교생활과 알바, 군대, 연애 등이 참 바다의 모습이 담겨 있었구나 싶었다.
대학교라는 바다로 처음 나선 스무 살의 내가 있었다.
이미 이 바다에는 다시 배를 몰고 나가려는 사람들, 물놀이나 하려 모여 몸에 물을 적시는 사람들, 또 다른 수확을 위해 낚시를 하는 사람들, 저 멀리 파도를 구경만 하고 있는 이들도 보인다.
중고등학생 시절을 겪고 온 대학교가 그저 그럴 줄 알았지만, 동네 강가에서 놀다가 직접 바다를 마주한 것처럼 떨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바다로 나가기 위해 서있었고 내가 올라탈 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대학교라는 바다에 올랐고 나의 긴 여정을 맞이할 출항이 시작되었다.
스무 살 초반에는 다른 학과생들과 놀았고, 여기서 첫 연애를 하게 되었다. 바다에는 수마리의 물고기들이 있지만 결국 모두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낚시실력이 없었던 나는 나에게 잡혀줄 한 마리의 물고기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항해하는 선박 옆의 돌고래 같았다. 나는 장난치는 그녀를 보며 함께할 친구가 생겼다고 느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중, 남고를 나왔기에 이성친구와의 관계에 서툴렀고 가까워진 그녀와의 거리에서, '이 정도로 친한 이성인 친구가 생겼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난치며 가까워진 그녀는 어느 순간 "우리는 무슨 사이야?"라고 물었다. 내 20대의 첫 파도였다.
그 대답을 고민하던 며칠의 연락에서 그녀가 자신의 사진을 보냈었다. 그 멘트는 단순하고 일상적이었지만 새삼 나를 생각하며 찍은 사진, 그것을 보내는 그녀가 귀여워 보였고 나는 연애를 시작했다. 돌아보면 참 순수하고 귀여운 연애였다. 스무 살끼리 만나 캠퍼스를 다니고, 서로 강의가 없는 시간에 밥을 먹고, 휴일이면 얼마 없는 돈을 모아 놀러 다니며 행복을 채운 어린 연애였다. 지금 생각해도 가장 예쁘게 한 사랑은 그녀와의 연애라고 생각하지만 다시는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질투가 꽤 있었지만 그녀를 많이 존중해서 절대 화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생각이 어렸는지 자주 잘못을 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건 헤어질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여기며 계속 그녀를 사랑했지만 3번 정도 그녀는 나에게 이별을 고했다. 바다를 전혀 알지 못하던 상태에서 우연히 입에 들어온 바닷물이 짠 것에 무척 놀란 기분이었다. 이 물이 어째서 짤까, 바다가 이리도 넓은데 그럼 그 많은 물이 전부 짠맛일까?
이 넓은 바다도 짠데 어째서 강은 짜지 않을까. 그렇게 놀랄 틈도 없이 그녀는 그냥 내가 더 이상 좋지 않은 것 같다며 헤어졌고, 결국 얼마 뒤에 다시 연락이 와 만나게 되었다. 단순한 변심과 혼자 생각하고 내리는 결정이 참 미웠지만 다시 만나 그녀를 사랑했다.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게 연애를 했고, 그 어린 당시에 나는 이 사람을 위해 대신 죽을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