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줍는 밤

by 호윤 우인순 시인

퇴근길 일곱 살배기 아들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귀가하는 길

아무것도 안 보이는 캄캄한 밤이었다

언덕 중간쯤 오르는 길에 따스하고 환하게 빛나는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허름한 판잣집 연탄가게에서

시커먼 연탄가루를

옷과 얼굴에 까맣게 묻히고

남편과 아내가 환하게 웃으며 연탄을 나르는 걸 보았다

저렇게 시커멓게 해 가지고

들꽃처럼 하얗게 웃는 그들이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에 앉아

무슨 행복이 있을 거냐고 생각했는데

저녁이면 그 집에 환하고 밝은 등불이 켜지고

아내가 치는 "J에게"라는 피아노 선률이 온 거리를

흔들고 남편은 흥겹게 노래를 한다

행복이 함께 춤을 춘다

깔깔 웃는 웃음소리마저 음악이 되어

나무 가지를 흔들며 밤하늘에 퍼지고

별들도 깜빡깜빡 귀를 기울이는지 빛나고 있다


사랑한다는 노래얼마나 듣기 좋은가

수많은 별들이 한꺼번에 우르르륵 쏟아져 내리는

따스하고도 빛나는 그 말

행복이라는 꽃을 가득 피우고 있는 시간

나는 아이와 행복의 별 조각을 주우러

연탄집 주변을 빙빙 맴돌며 하늘을 본다


우~아 엄마! 별들이 후르루룩

내려오고 있어요 눈 내리는것 같아요

그러네 별들이 우르륵 쏟아져 내리네

조각조각 나누어진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말

사랑한다는 그 말 얼마나 듣고 싶고

또 하고 싶은 말인가


사랑한다는 것은 연탄집 까만 방에서도

행복으로 환하게 꽃 피우며 깔깔 웃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 최고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음을 확신하는 일이다"

라고 빅토 유고가 말했듯이 그들은 사랑을 서로 확신하며

행복을 쏟아내는 것이다 캄캄한 밤에

별들이 후루룩 후루룩 쏟아져 내리는 일이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제이라는 노래를 피아노치던

연탄집의 행복을 떠올리며

별조각을 주우러 산책을 나간다

행복을 주우러 간다

깜깜한 밤

오늘은 행복의 불빛이 어디로 쏟아져 내리는지

별빛이 가득 내리고 있다

별이 아름다운 건 걸어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나도 걸어야 할 길이 있는 것인가

별은 아직 까마득히 멀리 웃고 있는데,

행복은 멀리 있는데

나는 바구니를 들고 길을 나선다

조각난 별을 주우러,

행복과 사랑을 주우러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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