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헤어지는 것 또한 아름답지 않은가 어느 역에서 내릴 모를 우리

by 호윤 우인순 시인

도시인의 살아감이 항상 그러하듯

나도 그랬다

앞집 사람이 누구인지, 옆집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고

출퇴근 길 늦어 달리기 일쑤였다

그런 상황에 누구를 보고

누구에게 웃어줄 수 있겠는가


국철을 타고 출근하기 시작했던 어느 날

승강기에 들어서니

한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어제는 아프셨나요?

전철을 안 타셔서 남편하고 걱정을 했어요

어디 아픈가 하고 걱정이 되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놀라 좀 무뚝뚝하게

"아뇨 한 시간 늦게 갔어요"


그날 이후 노부부가 출근하는 따님댁

이야기부터 퇴직 후 여행이나 다니려

했는데 아기 봐주는지가 삼 년째

등등 사정을 들었고 차 안에서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 그렇구나!

먼저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말을 걸어

인사를 하는 게 얼마나 좋은가

내가 사는 세상은 참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이다


나도 그날부터 자주 보는 어른들께 인사를 한다

여기선 세상 모든 학벌

명예 재산 다 내려놓고 같은 자리이다.

우리는 친해지면서 전철의 두 번째 칸이

우리가 만나는 칸이 되었다

첫 번째 타는 분이 가끔 자리를 맡아주는

날도 있었다

어느 날은 군고구마를 가지고 타신 분이

따끈한 고구마를 나누어 주었다

과자도 한 봉지 얼떨결에 받았다.


어느 날은 대학병원에서 청소를 하신다는

아주머니인데 어머니 같이 따스한 분이다

늘 나를 보면 딸 같다고 사탕 하나씩

주신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안 받으면

아예 사탕을 까서 입에 넣어 주신다

그래서 나도 초콜릿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

그거라도 하나씩 나누려고


어느 날은 키우는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고 아주머니가 떡을 해서 돌렸다

그렇게 나누며 몇 년을 같이 국철을

타게 되니, 각자 집 사정도 알고

안 보이면 걱정하는 사이가 되었고

누가 어디서 타고 내리는 지도 안다

언니, 오빠, 형님, 할아버지 하며

출근길 떠들며 전철을 타고 가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세상이 다 그리 살면 얼마나 좋을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나는 인사를 드려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손수건을 많이 준비해서

어느 날부터, 한분 한분 드리며

퇴직하게 되어 국철을 못 타게 되었다고

인사드리니 사람들이 아쉽다고

따스히 손을 잡고 "보고 싶을 거야 "

매일 활짝 웃어 좋았어

어떤 분은 빵하나를 주며:

커피 마시며 내 생각해줘 하신다

내 인생길에 이런분들을 만나 참 따스하고

행복했다


부부가 나란히 뻥투기 장사를 하시는 분도 있고 아기 보러 가시는 분도 계시다

나이 70 넘어 두 부부가

손잡고 아침에 출근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내가 국철을 타지 않았다면

이런 모습이 세상에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뻥투기 한 봉지, 붕어빵 하나 나누는

재미도 없었을 것이다

어느 날엔가 주머니 속에 넣어 주신

할아버지의 사탕 두 개

입안에 굴리면 정말 좋았다


살아가는 일, 만나는 일 또

사랑하는 일은 이처럼 아름다운 것이다

헤어지는 것 또한 아름답지 않은가

어느 역에서 타서 어느 역에서

내릴지 모르는 우리이다

졸거나 하면 내리라고 깨워 준다

고맙다고 인사하며 내리던 날도 있었다

한 시간 국철을 타면서 한 사람 두 사람 내리고 나는 아마 중간쯤에 내린 것 같다


같이 차를 타고 한쪽을 바라보며

웃고 인사하며 나누어 먹던 팥시루떡.

껌 한 개!. 가방에 넣어 주신 사과 하나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삶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내가 웃으며

먼저 손 내밀어 악수하면

세상이 즐거워진다는 것을


지하철에서 출근하며 만나던 사람들과 작별하며 알았다

만남은 헤어질 때 더욱 안타깝다

아니 아쉬운 것 같다

하지만 다 같이 갈 수는 없는 것

나는 내 길이 있고 그들은 그들 길이 있어

여기까지가 인연인게지


또다시 차에서 만나면

전화번호를 꼭 물어봐야 하겠다

따끈한 국밥 한 그릇 같이 먹으며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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