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호윤 우인순 시인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바다를 찾는다

수평선 위로 막 오르는 해를 보면

우리는 강한 생명력, 힘을 느끼기 때문이다


언제인가

부스스 눈을 뜨고 문득 창문을

여니 둥그런 해가 중천에 떠서

눈부시게 햇살을 내렸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한번

큰 소리로 외쳤다

해님! 나만 사랑하는 거죠

너무 좋아요

" 난 세상 모두를 사랑해

가진 자나, 박사나, 높은 지위를 가져서

너무 잘나서, 너무 예쁜

사람만 골라 햇살을 내릴 수가 없어,

가난하고, 병들고, 삶에 찌들어 냄새나는

사람들에게 더 따사 로히

부드러운 햇살로 어루만져 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세상 골고루 비추고 있지"


해님 사람들은 이래서 좋고 저래서 싫고

변덕이 심하지만

나는 그래서 해님이 더 좋아요

이리 못난 나도 어루만져주고 웃어주잖아요"

세상에서 누군가 나를 보며 웃어 준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거든요

마치 내편이 하나 있는 것처럼요


세상에서 내편이 하나 있어서

어떤 때는 울고 있으면 다독이고

웃어주면 얼마나 좋은데요

누군가 괴롭히면 누구야 누구

하며 나타나 내편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변치 않고 웃어주는 해님도

내게는 참 행복한 내편이거든요


여름 되니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

하늘이 온통 잿빛이더니

이윽고 시커멓게 뒤덮었다


해님은 비 오는 날

어디론가 가서 푹 쉬시는가 보다

생각을 하고 있는데

캄캄해지는 구름 속을 뚫고

해님이 얼굴을 삐죽 내밀고

웃는 것이 아닌가

어머나! 해님 근무를 쉬는지 알았어요

비가 너무 오니


비를 맞고 일할 수는 없잖아요"


"나는 비 오고, 눈이 온다고

지구를 비추는 근무를 쉴 수가 없단다

사랑이란 비바람 분다고 쉬고

눈온다고 나타나서 사랑 할 수가 없듯이

늘 사랑하며 사는것이 사랑이듯

세상이 어두울수록

더 밝게 비추어야 해서

아주 작은 빛이 어둠을 뚫고

환하게 할 수가 있으니까

이젠 하루 종일 일해서

쉬러 가려고 저녁 시간이구나


어린 왕자가 그랬던가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풍경이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질 때라고"


나는 저녁노을이 짙게

물든 석양을 좋아한다

해는 온종일 세상을 비추고

바라보며 자기의 할 일 다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높이 떠있는 구름들이

석양의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게 한다고

들었다 시커먼 구름도 노랑. 주왕

또는 보랏빛으로 물드는 노을과

어우러지면 묘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곤 한다

빛을 잃은 해가 빨갛게 모습을 보이며

영산강 산 위에 걸려 있는

순간이 그리 길지가 않다

나는 그때 잠시 해를 바라보며

잘 가라고 인사를 하면

해는 웃으며 산을 꼴깍 넘는다


그래요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풍경이 맞네요

하루의 뜨거운 열기가 식은

가장 눈부시게 빛나던 것도,

아프고 슬픈 일들도, 자랑하고 싶고,

화내고 싶은 모든 것과

가지고 있던 것들도 주머니 속에 들은

욕심마저도 다 꺼내어서

바닥에 내놓고 본향으로 돌아갈 때,

산을 넘는 해처럼

사라진 후에도 오래도록

저렇게 아름답게 할 수가 있을까


나는 가끔씩 해지는 모습을 보며

사람도 떠날 때 가장 아름다우려면

다 저렇게 내려놓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다 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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