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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Feb 01. 2022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내가 내린 답

취업 준비 당시, 왠지 모르게 자꾸 찾아 듣던 노래 한 곡이 있었다. god의 '길'이라는 노래인데, 내가 들었던 곡은 아이유, 헨리, 조현아, 양다일 님이 부른 리메이크 버전이다. 공부하다 지칠 때 꺼내 듣던 노래였고, 코인 노래방에서 아련하게 이 노래를 혼자 자주 부르기도 했다.


가사 한 줄 한 줄이 당시 답답한 울적함을 온전히 흐느끼게 지만 한편으로 힘이 되었다.  

길 Song by 헨리,아이유,조현아,양다일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노래 가사의 일부분인데 문장 하나하나가 당시 힘들었던 순간순간을 대변하는 것처럼 들렸었다.

왜 나는 취업을 빨리 못해 이렇게 고생하고 있을까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꿈인 걸까 아니면 주위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는  아닐까

물음표 가득한 노래 가사가 물음표 밖에 없던 당시 취준생인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이 길이 맞는지 잘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순 없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묵묵히 노력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그러던 중 합격 통보를 받았고, 원하던 회사에 최종 합격하여 힘든 시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되고 싶었던 은행원이 되었다.

내가 설정한 취업이라는 '길'의 끝에 서서 나는 진심으로 기뻐했고,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입행 후 1년 차 때는 업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었고, 여유가 조금 생긴 2년 차 때는 자기 계발에 몰두했다. 그렇게 자주 들었던 그 노래는 한동안 찾아 듣지는 않았다.


그러고 나서 최근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다. 묘한 감정이 들었다.

길의 끝은 취업이었고, 나는 결국 그 길의 끝에 서서 웃게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미완성의 상태처럼 혹은 당시처럼 여전히 위로받고 있는 것 같았다.

알기 모르게 조금씩 쌓여오던 반복되는 일상의 피로함,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고민과 같은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감정이 뒤섞인 상태로 노래를 다 들은 후 나는 진리를 발견했다.


길의 끝에는 또 다른 길이 있고, 우리는 새로운 길의 끝을 향해 또 걸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말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나는 원하는 직장에 들어갔지만, 기쁨은 사실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일과 사람에 적응이 끝나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했던 일과는 사뭇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고, 영업점을 벗어나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본점에서 근무하고 싶기도 하고,  새로운 적성을 발견해 성공적인 N 잡러의 삶을 살고 싶기도 하다. 새로운 계획과 목표가 늘어났고,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다. 한마디로 나는 여기만 도착하면 행복할 것만 같았던 취업성공이라는 '길'의 끝에 도착했지만, 또 다른 길을 향해 이미 걷고 있는 중이다.


우리 모두는 어찌 보면 항상 걸어 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현재 갖고 있는 꿈이 길의 끝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길의 끝에서 우리는 또 다른 목표가 생기고 또 다른 꿈을 꾼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왜 이 길에 서있고,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막막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모두가 나름의 방식으로 계속 걷고 있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불안한 만큼 노력해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길의 끝에 온 것 같으면 마음껏 기뻐하고, 그 시간을 온전히 누린 후 또 새로운 계획과 목표 꿈을 가지길 바란다.


나는 이렇게 계속 나아가는 삶에 감사함을 느낀다. 현 직업에 보다 전문성과 비전을 갖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매년 자격증을 꾸준히 취득하고 있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독서한다.


그리고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30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나름 열심히 살면서 느낀 점도 많고, 글을 쓰며 내 삶을 되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공유하면서 공감을 얻어내고 싶기도 하다. 글을 쓰다 보면 성공적인 N 잡러가 되고 싶은 나의 길은 이미 시작된 것이고 끝을 향해 달려 나가고 싶다.



나는 오늘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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