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 당시, 왠지 모르게 자꾸 찾아 듣던 노래 한 곡이 있었다. god의 '길'이라는 노래인데, 내가 들었던 곡은 아이유, 헨리, 조현아, 양다일 님이 부른 리메이크 버전이다. 공부하다 지칠 때 꺼내 듣던 노래였고, 코인 노래방에서 아련하게 이 노래를 혼자 자주 부르기도 했다.
가사 한 줄 한 줄이 당시 답답한 울적함을 온전히 흐느끼게 했지만 한편으로 힘이 되었다.
길 Song by 헨리,아이유,조현아,양다일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노래 가사의 일부분인데 문장 하나하나가 당시 힘들었던 순간순간을 대변하는 것처럼 들렸었다.
왜 나는 취업을 빨리못해 이렇게 고생하고 있을까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꿈인 걸까 아니면 주위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물음표 가득한 노래 가사가 물음표 밖에 없던 당시 취준생인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이 길이 맞는지 잘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순 없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묵묵히 노력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그러던 중 합격 통보를 받았고, 원하던 회사에 최종 합격하여 힘든 시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되고 싶었던 은행원이 되었다.
내가 설정한 취업이라는 '길'의 끝에 서서 나는 진심으로 기뻐했고,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입행 후 1년 차 때는 업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었고, 여유가 조금 생긴 2년 차 때는 자기 계발에 몰두했다. 그렇게 자주 들었던 그 노래는 한동안 찾아 듣지는 않았다.
그러고 나서 최근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다. 묘한 감정이 들었다.
길의 끝은 취업이었고, 나는 결국 그 길의 끝에 서서 웃게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미완성의 상태처럼 혹은 당시처럼 여전히 위로받고 있는 것 같았다.
알기 모르게 조금씩 쌓여오던 반복되는 일상의 피로함,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고민과 같은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감정이 뒤섞인 상태로 노래를 다 들은 후 나는 진리를 발견했다.
길의 끝에는 또 다른 길이 있고, 우리는 새로운 길의 끝을 향해 또 걸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말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나는 원하는 직장에 들어갔지만, 기쁨은 사실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일과 사람에 적응이 끝나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했던 일과는 사뭇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고, 영업점을 벗어나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본점에서 근무하고 싶기도 하고, 새로운 적성을 발견해 성공적인 N 잡러의 삶을 살고 싶기도 하다. 새로운 계획과 목표가 늘어났고, 나는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다. 한마디로 나는여기만 도착하면 행복할 것만 같았던 취업성공이라는 '길'의 끝에 도착했지만, 또 다른 길을 향해 이미 걷고 있는 중이다.
우리 모두는 어찌 보면 항상 걸어 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현재 갖고 있는 꿈이 길의 끝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길의 끝에서 우리는 또 다른 목표가 생기고 또 다른 꿈을 꾼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왜 이 길에 서있고,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막막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모두가 나름의 방식으로 계속 걷고 있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불안한 만큼 노력해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길의 끝에 온 것 같으면 마음껏 기뻐하고, 그 시간을 온전히 누린 후 또 새로운 계획과 목표 꿈을 가지길 바란다.
나는 이렇게 계속 나아가는 삶에 감사함을 느낀다. 현 직업에 보다 전문성과 비전을 갖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매년 자격증을 꾸준히 취득하고 있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독서한다.
그리고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30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나름 열심히 살면서 느낀 점도 많고, 글을 쓰며 내삶을 되돌아보고 싶기도 하고,공유하면서 공감을 얻어내고 싶기도 하다. 글을 쓰다 보면 성공적인 N 잡러가 되고 싶은 나의 길은 이미 시작된 것이고 끝을 향해 달려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