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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Apr 14. 2024

푸른 하늘과 나무가 좋다

날씨, 장소, 사람이 다였다


제목 그대로 푸른 하늘과 나무가 참 좋다.


이번주 주말은 하늘을 자주 맘껏 올려다봤다. 하늘과 한 폭에 들어오는 나무들도 눈에 담았다. 모처럼 주말 내내 좋은 날씨에 맞는 시간을 보냈다.






토요일에는 기차를 타고 수원에 다녀왔다. 분기에 한 번 정도 만나는 동기가 있다. 문뜩 이번에는 서울 말고 다른 곳에서 만나고 싶었고, 수원으로 장소가 정해졌다. 남은 입사 동기가 60명 정도 되는데 그중에서도 어제 만난 동기와 가장 사이가 가깝다. 만나기 전부터 '많이 먹고, 많이 걷자'를 늘 약속한다. 둘 다 산책과 쉼을 좋아해서 항상 운동화를 신고 편하게 만나서 시간을 보낸다.


서울의 축소판이라고도 불리는 '수원' 방문은 처음이어서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녔다. 화성행궁을 느긋하게 거느리고, 날씨가 더울 때쯤 커피를 마셨고, 행리단길을 구경했다. (행리단길이 지금까지 다녀본 -단길 중에 제일 좋았다!) 수원화성 성곽길을 쭉 걸으면서 사람 구경도 하고, 앉아서 같이 멍도 때리고, 공원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대화했다. 위, 앞, 옆, 아래 모두 어딜 봐도 눈에 담기 좋은 풍경들로 가득했다.






하늘, 햇살, 나무, 바람이 하루를 채워줬다.


평일에는 누리지 못하는 오후의 하늘을 목 꺾일? 정도로 자주 올려다봤다. 일 해야 하는 평일이 존재하기 때문에 토요일 오후 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 것도 있지만 이 날은 유독 더 평화로웠다. 통닭 골목에서의 치킨과 맥주를 마지막으로 수원 여행을 마무리했다. 오감이 모두 호강한 날이었다. 


기차 안에서 밀리의 서재를 보다 우연히 한 권의 에세이를 만났다. 오평선 작가님의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하루의 끝에 어울릴법한 내용이길 바라며 읽어나갔다. 이 날을 더 좋게 기억하게 해 줄 문장들이 있어 글에 곁들여 볼까 한다.





오랜만에 누리는 여유로운 휴일이다.
봄날,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
자연이 내게 준 호사를 최대한 누려보자.

길가의 꽃들은 곧 절정을 맞이할 것이다.
내 삶의 절정은 과연 언제일까.
한참 생각하다, 아니지, 아니지
고개를 내젓는다.

햇살 좋은 오후, 이리 숨 쉬는 지금이
축제이고 내 인생의 절정이지 뭐.





사람들은 흔히 새것을 선호한다.
조금만 익숙해져도 지겨워하며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린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사람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얻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익숙한 사람도
원래 새로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 역시
당신의 노력 끝에 익숙해진 사람이다.


-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에세이 중 일부 -




힐링의 하루를 함께 만든 동기 언니가 글을 읽으며 떠올랐다. 위 문장처럼 언니도 몇 년 전엔 내게 새로운 사람이었고, 함께 한 시간 끝에 익숙해진 사람이다. 직장 동료이자, 동기이며 같은 속도로 걸으며 잔잔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이다. 익숙해졌지만 다시금 인연의 소중함을 조용한 기차 안에서 충만하게 느껴보았다.







오늘 일요일 하루도 어제와 같이 날씨가 참 좋았다. 


가족이 내가 지내고 있는 구미로 놀러 왔다. 함께 어디 갈까 고민하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도리사'로 향했다. 회사에서 영어 이름이 Dori여서 항상 직원들이 도리사에 가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해줬다. 기대를 하고 방문했다.


맑은 하늘 아래 소나무 가득한 푸른 사찰이었다. 올라가는 입구부터 꽃구경을 하느라 느린 발걸음으로 올라갔다. 규모가 둘러보기에 꽤나 컸고, 산책로도 잘 가꿔져 있었다. 작은 카페도 있어서 시원한 라테를 마시며 앉아서 잠시 쉬었다. 살살 부는 바람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한 곳 한 곳에 머물면서 오후의 햇살을 즐겼다.





오늘도 하늘, 햇살, 나무, 바람과 함께였다.


조용한 사찰을 사뿐히 걷고, 가만히 앉아서 자연을 눈에 담았다. 또 올 것 같은 좋은 사찰 한 곳을 발견해서 기뻤고, 한적한 오후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절에 가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와보고 싶었던 곳을 함께 와준 가족과의 시간도 좋았다. 일기와 같은 일상의 기록이지만 특별했다.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파란 하늘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가족이 곁에 머물러 있는 것도
모두 감사한 일이다.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더 가지지 못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불행한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중에
당연한 것은 없다.
모두 감사한 것들이다.


-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에세이 중 일부 -





내일의 해가 뜨면 출근길에 오르겠지만, 주말을 참 잘 보낸 것 같아 뿌듯하다. 날씨, 장소, 사람이 다였던 하루하루였다. 날씨가 좋을 때는 만끽하고, 일상을 여행하듯 살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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