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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May 19. 2024

아주 사소한 리추얼의 힘

리추얼로 채워가는 하루하루


최근 출근 준비 시간을 조금 앞당겨봤다.


몸을 완전히 일으키는 시간대를 5분 앞당겼다. 5분 정도 일찍 씻는 셈이다. 참 신기하게도 고작 그 작은 숫자가 아침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이젠 늘 타던 버스의 앞 시간대 버스를 탄다. 매일 버스를 같이 기다렸던 익숙한 멤버들이 바뀌었고, 신호가 계속 걸리는 걸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다. 허겁지겁 인사하며 직장에 들어서지 않아도 된다.



이젠 출근길에 푸른 하늘도 올려다보고, 맑은 아침 공기 들이마셔 보는 여유가 생겼다. 버스를 맞이한다 느낌으로 기다린다. 챙겨 나온 방울토마토 다섯 개를 먹고 나면 버스가 온다.



하루의 시작을 5-10분 앞당긴 삶이 한 달이 조금 안되었다. 이젠 습관이자 일상이 됐지만, 그 작은 차이가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낀다.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버스 안에서도, 내려서도 여유로움만큼 몸과 마음도 가벼워졌다. 


출근하기 싫은 한 직장인의 하루 시작 풍경이 옅게나마 긍정의 색으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를 글로 쓰고 싶었으나, 글 한 편을 발행하기에는 다소 빈약한 것 같아 시작을 못했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의 힘에 관해 써볼까, 여유로운 아침의 소확행에 관해 써볼까, 지금 보다 조금 더 출근 시간을 당겨보면 더 좋아질까... 이런저런 생각을 버스 안에서 천천히 흘려보냈다.





그러다 지난 휴일에 밀리의 서재에서 장재열 저자의 <마이크로 리추얼>이라는 책을 만났다. 우연히 읽게 됐는데 이번 글과 '리추얼'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가져왔다. 리추얼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규칙적인 습관이라는 뜻으로, 리추얼 라이프라고도 불린다.


저자는 리추얼을 이렇게 정의한다. '나 자신을 위해 반복적, 규칙적으로 하는 의식적 행위'. 립밤 충분히 바르고 자기, 마스크팩 붙이기, 불멍 유튜브 보기, 명상하기, 이불정리 이런 흔한 소소한 행위가 리추얼이 된다. 하루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습관이 바로 리추얼이다. 리추얼은 '내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잘 살아가고 싶을수록 고민과 생각이 많아지는데, 많은 생각 때문에 오히려 살기가 힘들죠.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오프 할 수 있는 힘' 이더라고요. 불안감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는 힘, 일 생각에 짓눌리지 않는 끊어내는 힘, 쉬어야 할 때를 명확히 구분하는 힘 같은 것들 말이에요. 나만의 리추얼을 찾고, 검증하고, 설계하는 것은 자기 탐색의 여정이 됩니다. 리추얼은 내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겁니다. "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쉼 윤리'가 필요해졌고, 리추얼이 개개인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했다. 또한, 이 책에는 리추얼을 찾고 자신을 돌보는 실용적인 방법들 (자문자답 글쓰기, 명상법, 긍정 해석 연습 등)이 담겨있어서 가볍게 읽어보기에 유익했다.





글쓰기를 위해 밀리의 서재에서 캐스퍼 터 카일의 <리추얼의 힘>이라는 책을 읽었다. 지는 해 바라보기, 하늘 올려다보기, 좋아하는 책 읽기, 일기 쓰기, 글 쓰기, 산책하기, 감사하기, 반성하기 등 이 모든 것이 우리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을 가치가 있는 타당한 행동임을 설명한다. 리추얼이라고 굳이 표현한 적이 없더라도 우리는 이미 많은 리추얼을 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규칙은 공동체가 만들지만 오늘날에는 자기만의 개인적인 삶의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지탱해 주는 살아있는 리듬을 만들 수 있다. 이미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해보고 싶은 리추얼이 무엇이든 간에 괜찮은 것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고수하길 바란다. 그것이 당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책은 충만한 삶을 위한 연결 리추얼 4단계 (자신, 주변 사람들, 자연, 초월자)를 소개한다. 그중 자연과 연결되는 리추얼이 기억에 남는다. 조깅을 하는 길에 나무가 우거져있으면 나뭇가지를 올려다보며 "삶의 영광을 위하여. 나무야, 널 위해 달릴 거야."라고 말해보라고 저자는 제안한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우주에 속해 있으며, 인간도 자연 그 자체이다. 나무를 보며 "우리가 함께해서 기뻐"라는 말로 연결 짓는 리추얼도 필요한 이유다.






결국 일상 속 리추얼은 자신에게, 현재에 집중하는 그리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방식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리추얼이 습관, 루틴과 다를 게 있나 싶어 구분 짓고 싶었지만 그러려다 멈추었다. 하루에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을 위해, 내면에 집중하기 위한 모든 행위가 리추얼이 되는 것이다. 5-10분 정도 이른 나의 아침 출근길에 리추얼이 있다. 꽃과 나무 그리고 하늘을 눈에 담고, 건강한 방울토마토를 먹는 시간이 리추얼이 되고 있다.


출근 준비하며 음악 듣기, 연한 아이스라테 한 잔 마시기, 점심 먹고 잠시 자는 낮잠, 챙겨 먹는 영양제 젤리, 헬스, 걸어서 퇴근하기, 족욕하기, 독서, 림프절 마사지등 일상 속 리추얼이 꽤 있다. 리추얼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결국 리추얼은 '나를 챙기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해보고 싶은 리추얼은 '명상'이다.


명상은 사실 일상 속에서 따로 하고 있지는 않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만큼은 휴대폰을 보지 않고, 멍 때리기를 한다. 명상이라고 하기는 어설프다. 우선 자기 전 명상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최근에 산 고래 무드등을 켜놓고,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잠시라도 가져야겠다. 명상을 하다 주의력이 흐트러지면 방법은 하나라고 한다. '그냥 알아차리고 다시 명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명상의 시작은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로 하며 감사와 긍정 그리고 반성해보려한다.




한편으로는 리추얼이 무엇이고, 습관 루틴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등 너무 그 부분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되면 이 또한 과잉 생각으로 이어질 것 같다. 글을 마무리하며 기억하고 싶은 점은 '지금 나의 삶이 리추얼 라이프구나' 정도이다. 한 번쯤은 그래도 고민해 보면 좋을 키워드라 생각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리추얼이니깐. 당신의 리추얼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을 던져보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우리가 하루를 보내는 방식이
곧 인생을 보내는 방식이다.

-애니 딜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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