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 시기를 대하는 자세
원인도 결과도 나에게 있다
일상을 지배하려 드는 고민이 생기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편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래서 최근 이런저런 핑계로 글쓰기를 멈췄다. 못했다고 표현해도, 안 했다고 표현해도 될 법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다는 건 그 고민이, 나를 괴롭혔던 시간과의 싸움이 끝나감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인생 노잼 시기가 찾아왔다...
글쓰기를 잠시 멈춘 시기는 하반기 인사발령 시기와 맞물렸다. 친한 동료 두 명이 인사이동을 했다. 한 명은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났고, 다른 한 명은 육아 휴직에 들어갔다. 주위 사람도, 하던 업무도 달라졌다. 변화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채 시간만 흘러갔다. 불쑥불쑥 드는 생각과 감정으로 들쑥날쑥했다. 그러다 보니 의욕도, 재미도 없고, 퇴근 후에는 금방 지쳤다.
바뀐 업무는 다행히 생각보다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새로 오신 대리님, 과장님과도 금방 가까워졌다. 이 정도로 끝났으면 참 좋았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노잼 시기는 연장됐다...
언제부터인가 한 직장 상사가 선을 넘나드는 줄타기 하는 농담으로 나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했다. 원래 말투가 다소 거친 분이어서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려 노력했다. 노력한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그런 상황에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런 거라는 주위 사람들의 조언도 와닿지 않았다.
원인 없는 과정과 결과는 없다. 처음부터 그런 농담을 잘 받아줘서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고 여지를 줬을 수도 있다. 그러고 싶은 상대방의 개인적인 판단이 있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은 내가 자존감도 자존심도 강하다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 엇비슷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싸워보지 않는 한 정답은 없는 셈이다. 모르겠으니 놓아야만 한다.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지나치게 연연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알면서도 그런 말들이 통하지 않는 무력감의 늪에 빠졌다. 무력감은 꽤나 지속됐다. 직장에서 에너지를 과잉 소모하다 보니 스스로를 챙긴다는 핑계로 퇴근 후 무기력함에 계속 먹이를 줬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tv를 보거나 누워있었다. 식욕 부진은 없는데 의욕 부진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독서는 놓치지 않고 틈틈이 이어갔다. 밀리의 서재는 누워서도 읽을 수 있으니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들이 많았지만 독서를 한 날에는 그래도 긍정의 에너지를 받았다. 그러면서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는 텍스트와 멀어지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구나.' 더 잘 나아가기 위한 고민을 책과 함께 했고, 그 시간은 에너지의 방향을 내면으로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오구라 히로시의 <서른과 마흔 사이>라는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 '지금 일어나는 일의 모든 원인은 나에게 있다.' 저자는 말한다.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고 깨끗하게 인정하자. 그리고 자신을 바꾸는 것에 집중하자. 그 외에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없다. 당신이 변하면 된다." 그리고 또 저자는 인간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직장생활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갈등은 '내 마음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벌어진다. 결국 모든 문제는 나의 마음에 있다. 내 마음과 생각에 따라 인간관계가 결정되는 셈이다."
타인을 판단하고, 평가하고 반응하는 것은 결국 내 마음인 셈이다. 구사나기 류순의 <반응하지 않는 연습> 책에는 또 이런 문장이 있다. "인생은 온갖 판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무심코 판단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간단하게 말로써 판단을 알아차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앗, 판단했다'라는 알아차림의 말이 바로 그것입니다." " 반응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승리입니다.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에게 반응해서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입니다. 헛되이 반응하는 대신, '나는 나를 긍정한다'는 말을 자주 하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십시오."
출근도, 일도, 글쓰기도, 운동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이 기나긴 노잼 시기를 겪으면서 그럼에도 다행히 깨달은 바가 있다.
1. 생각만 많고 실행은 없기 때문에 다른 곳에 에너지를 빼앗기는 것이다.
2. 텍스트와 멀어지면 꿈도 달아난다.
3. '노잼 시기'라고 느끼는 것도 결국 내가 정한 것이다.
노잼 시기라고 명명한 것도 결국 나였고, 그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노잼 시기는 언제든지 또 올지도 모른다. 뭐든 행동으로 극복해 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직장 내 인간관계에 관한 스트레스도 지나고 보니 별 게 아니었다. 과민하게 반응했던 것 일수도, 주위 사람들 조언처럼 아무에게나 표현하지 않는 특별한 과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인간관계 고민도, 노잼 시기도 잔잔하게 계속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그 두 가지 모두에 헛되이 반응하지 않아야겠다. 지금 눈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환경을 바꾸고,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변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노잼 시기를 이제 끝내보려 한다! 그간의 고뇌를 한 편의 글로 옮겨내기 쉽지 않았지만... 여기서 마무리를 지어보려 한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