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항상 준비하는 시간이다
'두 번째 독서'로 다시 읽은 다섯 번째 책은 안도 미후유의 <노잉>이다. 이 책은 재작년 4월에 처음 읽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간의 삶에 문득문득 현실로 다가온 적이 많았다. 그래서 다시 읽고, 내용도 소개해보고 싶어 꺼내 들었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이것', 저자는 이것을 '노잉'이라 칭한다.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놀라운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서가 아니라, 성공하는 미래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력한 결과와 예감이 실제가 된 것이라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가 신기하고도 이상한 경험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20대였던 하루키가 어느 화창한 봄날, 야구장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던 중이었다. 야구공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본 순간, 갑자기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순간, 하루키는 자신이 소설을 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야구 경기가 끝나자마자 하루키는 원고지와 만년필을 사러 갔고, 그게 시작이었다.
어떻게 이런 기묘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걸까?
*노잉 :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고 감에 이끌려 움직인 결과, 인생이 바뀌는 일이 일어나거나,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마음 상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를 향해 흘러간다고 믿는다. 하지만, 잠재의식과 노잉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시간은 미래에서 현재를 향해 흘러온다. 미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정보를 흘러 보내고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미래기원설'이 있다. 정해져 있는 미래를 위해 과거가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 즉 미래가 원인이고 과거가 그 결과라는 생각이다. 위 관점으로 해석하면, 저자는 직장 생활에 한계를 느껴서 프리랜서가 된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서 회사에 취직해 경험을 쌓았던 것이다.'
미래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노잉, 즉 미래가 이끄는 대로 살아간다면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번뜩 무언가가 떠오르거나 왠지 모르게 끌리는 느낌이 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서점에서 어떤 책이 유난히 눈에 밟혀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살 수밖에 없었다거나, 사놓고 읽지 않았던 책을 우연히 꺼내 읽었는데 마침 필요한 정보가 딱 있었다던가 하는 경험들, 당장은 모를 수 있지만 훗날 돌이켜보면 미래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는 심리학 용어로 '싱크로니티'라는 말이 있다.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를 뜻하는데, 싱크로니티는 미래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일어난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끌려서 한 행동이, 번뜩이는 생각을 갑자기 실행에 옮기고 싶은 마음이, 왠지 그러고 싶은 것들이 어쩌면 미래로부터의 메시지 때문일 지도 모른다.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들, 단순한 우연일 리 없는 경험들이 노잉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 노잉으로 인해 새롭게 열리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노잉을 일으키는 안테나다. 노잉을 인지하고, 언제든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노잉이 일어날 확률은 더 커진다.
다만, 노잉의 특별함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일상 속에서의 번뜩이는 떠오름을 놓칠지 모른다. 노잉을 의식하되 지나치게 의식하면은 안된다.
노잉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일어나므로 조절하거나 계획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노잉이 찾아올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고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 여기서 좋은 환경이란 긍정적인 상태가 계속되는 상태이다. 마음이 복잡하고 우울하면 미래로부터 흘러오는 메시지들을 쉽게 알아차릴 여유조차 없다.
감정이 좋은 상태는 마음이 평온하고, 불만이 없으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은 내보내야만 한다. 좋은 일이 생기려면 좋은 기분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좋은 상태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래로부터의 메시지와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는 받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노잉은 무엇보다도 자기 신뢰를 기반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스스로 세운 계획들과 약속들을 잘 지켜나가다 보면, 신뢰를 바탕으로 노잉의 메시지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말이 미래로부터 흘러나오는 정보와 메시지를 빠르게 알아차리는 마법과도 같은 말이 아닐까. 앞으로의 기대와 설렘이 있어야 노잉 메시지를 읽어내기가 쉽다. 노잉이 언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 각자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에 나타날 것이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자. 일상에서 갑자기 느낌이 오거나, 나도 모르게 신경이 쓰이는 감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보자. 그것이야말로 언젠간 찾아올 날을 위한 준비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황하지 않도록 우리는 노잉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내용은 다소 빈약하긴 하지만 메시지는 분명한 편이다. '미래에서 오는 직관의 메시지, '노잉'이라는 현상이 존재하고, 그것을 알아차리고 실천하다 보면 미래가 이끄는 대로 변한다. 결국, 핵심은 '노잉'이라는 표현 그 자체에 있다.
최근에 회사 지점장님께서 읽어보라고 주신 책 한 권이 있었다. 《곤란한 결혼》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는 데 책을 읽다가 노잉을 경험했다.
이 글의 서두에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에피소드까지 적고 나서 잠시 틈 내서 그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는 중간쯤 이런 내용을 발견했다.
"1978년 4월 어느 맑은 날, 무라카미 하루키가 메이지진구 구장 야외석에서 야구를 관람하던 때였다. 야쿠르트 스왈로즈 1회 말 공격 때 미국에서 온 타자가 좌익수 방향으로 쳐올려 떠오른 공을 보고 '아 그래 내게도 소설 쓸 자격이 있을지도 몰라'라고 직감했다지요. 아무런 맥락도 없이 말이죠ㆍㆍㆍ(생략)"
참 신기했다. 글 쓰다 잠시 읽었던 책에서 우연히 같은 에피소드의 내용을 발견하다니. 우연이라고 해도 되지만 우연일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작년에 김신지 작가님의 북토크에 참석한 적이 있다. 퇴근 후 그날따라 유독 지쳐서 그곳에 도착해서도 집으로 돌아갈까 몇 번을 고민했었다. 희한하게 왠지 뭐라도 얻을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북토크를 계기로 작가님의 책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었고, 유럽 여행에 여행 노트를 챙겨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작가님이 그날 추천해 주신 책이 바로 김민철 작가님의 《무정형의 삶》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이 인생책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덕분에 최근 연재를 마무리했던 브런치북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브런치북의 마지막 편을 쓸 때쯤, 유튜브에 '독서 초보도 가볍게 다 읽는 책 5'라는 영상이 눈에 띄었다. 밀리의 서재에 검색했더니 다 있는 책들이었다. 읽고 싶은 부분들만 잠깐씩 읽었는 데 인용하고 싶은 필요한 문장들이 그곳에 다 있었다. 영상을 보고 왠지 눌러보고 싶었고, 책 제목들만 보고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찾아봤는 데 글쓰기에 보탬이 되었다. 이 또한 노잉이었다.
또 다른 예시로, 어느 날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미니 조명 제품을 보는데, 퇴사 후 해외에서 생활할 때 그 조명을 켜서 쓰는 이미지가 문뜩 떠올랐다. 그 뒤로도 요즘 쇼핑이든 당근마켓이든, 당장 필요한 건 아닌데 그때를 위해 사놓으면 좋을 것 같은 물건들이 자주 보인다. 그냥 느낌이 그런 쪽으로 이어진다. 언젠간 그 미래에 닿지 않을까..?
《퓨처셀프》 책을 읽기 전, 이 책을 먼저 접했다. 노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읽을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 데, 의외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게 노잉이구나 싶은 순간이 잦았다. 단순히 떠오른 생각과 노잉을 구분할 수 있게도 되었다. 의미를 부여해서 의미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느 자기 계발 도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저자도 하나의 도구로 '노잉'이라는 표현을 썼다. 어떻게 적용할지는 각자에게 달렸다. 경험한 바에 의하면 노잉이라는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과 느낌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 상태일 때 가능하다는 것에도 공감한다. 실제로 힘들고 우울할 때는 노잉이 일어나지 않는 듯했다.
본인의 미래와 인생에 관심이 많다면, '노잉'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노잉이 노잉을 부른다', 지금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이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자유지만, 미래로부터의 메시지를 알아차릴 수 있는 직감을 키우고, 실행에 옮겨 행동까지 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를 만들어 낼 거라 믿는다. '단순한 우연'과 '노잉' 이 둘은 어쩌면 한 끗 차이 일 테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노잉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신뢰하고, 안정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다
살자, 미래가 이끄는 대로!
목표는 세우는 것이 아니라
'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