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제 장래희망은, 멋진 어른입니다
2026년 1월 1일, 한 해의 시작에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관한 막연한 의구심이 나로 하여금 그 책을 다시 꺼내 들게 하였다. 《여덟 단어》, 이 책과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2023년 9월, 권민창 작가님의 북토크에 참석했을 때, 작가님께서 인생책으로 이 책을 추천해 주셨다. 북토크가 끝나자마자 책을 구매했고, 책 맨 앞장에 작가님의 사인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1월 31일에 그 책의 두 번째 장에 저자인 박웅현 작가님의 사인도 받았다.)
연초에 책을 다시 읽고 '참 괜찮다는' 여운이 남을 때쯤, 우연히 작가님의 북콘서트 소식을 접했다. 우연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큰 고민 없이 티켓을 구매했다. 두 시간이라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길 수 있는 그 시간이 울림이 되길 바라며 서울로 향했다.
북콘서트는 이혜성 아나운서와 박웅현 작가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두 분의 호흡은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만큼 현장 분위기와 참 잘 어울렸다.
시작에 앞서 작가님께서 편지 하나를 꺼내서 읽어주셨다. 이혜성의 1% 북클럽에 출현한 영상을 보고 감명받은 한 학생이 작가님에게 쓴 편지였다. 그중 마지막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멋진 어른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문뜩, '멋진 어른'이라는 말이 내 마음속에 흘러들어왔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멋진 어른이 되자'라는 말로 귀결되는 그런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 온 것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곧장 들었다.
"요즘은 우리 모두가 AI도 쓰고, 유튜브도 보고, 넷플릭스도 보고, 그런데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게 정말 좋은 건지 아닌지 솔직히 확신이 안서잖아요. 그런데 검증이 끝난 것들이 여러분 앞에도 깔려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고전입니다. 이유 없이 고전이 될 수는 없어요. 여러분, 당대는 흐르고 본질은 남습니다. 고전을 궁금해 하시고, 클래식을 여러분들 몸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세요."
"흐르는 것에 너무 주목하지 말고, 남아있는 것들에 주목하자는 거죠. 저는 예전부터 궁금했어요. 왜 사람들이 이상하기 짝이 없는 피카소 그림에 난리 치고, 졸음밖에 안 나오는 곡을 연말만 되면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하는 건지 궁금했죠. 이런 궁금증이 계속 노크를 해왔던 거죠. 이런 갈증만 가지고 계신다면, 여러분들이 제 나이가 되실 때면 더 넓은 세계를 보실 수 있을 거란 거죠."
"사람도 친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음악이나 책도 마찬가지예요. 애정을 갖고 봐주지 않으면 열리지 않아요. 잘 모를 때는 감동을 짜내려고 노력해봐야 해요. 저는 그랬어요. 그림이 이해 안 돼도 계속 보면서 이건 좋은 거야 하면서, 계속 서있었어요. 그리고는 책을 찾아 공부했죠."
"내 생각에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계속 내 안에 넣다 보면 언젠가는 와요. 누가 뭐래도 내가 알면 좋을 것들을 쌓아놓으면 언제 어떻게든 써먹을 일이 와요. 스필 오버가 되게 만들면 된다고 저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스퀴즈 아웃 하지 말고, 짜내지 말고, 젊으신 분들, 여러분들 지금 짜내실 때 아니에요. 계속 계속 좋은 것을 채워 넣으세요. 그럼 어느 순간 넘쳐 날 거예요. 넘쳐나지 않으면 또 뭐 어때요. 그걸 통해서 더 좋은 사람이 됐고, 세상을 바라보는 현명한 시선을 가졌으면 됐죠."
"카르페디엠이라는 말 다들 아시죠? 순간의 최선입니다. 카르페디엠은 '뜰 앞의 잣나무'입니다. 도가 무엇입니까? 하는 물음에 스님은 이렇게 말해요. 뜰 앞의 잣나무니라. 눈앞에 잣나무가 보이면 잣나무에 집중하라는 뜻입니다. 그게 도이고, 부처는 거기에 있어요. 지금 여기입니다. 우리는 지금 여기를 살 수밖에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문장이 있어요. 한 번 들어보세요. 《지상의 양식》에서 저자 앙드레 지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는 지금 물리적 이 공간에, 시간적 이 순간에 존재한다. 나는 이 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용납할 수 없다.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우리는 너무 쉽게 용납해요. 내가 피렌체에 있었다면, 내가 10년만 젊었다면... 이런 생각들을 하는 거죠. 그래봐야 아무 소용없는걸요. 나는 지금 여기 이 순간에만 존재해요. 박웅현은 여기에 지금 하나밖에 없어요. 맞잖아요."
"불교에서는 구방심이라고도 이야기해요. 구할 구 자에 방학할 때 그 방 자에 마음 심 자, 집 나간 마음을 데리고 와라는 뜻이에요. 끊임없이 노력해서 우리를 이 순간으로 데리고 와야 해요."
"월마트를 만든 샘 월튼이라는 사람에게 기자가 질문했습니다. 그때가 불경기였는 데, 기자가 물었죠. 당신은 지금 이 불경기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했더니 이렇게 답했대요. "I decided not to join." 참 멋지지 않습니까. 저도 이런 자세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단 훌륭한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내 조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수밖에 없어요. 제가 평소에 잡고 사는 문장이 있는 데 들어보세요. 나에게 이미 벌어진 모든 일은 다 잘된 일이다. 어떤 시련이 오건, 어떤 조건이 오건 나는 거기에 긍정을 해서 거부하겠어. 그게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것도 잘 한 번 들어보세요. 여러분, 기필코 행복하세요. 이 문장도 잘 잡아보세요. 행복은 해야 하는 겁니다. 나가셔서 여러분들이 기필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멋진 어른의 인생 조언을 들으며 농도 짙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작가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내게 좋은 것들을 채워 넣는' 시간이었다. 두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을 위해 먼 길을 달려갔지만, 후회는 없었다. 내가 좋아할 것 같아서 내린 선택이었고, 또 그걸 잘 아는 내가 그 시간을 충분히 잘 즐겨주었다.
북토크에 다녀온 지 시간이 조금 지나고서야 글을 쓰고 있다. 그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요즘 고전 문학 책을 읽는 재미에 빠졌다. 예전에는 그렇게 읽기 싫었는 데, 이제야 고전의 매력이 느껴진다.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를 고집했던 내가 그 자의식에 균열을 내보고 있다. '검증된 것들이 고전'이라는 박웅현 작가님의 말씀이 조금씩 이해가 된다. 어렵다고 느껴진 것들이 삶에 스며들고 있다.
위에 글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작가님께서 해주신 말씀 중에 또 이런 말이 있었다. "항해술의 시작은 선박의 위치 파악이다." 자신의 현재 위치, 상황, 조건을 파악하는 것이 모든 것들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문장은 계속 붙잡고 있으면 언젠가 써먹을 날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멋진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좋은 것들로 인생을 계속 채워나가다 보면, 흘러넘칠 때가 되면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작가님의 말씀처럼 인생은 어떻게 될지 정말로 아무도 모른다. 찍어놓은 많은 점들이 언젠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글을 쓸 뿐이다.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거예요.
정해진 빛을 따르려고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박웅현_ 《여덟 단어》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