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를 읽고

물병처럼

by 하양민

류시화라는 이름은, 나에게 시와 책의 보증수표 같은 존재다.

이번에도 제목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집어든 책,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책은 작가가 삶의 해답과 스승을 찾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얻은 통찰을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담고 있다. 약 50여 개의 단락들은 각각 독립적인 듯 보이지만, 읽고 나면 하나의 울림으로 모아진다.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곁에 두고 천천히 읽기 좋은 책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 중 하나는 이렇다:


“늘 화가 나 있는 사람이 스승에게 말했다

‘저는 언제나 화를 내고 사소한 일에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스승은 그 원인이 오래된 상처에 있다고 말하며, 그에게 물병을 들고 서 있으라 한다.

10분 후,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그 사람은 말한다.

‘더는 들고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이렇게 말한다.

‘“문제는 물병의 무게가 아니다. 그대가 그것을 얼마나 오래 들고 있었느냐이다.’ 과거의 상처나 기억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오래 들고 있을수록 그것들은 이 물병처럼 그 무게를 더할 것이다. “


이 이야기는 내 마음 깊은 곳을 꿰뚫는 듯했다.

나 역시 알 수 없는 감정의 요동을 느끼며 하루를 보낸 적이 많았다. 운전 중에도, 길을 걷다가도, 책을 보다가도 문득 울컥해지는 순간들. 아마도 그 감정은, 오래된 기억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계속 쥐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병처럼.

그 부분을 이 책은 아주 정곡을 찔러주며 쓰다듬어주며. 바라봐준다.

그리고 이 책은 더 깊이 바라보게 되면 이해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사랑하게 된다는 걸 알려준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