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후에도 꺼지지 않는 내가 있다.

퇴근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감정의 무게

by real slow

퇴근을 해도,

일이 끝나질 않는다.


나의 몸은 사무실을 떠났지만

머리는 여전히 근무시간 안에 갇혀 있다.


“나는 왜 그렇게 했을까”


“저 사람은 왜 말을 저렇게 하지”


“혹시 내가 실수한 건 아닐까”


실수한 날이면 더 심하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내 안에서 내가 날 물고 늘어진다.

그날 들었던 말이 뇌 속에서 반복 재생되고,

사소한 표정 하나, 말투 하나가

자꾸 나를 눌러댄다.

불편한 말을 들은 날이면

땅이 꺼질 듯 한숨이 나온다.

횡단보도 앞 신호가 바뀔때도,

터벅터벅 걷는 그 순간에도,

나는 아직도 그 순간 안에 갇혀 있다.


퇴근길은 조용하고 어두운데

내 머릿속은 시끄럽고, 아프다.

기분 좋은 퇴근길이 되길 바랐는데

나는 늘 땅과 눈을 맞추며 걷는다.

무표정한 얼굴로,

무거운 하루를 어깨에 지고.

회사 밖으로 나와도,

나는 아직 회사 안에 있다.


누군가는 “일은 일일 뿐이야”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그렇게 쉽게 놓아버릴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지치고, 더 외롭다.


오늘도 집에 돌아와,

조용한 방 안에서 알 수 없는 음악을 들으며 겨우 나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일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언젠가는 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