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기 싫을 순간이 있다.
일이 너무 힘들었던 날이었다.
평소처럼 혼자 쉬면서 감정을 정리하고 싶은 날이었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그 사람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없이 옆에 앉아 있기만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잠깐이라도 그 모든 피곤함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괜찮은 척을 했다.
밝은 척을 하고, 평소처럼 웃었다.
그 사람은 눈치챘을까.
아무렇지 않게 말하면서도
사실은 괜찮지 않다는 걸, 기대고 싶었다는 걸.
그날 밤 혼자 돌아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이렇게 약해지지 않으려고 할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겁이 났다.
내가 너무 무기력해 보일까 봐,
그 사람에게 부담이 되진 않을까 봐,
그런 내가 싫어질까 봐.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그 사람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게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던 거 아닐까.
그런데 그 마음을 나누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기댄다’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사랑하면서도 거리를 남겨두는 건,
어쩌면 나를 지키기 위한 버릇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젠가 말해보고 싶다.
“오늘은 그냥, 너 옆에 있고 싶었어.”
그 한마디로도 충분한 날이 있다는 걸
나 자신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조금씩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