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 골짜기의 친구들
초딩이 시절에 즐겨 읽던 책들 중에 계몽사에서 나온 <어린이 세계 명작 동화> 시리즈가 있다. 그중에는 <사자와 마녀>라는 제목의 동화도 있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것은 그 유명한,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중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었다.
그 외에 <강아지 이달고>와 <거인의 바위굴>, 그리고 <두 자매>나 <유쾌한 호우머>등의 볼거리 가득한 동화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토베 얀손 여사의 <즐거운 무우민네>였다.
이 역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즐거운 무우민네>는 무(우)민 시리즈들 중의 한 편(마법사의 모자와 무민)이었고, 그것 말고도 7편이나 더 있었다(적어도 우리나라에 출판된 것이 그렇다. 7편보다 더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무민골짜기에 나타난 혜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지고 있다.
이 동화에는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무민트롤, 아빠 무민, 엄마 무민, 스노오크 아가씨, 헤물렌 아저씨, 스니프, 훔퍼, 필리정크 아줌마, 닌니, 꼬마 미 등등....
이들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바로 <스너프킨>이다. 저자는 스너프킨을 이렇게 소개한다.
무민트롤의 가장 친한 친구로 자유로운 생활을 좋아하며 늘 방랑을 즐깁니다. 하모니카를 잘 불고 시상이 떠오르면 시를 지어 노래를 부르는 타고난 예술가지요.
아, 어렸을 때 얼마나 스너프킨을 좋아했던지!
그리고 작금의 나는 진짜 스너프킨의 삶과는 얼마나 거리가 먼지. 나를 소개한다면, 아마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의 가장 친한 친구로 자유로운 생활과 방랑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늘 방구석에 찌그러져 은둔합니다. 하모니카는 쪼끔 불줄 알고, 시상 따위는 전혀 떠오르지 않을뿐더러 음치이므로 시를 지어 노래를 부르는 일은 결코 없는, 타고난 애술가지요.>
애술가. 또는 애주가.
저자 토베 얀손이 직접 그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삽화는 아래의 것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무민트롤과 스너프킨이 목책에 사이 좋게 앉아 있는.
무민 시리즈 중, <무민 골짜기의 친구들>에서 스너프킨이 나오는 부분을 조금 소개한다(스포일러 주의).
이 동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4월도 거의 끝나가는 어느 날 맑고 고요한 해거름이었어요. 스너프킨은 북쪽으로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 아직도 눈이 희끗희끗 남아 있는 언덕에 이르렀어요.
스너프킨은 무민 마을을 떠나 툭하면 홀로 여행을 떠난다(그래서 때론 절친인 무민트롤이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스너프킨은 고독을 즐기는 낭만주의적 예술가다.
스너프킨은 발걸음이 가뿐했어요. 배낭도 텅 비다시피 했고, 마음속에도 근심 하나 없었거든요. 스너프킨은 숲도 날씨도 모두 다 마음에 들었어요.... 중략....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는 해님이 자작나무 가지 사이에서 빛났고, 서늘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고 있었어요.
자연 친화적 성향의 스너프킨은, 자연에 영감을 얻어 창작을 하려고 한다.
'노래를 만들기에 딱 좋은 저녁이야. 새로운 가락을 하나 지어볼까? 첫 소절엔 희망을, 가운데 두 소절은 봄날의 슬픔을, 마지막 소절에는 혼자 걷는 크나큰 기쁨을 담아서 말야.'
스너프킨은 며칠 동안 새 노랫가락을 머릿속에 담아 두었지만, 아직 소리 내어 불러보지는 않았어요. 노랫가락이란 원래 다 됐다 싶을 때까지 머릿속에 무럭무럭 자라게 내버려 둬야 해요. 그런 후에는 하모니카를 입에 갖다 대기만 해도 온갖 가락들이 저절로 흘러나오게 마련이거든요.
스너프킨은 완성된 가락들을 친구인 무민트롤에게 들려줄 상상을 하며 즐거워한다.
'무민 골짜기에 도착하면 다리 난간에 앉아서 이 노래를 불러야지. 그럼 무민트롤이 '야, 좋다. 정말 좋다!'라고 말해 주겠지.'
이 얼마나 순수한 음악적 동기인가?
예전에 한 친구와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야! 네가 과연 무인도에서도 그렇게 열심히 기타 연습을 할까?"
"당근이지."
"아무도 들어주는 이가 없는 데도?"
"그럼. 예술은 자기만족적인 거야.
"칫, 행여나 그러겠다."
17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 친구의 말이 옳은 것 같다. 들어주는 이가 없는데 소리 내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으랴.
시집을 독자에게 출간하는 일조차 인정욕의 하나로 여겨 출간을 저어하는 시인도 있었고, 평생을 바쳐 그린 서화를 죽기 직전에 불태워 감상자와의 소통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세속적 인정욕이라는 세속적 욕망을 놓아버렸다는 예술가의 이야기도 있다(이문열의 <세하곡>). 나로서는 예술가의 그런 '난 체'하는 태도가 조금은 불편하다. 이에 비해 스너프킨의 욕망은 참으로 소박하다.
어쨌거나, 스너프킨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친구 무민트롤 생각에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그 순간, 스너프킨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말았답니다. 갑자기 마음이 뒤숭숭해진 거예요. 그래요, 무민트롤 때문이었어요. 자나 깨나 스너프킨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무민트롤. 말로는 "그래, 스너프킨. 넌 자유로워야 돼. 그러니 네 길을 가. 난 널 이해해. 넌 정말 이따금 혼자 있는 것이 필요해"라고 하면서도 스너프킨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무민트롤 때문이었지요. 무민트롤의 눈은 스너프킨을 향한 그리움으로 늘 새까맣게 젖어 있었지만, 아무도 위로해 줄 수가 없었어요.
창작에 고독은 필수라는 걸 잘 이해하고 있는 스너프킨.
그래도 친구는 필요해.
스너프킨은 "휴우!"하고 한숨을 쉬고서 다시 걸음을 재촉했어요. '무민트롤은 마음이 참 따뜻한 애야. 하지만 지금은 무민트롤을 생각하면 안 돼. 오늘 밤엔 혼자 조용히 새 노래를 만들어야 돼. 오늘은 오늘이니까.'
그리하여 스너프킨은 자연을 모방하여 새로운 가락들을 만들어내려고 집중한다.
'새 노래에 시냇물 소리도 담아야겠어, 후렴 부분에다가.'
돌멩이 하나가 작은 폭포 근방에서 떼구루루 구르자 시냇물의 노랫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어요.
"좋은데? 바로 이거야. 흐르다가 갑자기 변화하는 거. 시냇물의 노래를 자세히 들어봐야겠어."
이윽고 땔감을 구하러 전나무 숲으로 들어간 스너프킨은 누군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걸 본다. 그러나 무시하고 밥을 지어먹기 시작한다.
스너프킨은 마른 나뭇가지들과 잔가지들을 주워다가 시냇가에 모닥불을 피웠어요. 스너프킨은 자기 밥은 자기 손으로 지어먹어요.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남한테 밥을 지어 주지도 않고, 또 남의 식사에 끼지도 않지요. 식사를 같이 하면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까요.
식사를 마치고 시냇가에서 설거지를 하던 스너프킨은 몸집이 아주 작은 '크리프(Creep)'를 발견한다. 아까 휙~하고 눈앞을 지나간 놈이다. 크리프는 겁먹은 표정에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스너프킨을 멀뚱멀뚱 쳐다본다. 스너프킨은 모른 체하면서 다시 곡을 쓰려고 하지만, 기다리는 노래는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가 쳐다보면 창작이 잘 안 된다는 걸 깨닫는 순간,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창작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스너프킨은 크리프를 내쫓으려고 하지만, 호기심 많은 크리프는 수줍어하면서 스너프킨에게 다가온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 난 네가 누군지 알아. 너, 스너프킨이지?"
그리고는 시내로 곧장 걸어 들어와서 참방참방 물을 건너기 시작했어요.... 크리프는 두세 차례 발을 헛디뎌 물속에서 허우적댔어요. 하지만 스너프킨은 기분이 상해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았지요.
야윈 몸집의 가엾은 크리프가 드디어 땅으로 올라와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말했어요.
"안녕? 만나서 정말 반가워."
스너프킨은 시큰둥하게 대답했어요.
"그래, 안녕?"
크리프가 물었어요.
"저기, 불 좀 쬐도 될까?" 물에 젖은 크리프의 조그만 얼굴이 행복하게 반짝였어요.
크리프가 말한다.
"한 번 생각해 봐. 이제 난 스너프킨하고 모닥불가에 나란히 앉아 본 크리프가 되는 거야. 난 이 일을 절대로 잊지 못할 거야."
스너프킨은 짜증이 났어요. 노래도 달아나버리고, 쓸쓸함도 사라졌어요. 이제 모든 것이 달라져 버렸어요.
크리프가 천진하게 말했어요.
"나한테 신경 쓰지 마. 그러니까, 나 신경 쓰지 말고 하모니카를 불고 싶으면 마음껏 불라고. 사실 난 노래가 너무너무 듣고 싶었어.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거든. 하지만 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고슴도치랑 토플이랑 우리 엄마가 다 얘기해 줬어.... 토플은 널 본 적도 있대! 넌 모를 거야... 여기서는 하루하루가 다 그냥 그래... 하지만 우린 아주 많은 꿈을....."
스너프킨이 물었어요.
"이름이 뭐니?"
스너프킨은 오늘 밤은 다 틀렸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나니까 이야기하기가 한결 편해졌어요.
크리프가 얼굴을 반짝이며 말했어요.
"난 너무 작아서 이름이 없어. 사실, 여태 누가 나한테 이름을 물어본 적도 없어. 그동안 얘기로만 전해 듣고 한 번 만나 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던 널 만나기만 한 것도 기쁜데, 지금 네가 나한테 맨 먼저 물어본 말이 '이름이 뭐니?'라니! 저어... 그럼... 있잖아..... 귀찮을지도 모르겠지만 네가 나한테 이름을 지어 줄 순 없겠니?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이름으로. 지금, 오늘 밤에 말야."
크리프의 부탁에 대한 스너프킨의 답변.
"누구를 너무 좋아하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없어."
크리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하여 말을 걸고, 스너프킨은 까칠하게 답변한다. 귀찮기도 하지만 악상이 날아가 버리는 게 안타까워서다. 스너프킨은 이런 생각을 한다.
'왜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거야? 얘기할 때가 되면 어련히 해줄까 봐. 이제 새로운 노래도 끝장나 버렸어. 다시 떠올리려 애를 써도 내 이야기밖에 안 떠올라.'
스너프킨이 침묵을 지키자 눈치를 챘는지 크리프는 작별 인사를 한다. 크리프가 떠나려는 순간, 미안함을 느낀 마음 약한 스너프킨은 크리프를 불러 세운다. 그리고는 크리프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 준다.
"아, 잠깐만. 네가 지어 달라고 한 이름 말인데, '티튜'라고 하면 어떨까? '티튜'라고 하면 가벼운 듯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느낌이 들잖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쥐새끼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크리프 티튜가 되었다
크리프는 몇 번이고 '티튜'를 되뇌더니 몸을 획 돌려 들장미 덤불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스너프킨은 그를 불러보지만 숲 속은 고요하기만 하다. 스너프킨은 생각한다.
'그만하면 됐어. 남들한테 늘 다정하게 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지. 그래도 이름을 지어 줬잖아.'
그리고는 다시 창작에 집중하지만 여전히 노래는 떠오르지 않는다.
... 노랫가락은 이미 너무 멀리 달아나 버렸어요. 어쩌면 스너프킨은 그 가락들을 다시 떠올리지 못할지도 몰라요. 스너프킨의 귓전에 울리는 것이라곤 크리프의 목소리밖에 없었어요. 크리프의 애절하고도 겁먹은 목소리가 귓전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아침이 밝자 스너프킨은 길을 떠난다. 그러나 울적한 기분 탓에 여전히 노랫가락은 잡히지 않는다.
스너프킨은 크리프의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크리프가 한 말들과 스너프킨 자신이 한 말들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생생하게 떠올랐어요.... 스너프킨은 화가 나면서도 그러는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내가 왜 이러지?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어디가 아픈 걸까?
스너프킨은 이제 더 이상 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오후가 다 지나도록 왔던 길을 되짚어갔지요.
스너프킨은 기분이 좋아졌어요.... 짧은 노랫가락들이 귓전을 휙휙 스쳤지만 스너프킨은 그걸 붙잡을 겨를이 없었어요.
스너프킨은 처음 크리프를 만났던 장소로 돌아와서 "티튜! 티튜!"하고 소리쳐 부른다. 땅거미가 질 때까지 부르고 다니지만 크리프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스너프킨은 초승달을 보자 마음이 갈팡질팡 했어요.
'초승달이 떴으니, 소원을 빌어야지.'
스너프킨은 이럴 때 대개 새 노래를 만들게 해달라고 빌었고, 이따금은 새로운 곳을 여행하게 해달라고 빌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소원을 빌 작정이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티튜를 만나게 해 주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쳤답니다.
소원을 빈 뒤에 숲 속 언덕으로 올라간 스너프킨은 소원대로 티튜를 발견한다.
"티튜! 나, 너랑 이야기하고 싶어서 돌아왔어."
"안녕. 마침 잘 왔다. 너한테 보여 줄 게 있었거든. 이것 좀 봐! 문패야! 내 이름이 새겨진 문패. 내가 집주인이 되면 문에 내다 걸려고 만들었어."
"그래, 정말 멋져! 이젠 네 집도 생기겠구나?"
"물론이지. 벌써 이사 와서 살기 시작한 걸! 이렇게 기분이 좋을지 몰랐어! 너도 알겠지만, 이름을 갖기 전에도 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일들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어. 그런데 내 주위의 모든 일들이 다 그냥 그랬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었지만, 나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었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그리고는 스너프킨이 대꾸할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말했어요.
"하지만 난 이제 어엿한 이름이 있어. 따라서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어. 모든 일이 그냥 전처럼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 티튜한테 일어나는 것이 되었으니까. 이제는 티튜가 어떤 문제에 대해 이렇게 혹은 저렇게 생각하게 된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프랑켄슈타인도 자신이 창조한 '괴물'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면 좋았을걸.
정체성을 획득한 티튜.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티튜는 스너프킨에게 와서 꽃이 되는 대신, 혼자 잘 지내는 자립형 크리프가 되었다.
스너프킨이 대답했어요.
"알다마다. 잘 됐구나."
그러자 티튜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서 덤불 속으로 도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스너프킨이 말했어요.
"나 지금 무민트롤에게 가는 길이야. 무민트롤이 너무 보고 싶어서 말이야."
"정말이야? 무민트롤이 보고 싶어? 잘 됐네."
"가기 전에 네가 노래를 듣고 싶어 할 것 같아서. 아니면 그냥 이야기라도."
티튜가 덤불 속에서 고개를 쏙 내밀고 말했어요.
"이야기? 음, 좋아. 그런데 조금 있다가 들으면 안 될까? 난 지금 굉장히 바쁘거든. 괜찮지?"
티튜의 밤색 꼬리가 히스 덤불 숲 속으로 사라졌어요. 얼마 후에 티튜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잘 가. 그리고 무민트롤에게 내 안부 좀 전해 줘! 난 힘껏 바쁘게 살아야 해. 이제까지 낭비한 시간이 너무 많거든!"
그러고 나서 티튜는 아주 사라졌어요.
스너프킨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중얼거렸어요.
"그래, 나도 이해해."
잠시 뻘줌했지만, 그래도 자신처럼 잘 지내는 티튜를 보고 흐뭇해진 스너프킨.
스너프킨은 땅바닥에 벌렁 드러누워서 봄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스너프킨이 똑바로 올려다본 곳의 하늘은 검푸른 빛이었고, 나무들 머리 위의 하늘은 푸른 파도빛이었어요. 스너프킨의 머릿속 어딘에선가 봄노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어요. 첫 소절에는 희망이, 가운데 두 소절에는 봄날의 슬픔이, 그리고 끝 소절에는 혼자 있을 때 느끼는 비길 데 없는 즐거움이 담겨 있는 노래였지요.
이렇게 <무민 골짜기의 친구들>에서 스너프킨의 장은 끝을 맺는다.
-2011.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