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작하는 할머니
방금 대성상회 우인순 여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생일 축하한다고....생일은 이미 일주일 전에 지났다고 했습니다.
"뭔 소리고? 내가 니를 9월 8일에 낳았는데..."
"뭔 소리고? 내가 9월 2일에 나왔는데..."
"그라믄 니 6일동안 우찌된 기고?"
하십니다.
작년까지 음력 생일을 지내다 올해부터 양력을 챙기기로 해서 노모의 기억에 오류가 생긴 모양입니다.
경상도 면소재지, 면사무소 옆 다방과 약국 사이 그러니까 나름 다운타운에서 50년간 대성상회를 운영하다 작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나 고만할라요!" 외친 우인순 여사는 현재 은퇴 라이프에 푹 빠져있습니다.
우인순 여사가 소띠인뎁쇼, 그러니까 지피티한테 물어보니 76세라 합니다.
26살 첫아이가 돌 때부터 대성상회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내가 돈이 읍써가지고..보루꾸 집을 몬 지었어. 날림으로 2층 집을 대충~~" 으로 시작하는 여사의 돌림노래에 의하면, 생긴 것만 미끈한 남편을 만나 과자 두서너 개, 음료수 몇 개 등 물건 한 리어카를 얻어와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먹고살라고 그랬는지 딸아이는 순하기가 말로 할 수 없었답니다. 맨날 눕혀놓으면 천장을 그리 말뚱거리며 보고 웃고 했답니다. 지금도 그 딸의 뒤통수가 깎인 절벽같은 것이 꼭 사과 반 쪼개놓은 것 같습니다. 납작한 쪽이 뒤통수입니다. 실상 그것은 뻥도 과장도 아닌 사실이라, 애석합니다.
"대성상회 새대기"라 불리던 우인순 여사는 40년, 50년이 지나도록 "대성상회 새대기"라 불렸습니다. 40년 전 드라마에서 "똑순이"로 불리던 배우가 여전히 "똑순이" 인 느낌 아시겠죠? 물론 혹자는 "대성상회 할머니" 또는 "대성상회 사장님"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76년 인생에서 우인순 여사는 뭘 해도 '대성상회'가 붙습니다. 이쯤되면 호가 '대성상회'라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대성상회 우인순.
우인순 여사가 대성상회를 집어치웠다고 대성상회 우인순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어쨌든 "이노무꺼.." 를 끝냈습니다. 지금은 주 5회 문화센터, 노인대학을 나갑니다. 시골 촌동네 뭔 배울 데가 그리 많은지 대한민국 복지 정말 끝내줍니다. '세금만 쎄가 빠지게 내고, 받아 묵는 거도 읎따'고 읊던 여사는 주 7일 공짜 버스를 타고 다닙니다. 아쿠아댄스, 댄스스포츠, 줌바 등 주로 찍고 흔드는 강좌부터 실버요가, 노래교실까지 알차게 배웁니다. 장사하느라 제 때 못 자고, 제 때 못 먹을 때도 암시롱 안 했던 체력이 문화센터 다니느라 소진되었는지 "아따, 대다."가 입에 붙었습니다. 그런 말이 있지요? 백수가 과로사한다고.....(대한민국 백수님들 파이팅입니다.)
50년 장사하던 집념으로 뭐 하나 대충하는 법이 없는 정열의 우인순 여사가 요즘 푹빠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마작입니다. 필자는 마작이란게 예전 홍콩 영화에나 나오는 거지 뭘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앉아서 하는 것 중에 젤로 도파민 터지는 게 마작이다,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설로 인간이 서서 하는 것 중에 골프가 젤로 재미나고, 누워서 하는 것 중에는 그거, 거시기 그거 랍니다. 고상한 독자님들 예상이 맞습니다. 누워서 폰 보기.ㅎ)
치매 예방을 위해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고스톱을 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우인순 여사는 예사로운 것을 경계하십니다. 남들 다 하는 거, 내가 해봤자 합류하는 모양새인 것. 요런 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핸드폰 게임 마작이었나 봅니다. 그래도 그렇지요. 마작이라니요,
"전설적인 점수 27000. 레벨 291." 자랑스런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네 시간동안 마작을 했답니다. 뭐든 고수가 되려면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답니다. 경이로운 스코어(필자는 이게 얼만큼의 레벨인지 알지 못하지만 격앙된 우인순 여사의 목소리로 짐작할 따름입니다.)를 위하여 허리 따위 아작 냈습니다. 뻑뻑한 눈알은 빠져 도망간지 오래랍니다. 그럼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기에 영광스런 점수를 받았다고 자랑합니다.
이 할머니가 딸내미 고등학교 때 만화책 본다고 파리채 휘두르던 그 할머니? 예, 맞습니다.
마작하는 할머니, 뭐 어떻습니까? 물론 난 치고, 수 놓고 하면 더 좋았겠지요.
일생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당당했고, 후회없었기에 어떤 일이든 무슨 취미든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겠지요? 노는 것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지요. 우인순 여사의 은퇴 라이프를 응원합니다. 사랑합니다. 오래토록 건강하게 마작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