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1은 아주 클래식한 이야기의 영화였고 그에 걸맞는 액션과 연출로 크나큰 사랑을 받았다.
재벌3세와 연관된 마약, 폭행, 범죄 등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대중들에게 뉴스를 통해 전달되고 익숙한 이야기이다. 권선징악 이라는 베테랑의 테마와도 매우 잘 맞는 클리셰적인 소재였고,
류승완 감독은 그에 맞게 유아인과 황정민의 기깔난 연기와 통쾌한 액션연출로 알고도 못 당하는 영화로 만들어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나도 매우 재밌게 보았다.
그래서 베테랑2에 대한 기대도 꽤 큰 편이었다. 또한 D.P. 에서 연기를 너무 잘했던 정해인이 출연하다고 해서 더욱 기대를 했으나 결론적으로 베테랑2는 매우 실망했고 재미없었다.
실망한 포인트는 크게 두가지였다.
먼저 각본
이 영화는 요즘 사회에서 대두되는 자극적인 소재란 소재를 다 끌어모았다. 사적제재, 학교폭력, 렉카유튜버들 등등.
이런 소재들은 이미 다양한 매체와 작품에서 다뤄졌기에 참신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재미를 이끌어내기엔 충분히 좋은 소재들이다.
하지만 이 3가지가 조화롭게 어루어지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서도철의 캐릭터를 1편에서부터 연결성을 가져가면서 더 확장되는 느낌을 가져가고자 학폭이란 소재를 통해 아들간의 관계를 , 사적제재라는 소재를 통해 서도철 개인의 정의에 대한 고찰을 이끌어내려고 했으나
문제는 이 두가지가 너무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해치’라는 인물을 통해 사적제재가 과연 옳은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좋았으나 여기에 서도철 아들의 학폭은 전혀 어울리지가 않았다.
마지막에 ‘해치’였던 정해인이 서도철의 아들을 붙잡아오면서 두 이야기가 이어지게 되는데, 애초에 맞지가 않는 두 이야기를 이어려고 하다보니 마지막 하이라이트 전에서의 상황은 너무나도 작위적이었다.
서도철의 아들이 결국은 서도철을 협박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다보니 굳이 학폭이라는 서사가 쓸모없어지는 전개였다.
차라리 나라면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썼을 것 같다. 정해인이 가해자들로부터 아들을 구해주고 난 뒤,
자기가 그동안 당하고 살았던 폭력에 대한 분노, 복수심에 눈이 먼 아들에게 사적제재를 하게끔 비뚤어진 정의감을 부여 하게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사실을 서도철에게 알려 너의 아들도 결국 ‘해치’와 똑같이 사적제재가 옳다고 생각하게 되버렸다, 그래서 너가 ‘해치’를 붙잡게 되면 너의 아들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다 라는 식으로 서도철을 협박하고, 서도철은 결국 그 마지막 상황에서, 영화내내 고민했던 사적제재에 대한 의미에 답을 내리고,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는 것은 옳지 못하며 살인에 좋고 나쁨은 없다 라는 메세지와 함께 아들을 구원하며 정해인을 무찌르는 그런 결말이었다면, 학폭과 사적제재의 연관성도 만들어주고 영화 자체가 좀 더 통일성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연출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던 각본에서의 문제는 사실 베테랑같이 거대한 상업영화의 특성상 깊게 다루기 어려웠을 것이기 떄문에, 연출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대중들이 베테랑이란 영화에 사적제재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 그에 대한 해답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기 떄문이다.
이런 상업영화에서 도입부는 매우매우 중요하다.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영화의 이야기를 시작하여 끌고나가는 힘을 주어야하는데, 주부사기단 씬부터 깜짝 놀랬다. 너무 구린 슬로우모션 연출이 남발하길래 얼마전에 밀수 찍은 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차라리 베테랑1이 더 세련됐다고 느낄 정도였다.
내가 유튜브나 다른 사람들의 후기등을 보면 그래도 액션씬은 괜찮았다 라는 평이 많던데 거기에도 전혀 공감을 못하겠다.
당장 전작 밀수에서는 조인성의 액션씬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을 정도로 이쁘게 잘 뽑아냈는데 베테랑2에서는 전혀 매력적인 액션씬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정해인이 보여주는 남산타워 추격씬은 좀 색다르긴 했으나 파쿠르의 특성을 잘 살리는 그런 연출은 아니었으며, 액션이 좋다기 보다는 가짜 해치의 정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주는 긴장이 액션보다 더 큰 씬이었다. 대사도 1편의 대사들을 그대로 보여주거나 하면서 전작과의 유기성과 그 쾌감을 살리려고 한거같은데 연출과 각본이 받쳐주지 않으니 영 맛이 살지 않고, 오히려 그런 대사들을 치는게 뜬금없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베테랑 이라는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인 통쾌함이 너무나 부족했다. 캐릭터의 이야기를 제대로 짜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의 최종 빌런은 ‘해치’ 정해인 이다. 서도철이 영화 내내 사적제재에 대한 고찰, 정의가 무엇인지, 살인에 착하고 나쁜게 있을 수 있는것인지 고민하는 (이것마저도 매우 얕다) 장면들을 넣어놓고, 결국 그 해답을 내린채 살인은 다 나쁜거지 라고 정해인을 때려잡지만, 정작 정해인은 사적제재와는 크게 연관이 없는 인물이다. 정말 이 사회의 정의가 잘못되어 바로잡기 위해서 살인을 하기 보다는, 살인을 하고 싶은데 그냥 하면 잡히니까 사적제재라는 사회적 현상을 이용하는 단순한 쾌락살인마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렉카유투버들이 만들어준 ‘해치’라는 벽에 몸을 숨긴채 살인을 하는 사람이기에, 이를 방조한 렉카유투버들 또한 관객에게 있어서 '빌런'이다. 그런데 범죄자에게 발과 날개를 달아준 렉카유튜버는 그저 정해인의 인질 역할로 전락해버리고, 오히려 정해인으로부터 구해짐(?) 을 당하는 역할로 되어버리니, 후반부 씬에서 최고조를 찍어야 할 통쾌감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결론은 많이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베테랑 1처럼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고 싶었으면 가볍고 경쾌한 연출로 밀고 갔어야 되는데, 1편보다 더 무거운 주제를 들고와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루는데, 연출마저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고 오히려 촌스러운 연출을 보여주다 보니 의미도 재미도 없는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버렸다.
베테랑2를 보고나니 오히려 부당거래가 다시 보고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