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느릿느릿 걸어 에딘버러

(제 11회 항공문학상 우수상)l

by 연명지
20250519_123112.jpg





골목은 사람들의 심장이다


오래전 골목은 여행자들을 부르고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소란스럽다 사람들과 어울려 골목을 떠나지 못하는 이름들, 여행자들의 마음속으로 차오르는 불안, 몇 방울의 눈물로 조용히 안식을 찾는 곳


금작화를 따라 걸으니 전생에 나는 저 골목 어디선가 작은 다락방을 들락거렸던 것 같다. 올드타운의 좁은 골목길 아픈 비밀이 살던 곳, 참새떼가 노랗게 무리지어 앉은 골목으로 전생의 미묘한 울림이 찰랑댄다


누군가의 목소리로 Auld lang syne*이 불려지고 골목의 심장이 되어버렸다


스코틀랜드 민요가 한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애국가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를 가져와 우리를 폭풍으로부터 지켜준 음률을 따라 부른다


일상의 소음이 들리는곳, 그곳으로부터 떠나온 사람들이 서운한 골목을 돌아 나온다 시간이 그들 이름 위로 흐르고


한 번도 류마티즘에 걸린 적 없는 우람한 나무들이 성체를 지키며 속삭인다 당신들은 사라지지 않았어 다만 보이지 않을 뿐,


병사들의 혼령을 수령한 골목으로 유럽 금작화 노랗게 기울고 있다


Auld lang syne*: 스코틀랜드 민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술사는 모자를 쓰고 ( 글로벌 네이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