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헤르만 헤세

Dec 2025

by Song Gidae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서로 상반된 성격의 소유자다. 나르치스가 단단하고 뿌리깊은 나무이며 굳건한 믿음을 가진 사제로써의 통찰력을 겸비하고 있다. 사람들이 쉽게 대하지 못하게 만드는 인상과 거만함을 가진 성격을 가진 인물이 나르치스라면 골드문트는 그런 나르치스나 수도원장같은 부류가 되고 싶어하지만 기름과 물처럼 사실은 절대로 섞일 수 없는 자유분방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마굿간의 말들과 대화를 하고 창의적이며 외부의 세상 사람들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청년이다.


책은 맨 처음 간단하게 나르치스에 대해 소개를 하며 시작한다. 나르치스는 수도원장과의 대화에서 겁도 없이 그에 대해 자기가 꿰뚫어보는 것에 대해 말을 하며 타고난 능력을 과시한다. 수도원장은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느정도 사실임을 인정하며 그를 눈여겨 보게 된다. 그리고 나르치스는 사제복을 받기도 전에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받을만큼 학문에도 뛰어난 사람이기 때문에 소위말해 엘리트 코스를 밟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등장하는 골드문트는 수도원에 도착해서 문지기와도 쉽게 친해지고 마굿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질만큼 사교성이 좋다. 그의 아버지는 골드문트를 수도원에 맡기고 떠나며 자신의 아이가 이 곳에서 잘 성장하여 사제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고 골드문트 또한 그게 일생의 목표이고 운명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수도원 생활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골드문트는 단번에 나르치스와 수도원장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 둘을 존경하며 수도원 생활을 지속한다.


골드문트의 남다른 매력을 알고있는 나르치스또한 그와 친해지고 싶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본인의 위치때문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지만 그 둘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 하지만 깊은 우정을 쌓는다. 골드문트를 꿰뚫어보는 나르치스는 골드문트의 이야기에 대해 무언가 퍼즐이 맞춰지지 않는 느낌을 받고 추궁하듯 대화를 나누다가 골드문트가 어머니의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것을 알게되고, 그가 결코 수도원의 사제로써 생을 살아갈 수 없는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골드문트 또한 처음에는 나르치스의 끈질긴 대화에 기분이 상하고 불편해했지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것을 꺠닫고, 수도원 밖에 약초를 캐러 나갔다가 만난 집시에게 사랑을 느껴 그 길로 수도원을 떠나게 된다.


그 뒤로 골드문트는 몇 해를 걸쳐 길위에서 살아가며 머물게 되는 곳에서 만나는 여인들의 욕정을 풀어주고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도 하며 여행을 계속하는데 남편이 있음에도 골드문트에게 빠지는 어쩌면 먼저 나서서 유혹하는 이 여인들과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유혹을 하거나 유혹에 응하는 골드문트는 잠시였지만 그래도 수도원에서 있었다고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파렴치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해나간다. 골드문트는 사랑에 목마르고 육체적 쾌락에 목마른 유부녀들이 처녀들에 비해 비교적 쉬운 대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녀들은 쉽게 유혹하지만, 어느 성에서 머물게 되었을 때, 기사의 두 딸들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며 그녀들로 부터 이상과의 관계가 한순간의 쾌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조금이나마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국 기사 즉, 그 두 여인의 아버지에게 그 사실이 들통나게 되며 불행 중 다행으로 목숨을 빼앗기지 않고 단지 쫓겨나게 된다. 첫째딸이었던 뤼디아에게 받은 금 한닢을 가슴속에 곱게 간직하고 다시 몇해의 계절을 보내고 빅토르라는 한 남자와 동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길 위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괴로워하던 중 그 금을 뺴앗으려던 빅토르를 살해하는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삶이 그를 이끄는 대로 떠돌던 중에, 어느 한 수도원에서 아름답게 조각된 마리아 여신상을 보고 마음을 뺴앗겨 그 길로 그 여신상을 조각한 니클라우스라는 스승을 찾아가 제자도 아니고 조수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서 조각을 배우기 시작한다. 몇 해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마침내 작업하던 나르치스를 닮은 요한 상을 마무리하고 이 작품에 깊은 감명을 받은 니클라우스는 장인 증서를 수여받게 하고 그를 그의 후계자, 그리고 딸의 남편감으로도 생각하지만 골드문트는 떠나야 한다는 갈증에 결국 그 곳에 매여있지 못하고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번에도 굶주림과 추위, 몇번의 겨울과 여름을 보내며 어느 한 마을에서 들어섰을 떄 난데없는 공격을 받게 되는데,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오두막에서 흑사병을 마주하게 된다. 인기척이 없음을 느끼고 들어선 집에서 불쾌한 냄새와 함께 바닥과 침대에 뒹구는 한 가족의 시체를 발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마을을 돌며 흑사병으로 인한 피해를 직접 목격한다. 길에서 만난 로베르트는 사람이 있었는데 골드문트를 리더로 인정하며 따라다니지만 겁이많고 못미더운 사람일 뿐이었다. 그리고 흑사병이 창궐하는 마을에서 살아남아있는 레베카라는 여인를 데리고 이 셋은 작은 오두막에서 잠시 머무르며 흑사병이 잠잠해질 때까지 함께 생활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레베카또한 흑사병에 걸리게 되고, 그로 인해 로베르트도 떠나가며 골드문트는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잃는 것에 대해 슬픔을 느끼게 된다.


떠돌아 다니며 받은 영감들을 예술로 실체화 하고 싶다는 욕망에 스승이었던 니클라우스를 찾아 다시 예전의 그 마을로 돌아가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고, 아름다웠던 그 딸 아그네스는 흑사병으로 인해 허리는 굽었고 얼굴은 추해졌다. 더 이상 작업실이 없다는 생각에 절망에 빠져 돌아다니다가 다행히 예전에 머물렀던 하숙집 딸이었던 마리아의 도움으로 거처를 마련하고 슬퍼하던 것도 잠시 이번에는 백작의 정부였던 에바라는 여인에게 홀딱 빠진다. 성까지 숨어들며 밀회를 즐기던 그는 결국 백작에게 걸려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는 절망에 빠져 다음날 아침 교수형에 처하게 되어지만 다행히 어느 신부가 그를 보고 고해성사를 받겠다며 다음 날 아침으로 그의 처형을 미룬다. 자신의 불쌍한 처지를 한탄하며 절망에 빠져 슬퍼하던 골드문트는 억누를 수 없는 살고자하는 욕망에 팔에 묵여있던 줄을 끊고 다음날 아침에 고해성사를 받을 신부를 죽이고 변장해서 탈옥을 할 계획을 짜게 된다.


하지만 운명은 야속하게도 하지만 다행히도 골드문트의 오랜 친구인 나르치스와 만나게 한다. 고해성사를 받을 신부는 바로 나르치스였으며 그는 백작에게 골드문트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그와 함께 수도원으로 돌아간다.


몇십년에 걸친 우정은 다시 만난 두 사람사이에 여전히 따뜻하고 아름답다. 골드문트는 늘 나르치스를 생각했고 나르치스 또한 늘 그를 염려해왔다.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온 골드문트는 조각을 하고 수도원장이 된 나르치스는 그와의 대화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즐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한 작품을 만들어 놓고 골드문트는 갈증에 못이겨 다시 또 홀연히 길을 떠나지만 이번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오고, 또 돌아왔을 때 그는 이미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골드문트는 병상에 누워 나르치스와 삶을 돌아보며 그동안의 추했던 자신의 삶에 대해, 행복했던 시간들에 대해 얘기하고 나르치스 또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골드문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게 된다.


이 책을 일고 줄곧 골드문트의 삶에 공감이 되었다. 골드문트와 같이 쾌락을 쫓지는 않았지만 나 또한 어린시절 여행을 다녔고 사람들을 만났다. 나르치스가 겪었을 어려움과 걱정,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느꼈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나르치스는 책이 끝날 때쯤 골드문트의 삶과 자신의 삶에 대해 사색을 하고, 어쩌면 골드문트의 삶또한 그 나름대로는 신에게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며 꼭 나르치스 혹은 골드문트와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삶은 너무나도 극과 극이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너무 지나칠 수 있다. 골드문트에게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삶의 흐름에 나를 내 던지는 것, 물론 그 또한 머리가 하얗게 변할 때는 많은 것이 달라져있었다. 그리고 나르치스에게선 절제하는 삶,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높은 소나무처럼 곧은 길을 가는 것을 배울 수도 있다. 우리는 대부분 그 둘 사이 어느 한 지점을 살아가고 있을테고 그 또한 그 나름대로 멋진 삶이다.


알베르 카뮈는 소설은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질문을 드러낸다라고 했다. 나는 그럼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과연 이 책은 나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고 헤르만 헤세는 어떤 것을 독자인 우리에게 전달하려 하는가, 드라마틱했던 골드문트의 삶을 통해, 그리고 나르치스와의 우정을 통해 나는 답이 없는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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