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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구 Apr 05. 2024

구르는 돌이 멈추는 곳

나만의 자리를 찾아서

난 가끔 생각이 많아질 때 산을 찾곤 한다.

자연은 언제나 아무 대가 없이 품을 내어준다.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어느 하루는 산 중턱에 멋지게 자리 잡은 커다란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저 바위는 어떻게 저곳에 자리를 잡은 걸까.

산 위에서 굴러내리는 돌이 멈춘 곳은 어디일까?

그곳은 돌이 가장 편하다고 느끼는 곳이다. 

그렇다면 돌은 왜 거기서 편안함을 느낄까?


같은 힘으로 눌러도 손가락으로는 책상에 구멍을 낼 수 없다. 그런데 송곳으로는 구멍을 내는 게 가능하다. 손가락에 비해 송곳은 하중을 받은 면적이 작아서, 작용하는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같은 일을 당해도 마음의 넓이가 좁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 마음에 구멍이 뚫리고, 큰 시련이 와도 건재한 사람은 고통을 받아 내는 마음의 넓이가 크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작게 받는다.

그런 맥락에서 구르는 돌이 정지한 곳은 자신의 하중을 받아줄 가장 넓은 접촉면적이 제공되는 곳이다.

사람도 한 발로 서있기보다 두 발이, 나아가 누워있을 때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언덕에서 이리저리 구르다 끝내 정착한 곳도 그곳이다. 가끔 구르는 돌이 장애물에 막혀 불안정한 상태로 이리저리 굴렀다 멈췄다를 반복하지만, 그 또한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다.

당신이 구르고 굴러 정착하게 된 그곳은, 당신에게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곳이거나, 무언가에 저지되고 강제되어 멈춘 곳이 틀림없다. 

저 사람은 왜 저리고 사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겠지만, 구르는 돌에 적용되는 바로 그 원리 아래서 그는 살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의 진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말해도 부모의 뜻대로 고분고분 움직이지 않는 그 아이들도 '구르는 돌'이기 때문이다. 

구르는 돌이 멈추는 곳이야말로 자연의 법칙이 적용된... 그들만의 처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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