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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락 May 11. 2022

경제학과 정치경제학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

경제학의 패러독스 - 7

 경제정책과 관련해서 이것이 경제학에 기반한 것인지 정치경제학에 기반한 것인지는 확실히 구분해야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은 사회의 부를 증가시키는 것이 목적이고, 정치학은 권력을 잡는 것이 목적이다. 정치경제학은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주요 목적은 사회의 부를 증대시키기보다는 이를 활용해서 정권을 잡는데 이용한다.


 그런데 이 세상을 있는자와 없는자,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의 프레임으로 구분하는 정치경제학은 위험하다.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로 구분을 할 때, 사회 대다수는 가지지 못한자, 없는자에 포함된다. 가진자는 소수이다. 선거에서 보다 많은 투표를 얻기 위해서는 가지지 못한자의 편을 들어야 한다. 가지지 못한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가지지 못한자의 이익을 위한다고 주장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가지지 못한자가 가진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정권을 잡는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가지지 못한자를 위한 정책을 펴서 정말로 가지지 못한자가 가진자가 되면 어떻게 하나.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가지지 못한자가 줄어들고 가진자가 많아지면,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중산층, 부유층이 되면 이 정당은 더 이상 표를 얻을 수 없다. 정권을 잃는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정권은 실제 가난한 사람들을 부자로 만드는 정책을 시행할 수 없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척하는 정책,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올려준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부자, 중산층이 되기는 힘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계속해서 정권을 잡을 수 있다.


 20세기 이후, 빈부 차이의 문제가 경제의 주요 문제로 부각된 이후, 많은 국가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잘살게 해주겠다는 정당들이 출현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산당이다. 공산당은 사회에서 소수의 자본가들을 제거하고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잘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공산당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되었고, 세계의 반이 공산주의를 채택했다. 그런데 이렇게 가난한 사람을 없애겠다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막상 가난에서 벗어난 국가가 있었나? 공산주의를 채택한 국가들은 모두 가난했다. 자유주의경제 국가들은 계속해서 경제가 나아지는데, 공산주의 국가들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산주의는 아니라도 사회주의 정권, 진보 정권도 마찬가지이다. 남미 등에서는 사회주의 정권이 오랜 기간 권력을 잡았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훌륭한 사회주의 정권들이 남미에서 많이 나왔다. 1960년대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권, 1990년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 등 남미에는 국민들의 절대적 인기를 얻은 훌륭한 사회주의 정권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런 정권들이 오랫동안 권력을 잡고 경제정책을 시행했지만, 막상 그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이 중산층, 부유층으로 올라가지는 못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가난한 사람으로 남았고, 오히려 빈부 격차는 심해졌다. 지금도 남미 국가들은 세계에서 빈부 격차의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들이다. 무려 50년 넘게 빈부 격차를 없애겠다고, 가난한 사람들이 잘살게 하겠다는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그렇다.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정말로 국민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능력 부족으로 가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었다. 둘째, 국민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정말로 잘살게 되면 곤란하다. 가난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는 하지만 정말로 국민들이 잘살면 안된다. 그러면 정치 기반을 잃는다.


 가난한 국가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위 첫 번째 해석,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굉장히 노력은 하는데 능력 부족으로 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하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지,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경제학은 여러 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경제학은 최소한 절대적인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 가난한 국가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발견했다. 선진국이 어떻게 하면 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지는 경제학도 잘 모른다. 하지만 가난한 국가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안다. 80점 맞는 학생이 90점, 100점 맞는 방법, 90점 맞는 학생이 100점 맞도록 하는 방법은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30점 받는 학생이 60점으로 점수가 올라가는 방법은 안다.


 경제를 외국에 개방하고, 사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에서 번 돈을 빼앗아가지 않으면 된다. 국가가 절대 가난에서 벗어나는건 어렵지 않다. 이것만 하면 된다. 아담 스미스 국부론은 1776년에 발간되었고 이때부터 경제학이 시작된거로 본다. 경제학이 만들어진지 이제 250년이 된다. 그 사이 자연과학에서는 전자기파의 존재도 모르다가 지금 인터넷이 생활화되었다. 생명의 진화를 알지도 못하다가 유전자 조작을 하게 된 시간의 변화이다. 이 사이 경제학도 그런 정도의 발전이 있었다. 최소한 국가가 절대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발견했다.


 그런데 가난한 국가는 이걸 안한다. 국민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경제학이 250년 동안 발견한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게 북한이다. 북한은 부자들, 권력자들이 자기들만 잘살겠다고 만들어진 정권이 아니다. 모든 국민들을 잘살게해주겠다는 것을 목표로 태어난 정권이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국민들에게 힘을 합쳐 가난에서 벗어나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경제 개방, 사업 자유화는 시행하지 않는다. 지금 세계에서 제일 가난하다고 여겨지는 국가들을 보라. 그 중에서 경제를 개방한 국가, 사업자유화를 시행하는 국가가 있나. 이게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난에서 벗어나는걸 목적으로 하면서도 막상 이런 정책을 시행하지는 않는다. 이건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능력이 부족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몇십년 동안 국민들에게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해주겠다고 하면서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두 번째 해석은, 정권집단이 국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기반으로 정권을 잡고 있다. 이 사람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자기를 지지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정권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잘살게 되면 어떻게 하나. 그러면 정권이 다른 집단에게 넘어갈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을 기반으로 하는 정권은 계속해서 사람들이 가난해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


 계속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고 말을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정책을 실시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정책까지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정책일뿐,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정책이어서는 안된다.


 설마 국가 정부가 그렇게까지 할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정부는 국민들이 잘되기를 바라고, 국민들을 위해서 운용되는게 아닐까. 하지만 정치학에서는 분명히 이야기한다. 정치가의 목적은 정권을 잡고 유지하는 것이다.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 정치가의 목적이 아니다. 국민을 잘살게 했을 때 정권을 잡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국민이 못살 때 정권을 잡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이게 정치학에서의 시각이다.

 

 정치경제학은 그래서 위험하다. 정치가가 잘살게 해주겠다고 하는데 이게 정말로 잘살게 해준다는 말이 아니다. 경제적 상황을 이용해서 표를 얻기 위해 하는 말이다. 국민들이 잘살지 못할 때 표가 더 많이 나온다면 국민들을 잘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경제학이다. 정말로 잘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경제적 논리를 따라야지, 정치경제학 논리를 따라서는 곤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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