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하고 대접받는 소중한 시간
전업주부로 지낸 13년간 우리 가정만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있다. 매일 하는 일이지만 반복적인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다행인 만큼 그동안을 돌아보면 뿌듯함이 크다.
누군가는 가장 힘든 일이라고도 하지만 지난 13년 전체를 생각하면 고단함보다 웃음이 먼저 올라온다. 이 미소는 모두 남편과 아이들 덕분이다. 함께 온전히 웃을 수 있는 시간으로 함께 만들어갔기 때문이다.
전업주부로서 매일 하는 일이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 저녁식사 준비 시간.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자취 경력은 있지만 직접 밥을 지어먹은 경험이 몇 번이나 됐을까. 그런데 내가 이룬 가정은 이 쉽지 않은 일을 해내게 했다.
신혼집은 시골 마을에 있는 집이었고 치킨 말곤 배달시킬 음식점도 없을 정도였다. 외식도 차를 타고 나가야만 할 수 있는 그런 마을이었다. 하지만 인근에 농사를 지으시는 시부모님이 계셔서 식재료는 넘쳤다. 불행 중 다행으로 첫째 아이는 입은 짧아도 야채를 좋아했고 초보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꿀떡 받아먹듯 잘 받아먹었다. 그게 날 신나게 했다.
한 번 먹은 반찬은 다시 먹지 않는 아이라고 하면 다들 반찬투정이 심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골고루 다 잘 먹는 아이였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다행히 내겐 식재료가 넘쳐났다. 아이랑 넘치는 식재료로 이상한 맛 내기 놀이를 하며 퉤퉤 뱉기도 했다. 아이는 한 재료로 여러 맛을 느꼈고 개중 엄마가 해준 요리가 제일 맛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우리는 웃었고 힘든 초보 요리사 시절을 그렇게 넘겼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원하는 모든 게 배달 가능한 곳으로 이사를 왔지만 지금도 그 시절이 조금 그립기도 하다. 물론 둘째와도 그런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우습게도 그땐 이미 내가 중급 요리사정도는 됐을 때였다.
나는 지금도 가족들이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맛있는 냄새를 맡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매일 저녁 요리를 한다. 음식 냄새가 가족들의 피곤과 긴장을 풀어주기를 바란다. 역시나, 킁카킁카, 집에 들어오자마자 냄새 맡고 웃는 큰아이 미소가 만족스럽다. 엘리베이터에 치킨 냄새가 나서 더 배고팠는데 우리 집 두부조림 냄새가 더 맛있다고 말한다.
모두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대접해 주는 저녁식탁을 차려주고 싶다. 그리고 대접받고 싶다. 보답처럼 들려주는 오늘 하루 이야기들이 소중하다.
대접하고 대접받는 저녁식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