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란 이름의 공허함

느닷없는 손님맞이

by 보포름

공허함은 느닷없이 찾아온 손님처럼 나를 허둥대게 한다. 숨을 크게 들어마셔도 매워지지 않는다. 배를 채워보면 그 낯선 손님이 가실까 싶어 음식을 차려 먹어도 채워지지가 않는다.


이럴 땐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할 거리를 찾는다. 내가 머무는 테두리 안에 소일거리를 찾을 수 없다면 밖으로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바깥공기를 마시고 바깥 풍경으로 손님과 함께 걸어야 한다.


'제법 공기가 쌀쌀해졌지요? 저기 보세요. 메콰세타이어길 가운데 은행나무 한 그루가 왜 있을까요? 누군가의 실수일까요? 혼자 외롭겠어요. 저기까지 걸어볼까요?'

마음속으로 그렇게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런 대화들이 핸드폰 메모장에 적혀있다. 물론 메모는 대화체는 아니지만 말이다.


- 아이들이 예쁘게 앉아서 사진 찍었을 돌의자 자리에 수국이 다 말라있다.

- 11월 말에 노란 나비?

- 작년보다 추운 날씨가 빨리 왔나 보다. 작년 이 시기엔 노란 개나리가 펴서 놀랐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다. 계절이 맞게 왔나 보다.

- 개나리 나무 밑에 둥지처럼 집을 만들어 살던 고양이는 어디 갔을까?

- 산책길에 뱀 기피제가 깔려있다. 일이긴 하겠지만 새삼 이런 세심한 배려를 받고 있다고 느낄 때 마음이 커진다.

- 까치가 저들끼리 화답한다. 그런데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면 조용해진다. 너희도 날 지켜보니?

- 지나가는 아주머니의 통화내용이 들린다.

"엄마가 낮잠을 선물해 줬다고 생각해. 대신 딸한테 용돈도 못 주고 왔잖아." 찌잉. 엄마 생각이 난다.

-길가에 낙엽 카펫이 깔렸다. 걸을 때마다 바스락 거리는 게 미안한데, 소리가 좋은 걸 보면 환영으로 받아들이자.


이런 메모들이다. 손님과 대화가 늘어날수록 메모가 채워지고 허무는 작별인사를 건넨다. 다음에 다시 보자고. 허무라는 이름의 고독이 다녀갔다. 나는, 우리는, 고독과 친밀해질 때 비로소 '나'로 있을 수 있음을 안다.


아직은 허둥대는 모습으로 맞이하지만 조만간엔 먼저 반갑게 마중 나설지도 모르겠다. 그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