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옥정 Oct 25. 2024

                       비수구미



 5월 마지막 주 비수구미 트레킹을 가기로 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모두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출발을 했다. 김밥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니 문득 어렸을 적 엄마가 싸주던 도시락이 생각난다. 마냥 설레던 그 느낌으로 오늘을 시작하는 것이 참 좋다. 빌딩 숲을 지나 어느덧 초록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산 터널을 지나서 바로 휴게소가 나왔다. 해산 터널은 화천에서 평화의 댐을 가려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460번 지방도에 있는 터널이다. 화천에서 가장 높은 1194m의 해산은 파로호를 북쪽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산으로 해가 떠오르는 산이라는 의미를 담아 ‘일산’이라고도 부른다. 이산을 넘는 고개가 ‘해산령’이고 여기에 해발 700m를 동서로 가르며 만든 길이 1986m의 터널이다. 터널을 나오자마자 작은 식당처럼 아담한 해오름 휴게소가 나온다. 휴게소 건너편에 철조망 문이 있는데 여기서부터 약 7km를 내려가야 비수구미 마을이 나온다. 여기는 산림 유전자 보호구역으로 차로는 갈 수 없고 오로지 걸어서 가야 한다. 비수구미는 화천댐이 완공되고 파로호가 생기면서 길이 막혀 육지 속의 섬이 되어버린 지역으로 외떨어진 마을이 된 곳이다. 비수구미는 비소고미가 발음하기 쉽게 변해서 되었다는 설과 한자로 풀면 신비로운 물이 빚은 아홉 가지 아름다운 경치라는 설이 있다. 환경오염이 없는 비수구미계곡에서는 원시림과 바위가 밀집한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볼 수 있다. 길은 자갈길이 있었지만 대체로 평탄한 길이고 해오름 휴게소에서 출발하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걸어갈 수 있다. 함박꽃, 쪽 동백, 산 목련 꽃을 보며 냄새도 맡아보고 오디나무에서 오디도 따먹으며 걷는다. 산길을 따라 물소리의 청량함과 초록빛 나뭇잎, 눈이 부실 정도로 파란 하늘이 한데 어우러져 귀와 눈을 바쁘게 한다. 걷다가 잠시 계곡물에 손과 발을 담가보면서 가까이서 초여름을 느껴 본다. 새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를 들으면서 걷다 보면 오디오가 필요 없다. 걷는 길은 내내 수풀이 우거져 그늘이 많아서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2시간여 동안 트래킹 후에 비수구미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박집에서 숙박도 할 수 있다. 직접 뜯은 산나물과 된장 청국장 등으로 만든 정갈한 밥상을 맛볼 수 있는 식당도 있다. 걷고 난 후에 먹는 점심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맛있었다. 조미료를 첨가하거나 모양을 내서 멋지게 차려진 음식은 아니다. 조금은 투박스러운 모양이 어렸을 적 친정엄마가 해주던 음식과 닮아 있어서 향수를 일으킨다. 특히 산나물 비빔밥과 밤 부침개, 도토리묵과 막걸리가 우리의 식탐을 왕성하게 만든다.


 돌아오는 방법은 구름다리를 건너서 숲길을 따라 2시간 정도 걸어서 이동하는 경우와 파로호에 있는 비수구미 선착장에서 모터보트를 타면 10분이면 된다. 덤으로 시원한 바람이 저절로 신나게 하는데 사장님의 센스있는 운전으로 웬만한 놀이기구를 탔을 때의 짜릿한 느낌과 속도감이 통쾌감과 스트레스를 확 날리게 한다. 모터보트가 아닌 일반 배로 이동을 하면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탁 트인 파로호와 주변 경관을 천천히 보면서 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수구미를 충분히 돌아보고 알아가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다. 기회가 된다면 민박을 하면서 구미 즉 아홉 가지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모두 느껴 봐야겠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