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그래도 난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그 점을 인정하고, 내가 연출가로서 일할 수 있도록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때로 서로의 의견이나 삶의 부족한 점들로 충돌하여 얼굴 붉히고 다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도 없지 않다.
돌아보면 그 모든 분들이 나를 만들었고, 또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 갈 것을 난 알고 있다.
이 글들 속에는, 그간 연출이라는 예술적 행위를 직업으로 삼아오며 겪었던 많은 얘기들이 담겨있다.
현장에서의 얘기도 있지만, 현장 밖, 연출가라는 직업으로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그리고 장년으로서의 한 남자가
그 삶의 테두리 안에서 품었던 생각들이 삐죽하게 돋았다.
정을 대고 다듬어서 나름의 장르와 꼴을 갖춰보려 했지만, 그러자니 경험과 생각들이 미화되고,
세련미 안에 날 것들이 감춰져 그냥 시간대만 틀을 잡아 한곳으로 옮겨 놨다.
그래서 두서없다.
한 번으로 끝내지 않을 마음을 먹었다.
몇 번 더, 장년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노년에서 죽음까지
현장과 그 밖의 삶을 연출가로 살아간다면, 계속 기록하고 나누고 싶다.
뒤져봐도 몇 년의 기록은 찾지 못했다.
책 표지에 썼던 노트들 몇 줄이 사라진 몇 년 속에 있었고, 그 속에 내가 있었다.
어떤 모습으로든 왔다 가는 것이 우릴진대, 먹다가, 자다가, 욕망에 허덕이다가
그렇게만 하다가 가고 싶지 않다.
차분하고 냉정하려 애써도, 마음처럼 쉽지 않다.
벌써 불혹이 지났는데도.
사랑이와 오리가 숨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