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일기 33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
아내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나와 아내는 한 집에 살고 있지만 서로 생활하는 시간대가 다르기에 난 오전반, 아내는 야간반으로 나누어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아내가 출근을 하면 난 루민이와 함께 일어나 우유와 바나나, 토스트로 아침을 나누고 함께 등원한다. 그 후 집으로 돌아와 요일별로 정해진(나 스스로 정한) 빨래와 욕실, 집안 청소, 설거지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면 어느덧 오전은 지난간다. 잠깐의 시간동안 책을 읽고 밥을 앉힌 후 연습장으로 난 떠나고, 그 집으로 해가지면 아내와 루민이가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함께 공부하다가 잠이든다. 난 나의 일과를 마치고 현관을 열어 센서등이 켜지면 불이나케 침실문을 닫고(아내와 루민이가 깰까봐 혹은 눈이 마주치는 공포를 느끼기 싫어서. 잠자다 깬 아내가 아주 늦게돌아오는 나와 눈이 마주칠 때면 겁이난다. 죄진거 없는데도…)내 방으로 들어가 살며시 옷을 벗고 조용히 욕실에서 씻고 책상에 앉는다. 또 잠깐의 책을 읽다가 물 밀듯 밀려오는 졸음에 읽던데 또 읽고 읽던데 또 읽고하면 책을 덮고 거실 소파 위나 아내와 루민이가 잠이든 침대 밑에서, 잠이 든다. 그렇게 하루가 매일 흐른다.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6년, 시간이 흐르며 우리 부부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신혼의 기쁨과 가진 돈 몽땅 털어서 하는 여행, 루민이의 임신과 출산, 그로부터 빼앗겨 버린 침대, 나의 바쁜 일상과 아내의 또 바쁜 일상, 어린이 집에서 혼자의 시간을 적응하는 이루민씨, 그 아이에 대한 연민과 사랑… 요즘의 우리 일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지만, 서로의 아름다운 삶을 위해 소리 없이, 서로를 위해 노력한다. 대화를 많이 나눌 순 없어도 아내와 루민이를 위해 청소와 빨래, 밥 짓기등으로 나의 오전 시간을 내어주고 그들이 안락히 이 공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공간 속에서 조금이라도 편안하기를 바라고 있다. 아내와 루민이 역시 나의 아름다운 삶을 위해 나의 외출과 나의 심야의 시간들을 인정해 주고있다. 우리의 삶이 정상적이냐 그렇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공간 안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보이게, 보이지 않게 최선을 다해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과 시간이 지나면 또 우리 가족은 어느만큼 성숙해져 있겠지. 연애시절 우린 정말 서로 잘 맞는 커플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살아왔던 지난 6년 동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서로의 삶을 통해 입증했다. 하지만 그 서로 맞닿아 있지 않음까지 사랑하고 감싸며, 또 포기하면서 지금까지 지내왔다. 가족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겠지. 서로를 위해서 서로에게, 각자의 방식에 집착하고 끼워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물이 흐르듯 빈 곳을 채우고, 낮은 곳으로 흘러 가는 것, 그것이 가족이 아닐까.
예술가로서의 스스로와의 싸움, 그 싸움 곁에 내가 돌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족이 있다. 그리고 가족은, 내 싸움을 인정하며 그저 날 바라보고 있다. 미안함, 감사함, 사랑함, 그런 말보다 소중한 바라봄이 우리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