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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a Jong Seok Lee Nov 03. 2023

<캣 조르바> in 하노이

8월 16일 화요일, 셋째 날, 맑음

8월 16일 셋째 날 맑음, 많이 덥지 않음.


아침 / 음악 1 09시 ~ 12시

어제 연습과정을 통해 음악감독과 상의한 대로,

전체 노래연습 보다 전체 음정 녹음, 파트별 연습,

그리고 전체 연습의 순서로 도전했다.


현장에 8시 45분에 도착했더니 고참 배우들 중심으로 어제 녹음해 간 음원을 통해 각자

객석에서 연습하고 있었다.

워낙은 미미로 생각했던 배우 투이가 (무용단원, 이미지와 움직임은  미미와 아주 가까웠다.

하지만 노래가 많이 부족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베트남 날씨와 이곳 생활에 대해 간단히 묻고 답했다.


시작 5분 전에 음악감독이 도착했고

오늘 연습 방향과 곡 진행 순서에 대해 대화 나눈 후

9시 정시에 무대에 올라 연습을 시작했다.

배우들 전체에게 연습 진행 방식을 공지하고

3번 '수학의 기본은 더하기' 각 파트별 음정을 녹음하게 했다. 녹음을 마친 후 미미, 모리를 남겨 14번'우린 서로 다르지 않아'의 1차 작업을 진행했다.


오전 10시부터 알토, 소프라노, 테너/베이스 순으로 배우들을 콜해 3번 '수학의 기본은 더하기'와 2번 '캣츠 파라다이스'의 파트 연습을 진행했다. 우리가 도전한 방법은 효과가 있었고, 주역 중 음악전공자들이 각 파트의 개별 연습을 도왔기에 배우들은 어제에 비해 습득이 빨랐고 자신감도 아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3번의 경우 4 성부를 2 성부로 나눴고, 시간 안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조절했고 파트 연습 후 전체 합창을 MR과 피아노 연주와 함께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시켰다.  그 사이 난 내 앞에 선 배우들의 이름을 외우려 노력했고 배우들의 소리와 딕션, 템포, 성향 등을 파악하려 애썼다.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아침 연습을 진행하는데

극장 스태프가 따뜻한 차를 나와 음악감독, 통역 등에게 대접했다.  극장은 깨끗하고 정갈함과는 거리가 있고 마치 학교 극장처럼 공연과 연습, 생활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 무대 바로 옆에 정수기, 찻잔, 과일과 간단한 요깃거리 등을

매일 케이터링으로 준비했고, 흡연, 연습화, 연습복 등은 자유로웠다.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면서도 생활공간으로서의 극장을 소중한 직업공간으로서의 극장으로 조금씩 인식을 바꿔주고 싶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 배우들이 보도록 책상정리, 그릇정리, 쓰레기 정리 등을

노력하고 있다.


점심식사 12시 25분 ~ 12시 50분

사실 <포파이> 대본 회의가 있어서 점심을 거르려 했는데 해외 작업이 처음이라 극장 밖의 경험을 원하는  아직 젊은  스태프들의 마음을 모른 채 할 수 없어 함께 나가 분짜를 먹었다. 본인 파트 연습 외에는 공연장에 굳이 있어야 하는지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짧은 시간 배우들과 합을 맞추고, 신뢰와 존경을 서로에게 나누기 위해서는 그들과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옳다고 나는 생각했고,  그들의 불만을 모른 채 하며 진행하고 있다. 일하러 왔다. 그럼 일해야 한다.

점심은 오바마가 대통령 시절 방문해 식사했다는

오바마 분짜에 다녀왔다. 극장에서 왕복 5분 거리였고, 4층 규모의 건물이고 사람이 많았다.

음식의 시각적 정보는 내게 맞지 않았지만,

먹어보니 입에는 맞았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다 먹지 못하고 나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오후 / 음악 2 13 ~ 14시 15분

다 소화도 못했지만 음악감독과 함께 다시 무대에 올랐다. 아침에 진도 나갔던 합창들을 다시 1시간 부르며 녹음했다. 배우들도 음악감독, 조연출도 속으로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더럽게 몰아치네'


안무 / 14시 30분 ~ 17시

음악 2 연습이 끝나고 안무가와 잠깐 대화를 나눴다. 애초에 내가 안무가에게 요청했던 것은 2번 '캐츠 파라다이스'와 '출정' 2곡의 안무 워크샵이었다. 그런데 배우들과 작업을 시작해 보니 2번을 마무리 짓는 것 까지도 힘이 붙였다.

그래서 안무가는 어제,  2번을 중점으로 작업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고 나는 계획이 있었지만, 그녀의 생각을 존중해 그러자고 답했다.

그런데 그녀가 내게 다시 물었다. '출정'을 정말 안 해도 괜찮겠냐고. 걱정 마라, 내가 간단한 동선만 시도해 보겠다고 했더니, 안무가는 내일 안무 시간에 함께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이번 한 주는 베트남 배우들도 우리도 서로의 방식과 협업에 거기다 몰아치는 일정에 서로 버거울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몰아치지만 그 사이 쌓이는 신뢰와 실력의 모습을 매주말 우리끼리의 발표를 통해 격려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고 싶다.

잘하지 못해도 된다. 시작하면 반드시 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전 보다.


안무가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진도를 나갔다.

그런데 한 여배우가 껌을 씹고 참여함을 발견하고는 껌을 뱉게 했다. 무대는 신성한 곳이라고 모두에게 말했다. 그녀는 배우들에게 기본에 관해 얘기했다. 객석의 관객들이 우리를 볼 때 어때야 하는지, 이 위에서 어떤 숨을 쉬고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배우들에게 말했다. 내가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내용과 같았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그 일을 위해 우리가 서로 어떻게 각자의 영역에서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 우리는 알았고, 그 일을 해 가고 있었다.  안무가에게 오늘 작업 말미에 배우들에게 노래와 함께 시도할 것을

주문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맘껏 진행하라고 말했다.  난 계속 몰아쳤다, 조용히. 무대 위 배우들과 안무가에게 눈을 떼지 않으면서.


17시에 연습을 마쳤다. 배우들에게 "종일 힘들고 애쓰는 거 안다. 자존심이 상할 때도 많다는 것 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하려는 이유가 있고

함께 만들 목표가 있어 그렇다. 내일도 힘들 거고 내일도 자존심 상할 거다." 했더니 배우들은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힘내서 해보자. 내일 대본가져 와라"

그렇게 연습을 마쳤다. 배우들은 연습을 마친 후에도 자기들끼리 30분을 넘게 연습했다.

먼저 자리를 뜰 수 없어 그들의 연습을 지켜보다가

내일 아침에 보자고 인사 후 팀과 함께 퇴근했다.


고참배우 항이 쉬는 시간에 안무에게 그랬다더라.

아이가 4인데, 끝나고 빨리 가서 밥 해야 한다고.

항은 어제 얘기했던 오디션을 실패했던 문이라는 예명의 74년생 배우다. 남편도 유명한 베트남 배우이고 이미 손녀도 있다. 배우로서 훌륭하고 해 내려는 노력이 눈에 보이는데, 종일 우리에게 시달리고도 엄마이자 할머니로서 집에 가자마자

밥을 한단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숙제도 해야 한다.

여기는 베트남,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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