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수빛날희 Dec 30. 2021

마지막 회고

2018년 여름에서 겨울


"난 남자랑 친구 안 해, 난 너 좋아" 빨갛게 번진 얼굴을 밤 그늘에 감추고는 눈을 크게 뜨면서 그에게 물어보았다.

"잠시만.." 망설이며 공원 사이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돌아다니더니 멈춰 서서는 "그래 나도 좋아"라고 그가 대답했다.


이렇게 우리의 연애가 나의 강제로 시작되었다. 그와 함께 연인이라는 관계가 되면서 달라진 점은 딱히 없었다. 각자 알아서 도서관 와서 공부하다 같이  먹고, 산책하면서 걷고,  읽고,  잡고, 그러다 도서관 모퉁이로 들어가 가벼운 입맞춤하는  보통 연인들과 다름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와 함께 했던 시간에는 작은 낭만이 가득했다. 놀이터에서 어린아이처럼 논다든지,  읽다 서로 생각을 서슴없이 이야기할  있다는 ,  가득한 밤하늘 아래에서 뜨꺼운 키스를    있었다는 , 이제껏 상상만 하던 연애의 로망이 하나둘씩 이뤄지면서 나는 그에게  스며들었다.  사랑의 기술을 모른다. 그저 좋아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올인하게 되는 단순한 여자일 뿐이다. 하루 이틀 연락을 자주  해줘도, 공원에 걷기 귀찮아졌다고 해도,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짧아지더라도, 내가 먼저 다가가면 그만이라며 달라진 그의 모습을 알고도 무심코 넘겼다. 나는 분명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나는 한 권의 책을 집었다. 알랭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후의 일상'이었다. 아마 책을 고를  그날의 감정을 대변해  것만 같은 제목의 책을 고르는 나의 습관에 따르면 드디어 연애가 힘들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 그가 나에게 관심이 없음을 온몸으로 뿜고 있어도 나는 아닐 거야 하며 착각하던  현실을 직시할  있는 시간이  것이다. 노력하면 바뀔  있다는 허황된 꿈을 움켜 집은 체로 버티다 보니 결국 어느 순간 현실을 직시하게  것이다. 아픈 사랑을  하고 있는가 하며  처량한 모습을 안타까워하게 되었다. 그러고 그날  그만하고 싶은 그의 마음을 받아주었다.


어쩌면 남녀관계에서 이러한 현상은 흔한 현상일 것이다. 그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은 들어도 아마 나와 다를 뿐이며 내가 너무 특별한 사랑을 기대한다는 문제점이 사랑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그저 사랑이 시작되기까지에는 무수한 과정과 애절함이 가득해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요소요소가 많았다. 그러나 사랑하게 되었습니다의 이후는  누구도 모른다. 어떻게 그들이  사랑을 끌고 나가는지는 보여주지 않았기에  어려운  같다. 어떻게 연애를  이끌고 갈 수 있는지 보고 들은 참된 예시 없이 온전히 직접 부딪혀 알아가야 하니  시행착오가  많다. 이번 연애 과정 속에서는 그나마 내가 그를 열렬히 사랑해봤기에 사랑을 받는다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같다. 어떠한   제쳐두고 그를  순위로 올려놓고 그를 위해서는 모든지   있을 것만 같은 열정을 받을  있다는  행운일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방법을 이해하게 되었다. 표현되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받아주는 것도 어쩌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되었던  같다. 그렇게 나의 2018 겨울이 깊게 저물었다.


잘 지내, 빨간 폭스바겐 씨








작가의 이전글 회고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