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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정 Jul 09. 2024

노래로 기억하기

인상깊은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마중물

나는 노래 듣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일렉기타 소리가 난무하는 락도 좋아하고, 가수 특유의 음색이 돋보이는 잔잔한 음악도 즐기곤 한다. 무엇보다 제일 좋아하는 건 이무진의 노래다. 이무진 특유의 음색과 내용이 20대 초반의 나에게는 정말 와닿는 내용이기에 더욱 그런 듯하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 특히 많이 들었지만 정말이지 질리지가 않는 노래다.


나는 어느 곳을 가든 노래를 듣는다. 집 근처에 있는 대학교에 가는 길에,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가는 비행기에서와 같이 특별한 경험은 항상 노래와 함께하곤 한다. 훗날 그때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마치 내가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진다. 그때의 감정과 주변 풍경이 노래를 통해 다시금 생경할 때, 비로소 나는 그 순간을 진정으로 추억한다고 느낀다. 


이처럼 나의 순간순간은 노래로서 추억되고 있다. 인상깊었던 경험, 순간마다 나는 그에 맞는 특별한 노래를 가지고 있으며, 그 노래를 들으며 인상깊었던 순간을 떠올리곤 한다. 이제부터 내 인생의 특별한 순간과 맞닿은 노래 4가지 정도를 간단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이무진 - 참고사항

대학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설렘을 떠올리게 하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대학이란 곳을 처음으로 방문하였다. 우리 지역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AI+X 체험 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이때 GIST(광주과학기술원)를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아빠 차를 타고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하고 듣게 된 신곡이 바로 참고사항이었다. 처음 본 대학 캠퍼스의 낭만적인 분위기도 매력적이었지만, 이무진 특유의 대학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음색이 더해져 나의 첫 대학 방문은 더더욱 인상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노래는 GIST를 방문했을 때부터 캠프가 끝날 때까지 모든 순간을 인상깊게 기억하게 해 주는 곡이다. 하다못해 그때 같이 캠프에 참여했던 친구와 어떤 호텔에서 묵었는지, 어떤 치킨을 시켜먹었는지, 캠프에서 주는 후식은 어떤 것이었는지까지 전부 다 기억난다. 대학을 처음으로 가본 것에 대한 설레는 마음에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함께해 나의 첫 대학 방문을 아름답게 장식해주었다.



2. 행운을 빌어요 - 페퍼톤스

내 졸업식과 항상 함께한 노래

'행운을 빌어요'는 나에게 있어 노래로 추억하기의 시초격인 노래다. 초등학교 졸업 직전 방학에, 졸업 노래를 찾아보며 우연히 이 노래를 알게 되었다. 경쾌한 분위기와 아련한 가사가 어우러져 처음으로 졸업을 맞닥뜨린 초등학생의 마음을 깊이 울린 듯하다. 졸업 노래로 '이젠 안녕(015B)'만 알고 있던 나였지만, 졸업식 분위기와는 또 다른 신나는 기타 소리가 마음에 들었고 매일같이 이 노래를 들었다.


어찌나 이 노래에 깊이 빠졌던지, 아침 알람으로 해 놓았을 정도였다.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그 아련함과 찌릿함은 아직까지도 나에게 생생하다. 초등학교나 고등학교 시절이 그리 좋았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그것조차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마성의 노래인 듯하다. 초중고 졸업식에서 나는 이 노래와 항상 함께했고, 나쁜 기억은 약간의 찌릿함이 되어, 좋은 기억은 아련함이 되어 '행운을 빌어요'라는 노래 안에 여전히 남아 있다.



3. Falling For You - Sabai & With Love & Nevve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여 앞으로 나아갈 자신감을 주는 노래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하던 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노래다. 나중에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나는 중학교 시절을 제외하면 학창시절이 딱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 고등학교 시절은 초등학교 시절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머리가 클대로 큰 동년배들은 뒷담화에는 도가 텄던 모양새다. 꽤나 가까운 친구가 내가 목표했던 대학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격노할 뻔한 것을 겨우 참은 적도 있다. 그 말을 들은 이후 나는 공부에 매진했다. 내가 그리는 미래가 헛된 것만은 아님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공부하며 들은 플레이리스트 중 한 곡이 이 노래였다. 분노로 가득 찬 억울한 감정과 노래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내게는 오히려 그런 부조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듯하다. 공부하기 위해 틀어박힌 스터디카페에서는 온종일 이 노래를 들었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솟구치는 불편한 감정은 결코 달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필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내 목표의식과 동기를 매일같이 불어넣어 공부에 매진할 수 있게 하였던 듯하다.


결국 나는 대학에 합격했다. 목표 대학은 아니지만, 목표 대학에 준하는 훌륭한 곳이다. 이후 이 노래는 나에게 '하면 된다'는 강력한 자신감을 심어준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몇 년 전, 분노를 참으며 공부하고 생기부를 채워넣었던 그 시절의 나는 매일같이 해야 하는 공부에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나고 다시금 이 노래를 들으니, 스스로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앞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앞선다.



4.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 데이식스

대학 생활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노래

대학생이라면 모를 수 없는 노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다. 지금 내 카카오톡 프로필 뮤직이기도 할 정도로 이 노래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대학 신입생이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새터(새내기배움터)에 참여한다. 그곳에서 한 밴드 동아리가 불러주었던 노래인데, 다같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집중했던 노래이다. 새터가 끝나고도 캠퍼스 이곳저곳 행사에 가면 항상 이 노래를 들었고, 성인이 되어 처음 즐기는 캠퍼스 내음과 함께 강하게 기억에 남은 노래이다.


앞서 소개한 노래들과는 다르게, 이 노래는 앞으로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박사과정을 밟을 생각인 만큼, 내가 캠퍼스에서 보낼 시간은 정말 길다. 내 대학 생활 하나하나의 페이지를 이 노래와 함께 장식하다 보면, 나아가 이 노래를 통해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입학한지 고작 6개월인 만큼, 이 노래를 통해 기억하고자 하는 신입생 시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아직은 이 노래를 들어도 떠오르는 추억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먼 훗날, 내가 자리를 잡고 다시 캠퍼스를 거닐며 이 노래를 듣는다면 첫 출튀(출석하고 튄다)의 짜릿함과 맛없는 학식당, 즐거웠던 학교 행사를 다시금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노래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단순히 글짓기에 가락을 붙였을 뿐인데, 삶의 특별한 순간을 인상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더군다나 우연히 발견한 노래와 지금 있는 장소가 어우러졌을 때, 그곳에서의 기억은 더욱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어우러졌다는 것은 비단 '알맞는다'라는 뜻뿐은 아니다. 슬픈 분위기의 일에 기쁜 노래가 기억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마치 내가 졸업식을 '행운을 빌어요'를 통해 추억하듯이. 열정 가득한 일을 차분한 노래로 기억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방식이 되었든 여러분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노래라면, 그것은 훌륭한 노래이다.


독자 여러분도 반드시 기억하고자 하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노래와 함께 기억해보라. 굳이 상황에 맞지 않는 노래라도 좋다. 좋아하는 노래도 좋고, 새로 나온 노래도 좋다. 느낌이 오는 노래가 하나 얻어걸린다면,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매번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이미 노랫가락에 생생한 추억이 저장된 것이다. 노래를 통해서 중요한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경험을 가져보는 것은 분명 신선한 경험이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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