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으로 나누어 보는 전통 민간음식과 궁중음식
흑백요리사의 인기가 뜨거운 요즘이다. 한 달 전쯤에 공개된 해당 콘텐츠는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요리에 대한 유명 요리사들의 진심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가지각색의 다양한 요리들을 우리에게 각인시켰다. 그 어느때보다 요식업계에 강한 열풍이 불고 있다. 오늘은 요리사들을 그들의 인지도에 따라 각각 ‘흑’과 ‘백’이라는 계급으로 나눈 것처럼, 우리의 전통음식을 두 영역으로 나누어 조명하려 한다.
한식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뉴욕의 어떤 음식평론가는 한식을 두고 “이렇게 훌륭한 음식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불가사의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식은 몇 백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지고 발전하고 변화해왔기 때문에 그 문화적 총량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음식은 시대를 달리하면서 계속 바뀌어왔다. 국가의 환경이나 제도, 기후에 따라 식용 가능한 음식과 식용이 금지된 음식들이 있었고, 백성들의 거주환경이나 형편에 따라서도 한식은 그 모양을 달리했다. 오늘날 우리가 친숙하게 여기는 한식에는 예전의 왕족들이 즐기던 궁중 음식과 백성들이 먹던 음식이 한 데 뒤섞여 있다. 어떤 것이 궁중 음식이고, 어떤 것이 민간 음식일까? 물론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 친숙한 음식이겠지만, 이들을 각각 흑과 백으로 나누어 낯설게 바라보도록 하자. 민간 음식을 흑, 궁중 음식을 백으로 분류해보려 한다.
국밥은 모두가 알고 있는 명실상부 한국인의 소울푸드이다. 말그대로 국과 밥을 한 그릇에 담아 함께 먹는 국밥은 조선시대 주막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백성들의 삶이 담긴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콩나물국밥, 순대국밥, 우거지국밥, 돼지국밥 등 오늘날에 이르러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게 변주되어 만들어지는 음식 중 하나이다.
금중탕은 닭고기, 쇠고기, 양, 전복, 해삼 등을 넣고 끓인 대표적인 궁중음식으로,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인 요리이다. 정조가 1795년 음력 2월에 생모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수원 화성 현륭원(顯隆園)에 행차하여 8일간 잔치를 베풀었는데, 이때 잔치의 내용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라는 책에 금중탕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막국수는 메밀가루 반죽을 이용한 강원도의 향토음식으로, 평양냉면과는 달리 좋은 꾸미나 고명을 쓰지 않고 그저 면을 김칫물에 말았다는 이유로 막국수라고 불렸다. 주로 농가에서 끼니를 떼우기 위해 만들어 먹었다.
화양적은 각 재료를 양념하여 익힌 다음, 예쁘게 색을 맞추어 꿴 꼬치 음식으로 궁중요리에 해당한다. 오늘날의 산적과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꼬치에 미리 꽂아서 꼬치 자체를 굽는 산적과는 달리 재료를 모두 익힌 후에 꼬치로 꿴다는 것이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양적인 측면보다도 전체적인 색의 조화를 중요시해 만들어졌다.
빼떼기죽은 경남지역의 향토음식으로, 고구마를 푹 삶아 다른 재료들을 함께 넣고 만든 죽이다. 얇게 썬 고구마가 마르며 비틀어지는 모습을 ‘빼떼기’라고 부르는 데에서 유래했다. 주로 양식이 부족한 겨울에 죽으로 끓여 먹었는데, 최근에는 웰빙 식품이 인기를 끌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양이 풍부하고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여 가정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다식은 우리의 대표적인 궁중 디저트로, 밤가루·콩가루 등을 꿀에 반죽하여 무늬가 새겨진 다식판에 박아 만든 음식이다. 명칭이 다식인 점을 미루어 볼 때 차와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식은 대개 한 가지만 만들지 않고 적어도 삼색 이상을 마련해 담아냈다. 선조들은 빨강, 파랑, 노랑, 흰색, 검정색의 오색을 기본 빛깔로 삼고, 음식에도 이 색을 지닌 식품의 자연스런 색을 그대로 담아내려 했다.
매생이국은 바다와 인접한 남도지방의 민간음식으로, 굴과 양념을 참기름으로 볶은 후 물을 넣지 않고, 매생이를 넣어 끓인 국이다. 굴의 향이 우러나면 매생이를 넣고 물을 부어 살짝 끓인 뒤 국간장으로 간을 하는데, 국이 보기와 달리 뜨겁기 때문에 섣불리 먹었다간 입을 데기 때문에 일명 ‘미운 사위국’이라고도 한다. 옛날에 사위가 딸에게 잘해 주지 못하면 친정 어머니가 말로 하기 힘들어 꼭 매생이국을 끓여 주었다고도 전해진다.
아마도 오늘 등장한 궁중 음식 중 가장 익숙한 궁중음식일 것이다. 아홉으로 나누어진 칸에 9가지 음식을 담아내는 구절판은, 둘레의 8칸에는 다진 고기, 버섯, 달걀, 각종 채소 등을 볶아 계절과 기호에 맞게 조화롭게 담고 가운데는 얇은 밀전병을 배치해 밀전병에 8가지 음식을 싸서 먹는 궁중음식이라 할 수 있다. 보기에 아름답고 맛도 좋으며 영양학적으로도 균형이 잘 잡힌 웰빙 음식이다.
이처럼 궁중에서도, 민간에서도 상황과 사람에 맞게 가지각색의 요리가 탄생했다. 화려하고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는 궁중음식에 비해 거의 단일 재료가 주가 되는 민간음식이 상대적으로 단순해보일 수 있겠지만, 두 영역에서 여러 종류의 음식이 만들어지고 발전했기에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한식의 양과 맛이 모두 좋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음과 양의 조화처럼 다채롭게 구성된 우리 한식이 오늘따라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참고자료
- 밥상 위에 펼쳐진, 우리 문화 (위대한 문화유산, 최준식)
- 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 2010. 7. 5.,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 1, 초판 1998., 10쇄 2011., 한복진, 한복려, 황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