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투성이 인생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나만의 방법

by 세아

열심히 방학 계획표를 만들거나, 새해라서 새로운 목표를 세운 적이 있다. 결과는 실패였다. 하루이틀 정도만 지키다가 한 달이 지나니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매일 읽은 책들을 공책에 기록하고 한 줄 평을 남겼었던 것도 세달쯤 전에 멈추었다. 기록 횟수는 단 여섯 번. 그동안 읽은 책이 적어도 40권은 되었을 텐데 참 금방 실패한 것 같다. 실패는 내 삶에 짜증나도록 많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사람이 실패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어쩌면 그건 사람으로서 불가능한 일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실패는 인생의 찬란했던 조각조각들을 이어주는 고리일 수도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는 실패한 경험이 없다고 하면 그것은 정말로 실패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게 아니라 그냥 그가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말도, 행동도, 공부도, 심지어 우정과 연애까지도 실패를 하면서 배워나간다.


실패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신력은 보통 그리 강하지 않아서 큰 실패를 한번 맛보면 좌절하게 된다. 좌절이 더욱 큰 순간은 분명 좋은 일만 가득했던 하루에 실패가 찾아오는 순간이다. 몇몇 사람들은 그런 실패를 자신의 인생이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도 한때는 그런 비극적인 쪽으로 실패를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온몸으로 겪어 내며 삶을 조금 더 편히 살아가는 방법을 얻었다고나 할까?



나는 나에게 실패가 찾아왔을때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냥 쿨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오래 맘고생 안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잡혔다. 그리고 실패를 받아들인 다음에는 바늘이 가는 데 실이 가듯 언제나 좌절이 찾아온다. 좌절은 가끔 심한 우울감과 상실감 등을 동반하여 빠져나오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럴 때는 거울을 보며 나에게 스스로 최면을 건다. 내가 제일 많이 쓰는 최면은 ‘내가 내 인생을 써내려가는 건데 이야기에 좌절이 없으면 재미가 없잖아? 언젠가는 성공도 하겠지.’이거다. 얼핏 보면 좀 유치해보이지만 실제로도 매우 유치하다. 그래서 좋은 점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고, 계속 생각하다 보면 이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성공도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초등학교 저학년쯤의 나는 엄마에게 나의 모든 일들을 알려야 마음이 놓였는지 조금이라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계속 전전긍긍하다가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알렸다. 그런데 정확히 어느 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을 느꼈는지 화장실 칸에 들어가서 ‘큰일도 아닌데 겁먹지 마’를 속으로 계속 되새겼다. 처음 한두번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다행히 나의 최면은 잘 먹혔고 나는 지금까지도 적당한 몇 가지의 비밀들을 혼자만 간직하고 있다.


이 경험이 내 최면술이 통한다는 증명과 함께 내가 잘못한 것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물론 친구를 때리거나 물건을 훔치는 등의 잘못은 나쁜 것이지만 실수로 내 핸드폰을 떨어뜨렸다거나 시험 점수를 낮게 맞은 일 등은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실패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천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사실 요새는 친구들이 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 실수해서 문제를 틀리고 우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공부에 큰 관심이 없어서도 있겠지만 이게 수능도 아니고 특목고나 자사고를 갈 것도 아닌데 그냥 실수한 것 가지고 저렇게까지 울 일일까?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물론 열심히 공부했겠지만 이번 틀린 것을 계기로 다음 시험은 조심하며 답을 써서 오히려 좋은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도 감정이 있는데 어떻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두려워해도 괜찮고 좌절해도 괜찮으니까 실패 자체를 받아들여보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 실패에게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실패를 이용하는 것이다.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실패를 딛고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