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인생의 벼랑 끝에서 만난 새로운 퀘스트
대학 졸업 후 15년간 제조업 사무직으로 일했다.
그땐 그게 천직이라 믿었다.
일도 재밌었고, 내 손을 거친 제품이 세상에 나왔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 벅찬 뿌듯함도 있었다.
마지막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했다.
회사에서는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저녁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리에 누우며 아침이 오지 않길 바랐고, 출근길 운전대를 잡을 때면 이대로 사고가 나길 기도했다.
그대로 있다간 내가 나를 망칠 것 같았다.
살기 위해서, 도망치듯 회사를 그만뒀다.
힘들었다.
복수심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세상에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았고, 패배자의 모습으로 도망친 자신이 용납되지 않았다.
다시는 어떤 형태로든 회사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를 떠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내 모든 세계가 부정당하고 깨지고 부서졌다.
내세울 만한 능력 없이 오만했던 과거를 되돌아보며, 나는 비로소 겸손을 배우게 되었다.
어쩌면 그 시간은, 내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자기 연민의 늪에서 겨우 고개를 들 때 즈음, 친구에게 어떤 일을 소개받았다.
그렇게 나는 '게임' 과 관련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지극히 사적이고 사소한, 게임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