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게임 잡지

01. 게임 잡지, 부모와 아이를 잇는 종이 다리

by 아마추어게이머

90년대를 지나온 게이머라면 누구나 책장에 게임 잡지 한 권쯤은 꽂아보았을 것이다.

<게임피아>, <V챔프>, <게임매거진> 등등... 당시 게이머들에게 게임 잡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신작 리뷰, 공략법, 캐릭터 분석 등 게임에 대한 모든 정보가 총망라되어 있었고, 인터넷이 없던 그 시절엔 우리가 게임 세상을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잡지 전성시대였던 만큼 인기도 대단했다. 특히 훌륭한 부록(번들 CD)이 붙는 달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버스를 타고 시내 대형 서점으로 나가기도 하고, 지금보다 흔했던 동네 서점을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나의 어중간한 운으로는 '레어'한 잡지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런 날이면 빈손인데도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책가방을 짊어진 채,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요즘 아이들이라면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부모님께 졸랐겠지만, 그때는 상황이 달랐다. 두 분은 항상 바쁘셨고, 문제집도 아닌 게임 잡지를 사달라고 하기엔 내 위치가 그리 당당하지 못했다. 결국 철저한 '자급자족'이 원칙이었다.


구매력이 부족했던 시기였고, 무엇보다 '여학교'에서 '게임 잡지'를 보는 친구는 드물었다. 그래서 남학교에 다니는 동생이나, 그 친구들이 산 잡지를 빌려와 돌려보곤 했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페이지가 있으면 장당 오백 원, 천 원씩 잘라서 사기도 했고 팔기도 했다.

잘려 나간 종이 위 그림과 글자만 보고도 머릿속으로 수없이 플레이하며 '상상 게임'을 즐기곤 했다.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지는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즐거웠고, 무료함을 달래기엔 충분했다.

스마트폰 터치 한 번이면 모든 공략을 볼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비록 불편했지만, 낭만이 가득했던 풍경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영상 매체와 달리, 잡지에는 멈춤의 미학이 있었다.

한 장의 이미지를 오래 들여다보며 여백을 상상력으로 채우던 그 시간.

그것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행위가 아니라, 게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이 아날로그적인 경험이 '숏폼'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혹시 게임하는 아이를 이해하기 힘든 부모님이라면, 이번 주말 서점에 들러 게임 잡지를 한 권 사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들에게는 유튜브가 아닌 '책'으로 게임을 만나는 생경함을, 부모님에게는 옛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소통의 시간이 되리라 장담한다.


그 많던 잡지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종이를 넘길 때의 설렘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달에는 나도 서점에 들러 유일하게 생존한 잡지 <게이머즈>를 구매해 봐야겠다. 빳빳한 종이 냄새를 맡으며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 한번 넘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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