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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카미디어 PCARMEDIA Jun 15. 2022

쌍용 토레스,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이유

자동차 트렌드

지난 13일, 쌍용자동차가 중형 SUV 토레스(Torres)의 사전계약을 개시했습니다. 쌍용차가 신규 플랫폼 신차를 선보이는 건 2019년 출시된 4세대 코란도 이후 3년 만입니다. 또 쌍용의 중형 SUV 계보를 따지자면 2011년 단종된 카이런의 후속이 11년 만에 등장한 셈입니다.


최근 쌍용차 모델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신선한 디자인 덕분일까요? 토레스의 첫인상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나쁘지 않습니다. 사전계약 하루 만에 1만 2,000대의 계약을 받았다는 낭보도 전해집니다. 최근 법정관리로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차의 마지막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영난 속에서 말 그대로 "영끌"해 탄생한 신차인 만큼 걱정스러운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경쟁 차종 대비 강점과 동시에 약점도 여럿 보이는 까닭인데요. 기대와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쌍용 토레스의 장점과 단점, 냉정히 분석해보겠습니다.


11년 만에 돌아온 쌍용 중형 SUV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토레스는 11년 만에 부활한 쌍용의 중형 SUV입니다. 계보를 타고 올라가자면 코란도 훼미리, 무쏘, 카이런에 이은 4세대 중형 SUV라 할 수 있는데요. 공개 이전에는 성공작이었던 '무쏘'의 이름을 계승하거나 코란도 브랜드로 출시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최종적으로는 새로운 이름이 채택됐습니다.


토레스는 쌍용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Powered by Toughness'가 처음으로 적용된 모델입니다. 확실히 티볼리부터 시작된 이전 모델들의 디자인과는 확연히 궤를 달리하는 것이 느껴지는데요. 전반적으로 굵은 선으로 각지게 디자인돼 남성미를 강조하고, 세로형 슬릿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스페어 타이어 랙을 연상시키는 테일게이트 등 레트로 감성의 디테일도 더해졌습니다.

마초적인 외관과 달리 인테리어는 미래지향적으로 꾸며졌습니다. 센터페시아에는 물리 버튼을 최소화해 12.3인치 내비게이션과 8인치 디지털 컨트롤 패널이 기본 사양으로 장착되며, 3분할 디지털 클러스터 또한 기본 사양입니다. 외관과 내관이 다소 이질적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깔끔하게 꾸며졌다는 평가입니다.


중형이라는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중형 취급을 받는 현대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에 비하면 작습니다. 최근 몸집을 키운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와 중형 치고 몸집이 작은 쉐보레 이쿼녹스, 르노코리아 QM6 등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토레스의 전장*전폭*전고는 4,685*1,885*1,710(mm)로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면 아주 조금씩 큰 편입니다. 동생인 코란도보다는 235mm나 길고, 15mm 넓으며, 전고도 80mm 높습니다. 체급 구분은 확실한 편이죠.

하지만 휠베이스는 2,680mm에 불과합니다. 투싼·스포티지(2,755mm)와 비교하면 75mm나 짧고, 경쟁 모델 중 가장 휠베이스가 짧은 QM6(2,705mm)보다도 25mm 짧습니다. 반면 코란도(2,675mm)보다는 고작 5mm 긴 데 그칩니다. 휠베이스가 짧은 만큼 실내 공간에서는 다소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경쟁 모델들과 해 볼 만합니다. 그렇다면 내용물은 어떨까요?


강렬한 디자인과 확실한 가성비

토레스의 강점 중 하나는 디자인입니다. 물론 디자인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요소인 만큼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첫눈에 비호감 인상은 아닙니다. 기본 장착된 LED 헤드램프와 남성미가 강조된 전면부, 입체적인 테일램프와 비대칭 형태가 재미있는 후면부 등 재미있는 디테일이 많습니다. 볼드한 캐릭터 라인과 (적어도 사진 상으로는)안정된 비례감도 매력적이고, 옵션으로 사양인 사이드 스토리지 박스는 랜드로버 디펜더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기본 사양도 풍부한 편입니다. 주간주행등(DRL)을 포함한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턴시그널 등 안개등을 제외한 외장 등화류는 LED가 기본입니다. 실내에서도 앞서 언급한 디지털 클러스터와 12.3인치 내비게이션, 8인치 터치 컨트롤 패널 등이 기본 사양으로 갖춰져 상위 트림과 육안 상으로 구분되는 차이점이 많지 않습니다. 소위 '깡통' 모델에도 있을 건 다 있는 셈이죠.


안전 사양은 무릎 에어백 옵션을 제외한 7-에어백과 긴급 제동 보조(AEB), 전방 추돌 경고(FCW), 차선 이탈 경고(LDW), 차선 유지 보조(LKA), 운전자 주의 경고(DAW) 등 기본적인 ADAS 기능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또 기본 트림부터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고도의 반자율주행 기능으로 구성된 '딥 컨트롤 패키지'를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합니다.

상위 트림에서는 스마트키와 각종 편의사양이 추가되고, 18인치 휠과 LED 안개등이 장착됩니다. 천연 가죽시트와 스마트 테일게이트, 20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과 같은 선택 사양도 제공돼 화려하게 꾸밀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목을 끄는 건 가격 경쟁력입니다. 기본 트림인 T5의 가격은 2,690만~2,740만 원선, 상위 트림인 T7의 가격은 2,990만~3,040만 원선입니다. 중형급인 만큼 3,000만 원대에서 시작 가격이 잡힐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에 비하자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입니다. 투싼·스포티지·QM6보다 기본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LED 등화류와 내비게이션 등 소위 '필수 옵션'의 기본 사양화로 실구매가의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T7에 선택 옵션을 모두 추가한 '풀옵션'의 가격은 3,605만~3,655만 원선입니다. 이 역시 경쟁 모델 대비 특별히 비싸지 않은 가격입니다. 투싼(1.6 터보)·QM6(2.0 가솔린)과는 비슷하고, 스포티지(1.6 터보)보다는 저렴합니다. 풀옵션이 4,205만 원이나 하는 이쿼녹스에 비하면 550만 원이나 싸죠. 가격 경쟁력 만큼은 충분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아쉬운 파워트레인과 난해한 옵션, 불투명한 미래는 걱정거리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우선은 파워트레인 구성이 다소 아쉽습니다. 티볼리, 코란도와 동일한 가솔린 1.5 터보 엔진 한 종류만 탑재되는데요. 엔진 자체는 최고출력 170마력에 최대토크 28.6kg.m를 발휘해 준수한 성능이지만, 파워트레인 선택지가 좁은 것이 흠입니다.


투싼과 스포티지는 1.6 터보·2.0 디젤·1.6 터보 하이브리드 등 세 종류의 파워트레인을 제공합니다. QM6도 2.0 가솔린과 2.0 LPe, 2.0 디젤 중 고를 수 있죠. 경쟁 모델 중 엔진이 한 종류인 건 이쿼녹스 뿐입니다. 특히나 고유가 기조 속에서 유류비가 적게 드는 하이브리드나 LPG 차량 수요가 늘고 있는데, 토레스로선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전동화에 대한 기대감도 낮습니다. 풀체인지가 임박한 QM6는 차기 모델에서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탑재할 예정이고, 이쿼녹스도 미국에서 순수전기차 버전이 공개됐습니다. 반면 토레스에는 하이브리드나 순수전기 파워트레인 계획이 없습니다. 쌍용차의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단기간 내에 이런 라인업이 확충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기본 사양이 괜찮은 편이지만, 트림과 옵션 구성이 난해한 것도 지적 사항입니다. 가령 2,000만 원대 중반의 가격에도 기본 트림에 오토라이트와 전방 주차센서가 빠져 있고, 이를 추가하려면 140만 원 짜리 밸류업 패키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휴대폰 무선 충전기는 아예 주행보조 기능인 딥 컨트롤 패키지에 묶여 있어 100만 원을 추가해야만 장착할 수 있습니다.

2열 시트가 풀 플랫 폴딩되지 않고 단차가 생기는 건 차박 캠퍼들에게 큰 단점입니다. 더구나 단차를 줄여주는 트렁크 러기지 보드는 기본 트림에서 선택 옵션으로도 넣을 수 없고, 상위 트림을 선택해야만 적용됩니다. 결국 필요한 옵션을 넣다 보면 풀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풀옵션에서도 경쟁 모델과 같은 어라운드뷰 시스템이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빠지는 것 또한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문제들 보다 가장 걱정되는 건 쌍용차 자체의 미래입니다. 쌍용차는 지난 2020년 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1년 넘게 경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기 버스 제조사인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를 시도했으나 무산됐고, 현재 재매각을 위한 입찰을 진행 중입니다.


제품의 경쟁력과는 별개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영 위기를 겪는 회사의 차를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더구나 일반 소비재와 달리, 자동차는 매우 고가인 데다 한 번 구입하면 5~10년 이상 운용합니다. 수리부속 등이 제대로 수급되지 않으면 구매 후 정비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요. 장기적인 회사의 불확실성이 토레스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또 쌍용차가 위기를 겪는 가운데, 토레스는 다소 급하게 출시되는 감이 있습니다. 심지어 하위 모델에도 적용되는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 기능은 출시 후 펌웨어 업데이트로 적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소프트웨어 세팅조차 마무리할 여유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쌍용차 입장에서는 신차 출시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재매각 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소비자로선 '미완성된 차'를 구매한다는 부담감도 생깁니다. 조립불량이나 잔고장, 결함을 겪을까 우려도 되고요.

"토레스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한 차종의 성공만으로 회사가 완전히 정상화될 수는 없습니다. 신차의 흥행은 한때이고, 장기적으로는 모든 라인업이 고루 잘 팔리며 자생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쌍용차만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경쟁사와 벌어진 기술력 격차를 만회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합니다. 전동화, 자율주행 같은 미래차 이슈를 소홀히 한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쌍용차에 간만에 좋은 소식을 안겨준 토레스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자동차는 가볍게 구매하기에 너무 비싼 제품이고, 쌍용차가 힘든 만큼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비교와 평가의 대상이 돼야 합니다. 경쟁차종 대비 무엇이 뛰어나고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야 자동차 업계에서 살아남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회생할 수 있으니까요.

잡설이 길었습니다. 어쨌든 토레스 성공과 쌍용차의 재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토레스가 잘 돼야 쌍용차가 부활할 수 있고, 쌍용차가 회생해야 토레스의 인기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7월 초 출시되는 토레스의 성적표에 따라 하반기 중 이뤄질 쌍용차의 새주인 찾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텐데요. 모쪼록 토레스가 성공적으로 데뷔해 다시 한 번 쌍용차의 부활을 이끄는 주역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 봅니다.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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