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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카미디어 PCARMEDIA Jun 29. 2022

120년 정통 아메리칸 픽업 명가, GMC의 역사

카 히스토리

지난주, 픽업트럭 마니아라면 아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GM(제너럴 모터스)의 SUV·픽업 전문 브랜드인 GMC가 한국 시장에 상륙한다는 것인데요. 이번이 처음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 1974년 상용차 판매를 위해 론칭한 적 있으니 거의 반세기 만에 한국에 재진출하는 셈입니다.


GMC는 이름에 'GM'이 들어가 익숙한 듯 낯선 브랜드입니다. GMC는 'General Motors Commercial' 또는 'General Motors Truck Company'의 약자로, GM 내에서도 SUV와 픽업트럭 및 상용차를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남성미 넘치는 브랜드입니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데, 괴물같은 성능으로 화제를 모은 허머 EV도 GMC 브랜드에 편입되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정통 아메리칸 픽업트럭의 명가이자 의외로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은 회사, GMC는 어떻게 탄생해 오늘날까지 성장해 왔을까요? 곧 우리나라 도로에서 만날 GMC의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GMC의 기원은 그래보우스키 형제가 차린 '래피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GMC의 시작은 19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맥스와 모리스 그래보우스키(Max & Morris Grabowsky) 형제는 디트로이트에 그래보우스키 자동차 회사(Grabowsky Motor Company)를 설립합니다. 2년 뒤인 1902년에는 회사가 커 지면서 공장을 디트로이트에서 미시건 주 폰티액으로 옮기고, 사명을 래피드 자동차 회사(Rapid Motor Vehicle Company)로 바꿉니다.


초기부터 래피드의 주력 제품은 상용차였습니다. 1톤 트럭과 다인승 승합차 같은 것들 말이죠. 1909년에는 트럭 최초로 파이크스 피크 정상에 오르는 등 뛰어난 내구성과 성능을 자랑했습니다. 이처럼 떠오르는 신예 상용차 회사가 GM의 창업주이자 자동차 회사 사냥꾼이었던 윌리엄 듀런트(William C. Durant)의 눈에 띤 것도 그 즈음의 일이었습니다.

윌리엄 듀런트는 래피드를 인수해 GM 산하의 상용차 부문으로 재편합니다.

1908년 GM을 설립한 듀런트는 여러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며 회사 몸집 키우기에 나섰는데요. 회사의 상용차 부문을 담당할 회사로 래피드를 선택한 것이죠. 1909년 듀런트는 래피드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고, 1911년에는 래피드와 또 다른 상용차 회사 '릴라이언스(Reliance)'를 통합해 상용차 부문인 제너럴 모터스 트럭 컴퍼니(General Motors Truck Company)를 설립합니다. 이것이 바로 GMC 브랜드의 시작입니다.


GMC 성립 이후에는 상용차  업계에서 엄청난 인지도를 쌓아 올립니다. 1916년에는 시애틀에서 뉴욕까지 미 대륙을 30일 만에 횡단하는 기록을 세웠고, 10년 뒤인 1926년에는 반대로 뉴욕-샌프란시스코 횡단을 5일 만에 마치는 등 품질과 성능을 증명했습니다.

GMC 캐리올 서버밴. 쉐보레 뱃지를 달고도 판매된 이 차는 GM SUV의 시조입니다.

1930년대, GMC는 이미 1/2톤 소형 픽업트럭부터 10톤급 대형 트랙터까지 다양한 상용차를 만드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이 시기 아주 상징적인 차도 있는데요. 바로 캐리올 서버밴(Carryall Suburban)입니다. 픽업트럭의 섀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적재함에 지붕을 덮어 승객을 태우거나 짐을 싣는 용도를 겸하는 차였는데요. 네, 바로 초기 형태의 SUV였습니다. 캐리올 서버밴은 오늘날 쉐보레 서버밴의 직계조상이기도 한데요. 당시 GMC의 트럭 설계가 바탕이 된 만큼, GMC가 GM SUV의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GMC는 엄청난 양의 군용 트럭을 생산해 납품하기도 합니다. 자동차가 널리 운용되지 않은 제1차 세계 대전에서는 8,512대의 트럭을, 본격적으로 기계화가 이뤄진 제2차 세계 대전에서는 무려 60만 대가 넘는 트럭을 납품했는데요. 이 같은 기여에 전후 미군으로부터 공로상(Distinguished Service Award)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2차 대전때 활약한 GMC CCKW는 한국 전쟁 당시 국군에 공여돼 '제무시'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대전기 만들어진 GMC 차량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습니다. 2차 대전 때 미군이 운용하던 GMC제 군용 트럭, CCKW(제식명 G508)가 한국군에도 공여돼 한국 전쟁 당시 운용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GMC의 일본식 발음인 '제무시'라는 별명으로도 많이 불렸는데, 전후 일부 차량은 민간에 불하돼 지금도 간혹 산간지역에서 현역으로 운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GMC는 버스 제조사인 '옐로우 트럭 & 코치(Yellow Truck & Coach)'사를 인수해 몸집을 키웠습니다. 픽업트럭과 SUV, 중형 및 대형 트럭, 밴, 버스에 이르는 모든 상용차 라인업을 GMC가 관장하게 됐습니다. GM이 승용부터 상용을 아우르는 '보편적 자동차(general motor)' 제조사로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데에는 GMC의 역할이 컸습니다.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나라에는 1974년 진출한 적 있었습니다. GM코리아 법인이 설립되면서 GMC의 대형 트럭과 버스가 수입된 것이죠. 그러나 당시 국내 상용차 시장은 일본 회사들이 강세였던 데다, 미국산 상용차의 큰 차체가 국내 도로 환경에 맞지 않는 등 한계가 있어 소리소문 없이 수입이 중단됐습니다. 어쨌거나 한 번은 전쟁, 한 번은 시장 개척을 위해 이역만리 한국 땅을 밟았으니, 특이한 인연인 셈입니다.

GMC는 픽업트럭과 SUV를 팔기는 했지만, 20세기 말까지는 철저히 상용차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사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GMC는 철저한 상용차 브랜드였습니다. 물론 GMC는 100년 넘게 쉐보레와 픽업트럭 및 대형 프레임 바디 SUV 모델을 공유해 왔지만, 쉐보레가 승용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GMC는 상용차 운전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차별화 전략을 써 왔습니다.


그랬던 GMC는 1987년 버스 부문을 정리하고 1996년 폰티액과 합병을 하는 등, 승용과 상용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변신하기 시작합니다. 대형 상용차 부문은 점점 축소하고, 픽업트럭과 SUV에 집중하는 체질 개선이 이뤄진 것이죠.

GMC의 첫 모노코크 바디 승용 SUV, 아카디아. 쉐보레 트래버스의 형제 모델입니다.

2007년에는 쉐보레 트래버스 기반의 브랜드 첫 모노코크 바디 승용 SUV, 아카디아를 출시하며 승용 시장으로의 확장을 시작합니다. 100년 넘게 상용차를 만들어 온 브랜드인 만큼 높은 인지도와 '전문가용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강인한 SUV와 픽업트럭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오늘날 GMC는 다양한 SUV와 픽업트럭, 밴 등을 판매하는 강인한 이미지의 브랜드입니다.

오늘날 GMC는 컴팩트 SUV 터레인(쉐보레 이쿼녹스 기반), 중형 SUV 아카디아(쉐보레 트래버스 기반), 풀사이즈 SUV 유콘(쉐보레 타호·서버밴 형제 모델) 등 세 종류의 SUV와 중형 픽업트럭 캐니언(쉐보레 콜로라도 형제 모델) 및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쉐보레 실버라도 형제 모델) 등 두 종류의 픽업트럭을 판매하는 남성미 넘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상용 부문은 과거에 비하면 많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상용 밴을 생산하며 미국 및 남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 중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GMC가 그저 쉐보레의 뱃지 엔지니어링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반대입니다. 쉐보레의 픽업트럭과 프레임 바디 SUV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일찍이 GM의 상용차 부문으로서 오랫동안 트럭을 개발하고 생산해 온 GMC의 역할이 컸습니다. GM 내부에서도 그 상징성과 기여도가 적지 않은 브랜드이고, GM이 꾸준히 브랜드를 폐지하는 와중에도 당당히 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죠.

GMC의 풀사이즈 픽업, 시에라. 오른쪽이 최상위 트림인 '드날리' 모델로, 풀옵션 가격은 8만 달러가 넘습니다.

현재 미국 내에서 GMC는 쉐보레보다 약간 더 상위 브랜드 취급을 받습니다. 동급 쉐보레 모델보다 더 고급 사양을 탑재하고, 가격대도 대체로 더 높은 편이죠. 개중에도 최상위 트림에는 '드날리(Denali)'라는 서브 네임이 붙어 일반 모델과 구분됩니다. 지난 주 국내에서 공개된 시에라 또한 드날리 모델이었죠.

아이코닉 SUV 허머는 GMC로 편입돼 초고성능 전기차로 재탄생했습니다.

상남자 스타일의 픽업트럭과 SUV 전문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제는 GM의 미래 전동화 전략을 이끄는 핵심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미군 군용차로 유명했던 허머(Hummer)가 GMC 브랜드에 편입되면서, 2021년 초고성능 전기차 허머 EV를 선보인 것이죠. 최고출력 1,000마력에 달하는 고성능 파워트레인과 극한의 오프로드 성능을 갖추는 등 파워풀한 전기 SUV·픽업트럭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GMC 브랜드가 국내에 소개되는 만큼, 국내 출시도 기대해 볼 수 있겠죠? 이 밖에도 시에라의 전기차 버전을 비롯해 전동화 오프로더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국에 상륙한 GM의 세 번째 브랜드, GMC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한국GM은 쉐보레와 캐딜락, GMC 등 3개 브랜드를 국내에서 운용하며 이른바 '멀티 브랜드' 전략을 펼친다는 방침입니다. 이르면 올 하반기 중 시에라가 공식 출시되고, 향후 다양한 GMC 모델들이 국내에 도입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100년 넘게 GM의 한 기둥을 책임졌던 GMC, 과연 한국에서는 어떤 근사한 모습을 보여줄까요?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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