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트렌드
지독한 가뭄이 이어진 올해, 장맛비가 오면서 전국의 가뭄도 조금씩 해갈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가뭄에 단비"라는 말처럼 시원하게 내리는 비는 반갑지만, 갑자기 쏟아지는 비는 운전자에게는 결코 달갑지 않은 법입니다.
특히 최근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궂은비가 꾸준히 내리기보다는 단시간 좁은 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더 빈번히 관측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집중호우로 건물과 차량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는데요.
비가 올 때는 항상 주의해서 운전해야 하지만 수시로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 더욱이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는 더더욱 안전 운전이 요구됩니다. 특히 집중호우로 물이 고여 있거나 침수가 된 지역을 통과할 때는 각별히 유의해야 하는데요.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 사고를 피하는 안전 운전 요령은 무엇이 있을까요?
급가속·급제동·급선회는 절대 금물
안전 운전의 대원칙이자 기본은 당연히 급격한 조작을 삼가는 것입니다. 꼭 비가 오지 않더라도 급조작은 지양하는 것이 좋은데요.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더더욱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비가 내릴 때는 빗물이 도로 위에 고여 얇은 수막을 형성합니다. 이 수막이 노면의 접지력을 현격하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조금만 거칠게 조작해도 바퀴가 그립을 잃고 미끄러지기 일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급가속·급제동·급선회를 할 경우 차량의 거동이 균형을 잃고 무너지거나 안정성을 상실해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질 수 있습니다. 급차로변경 정도로도 차가 스핀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죠.
따라서 폭우가 내릴 때는 평소보다 부드러운 조작이 필수입니다. 더욱이 수막 현상으로 차량의 제동 거리도 길어지기 때문에 과격한 끼어들기로 뒷차를 놀래키거나,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는 주행도 삼가야 합니다. 부드러운 운전 만으로도 장마철 사고의 90% 이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전방안개등과 후방안개등 바르게 사용하기
악천후 상황에는 자동차의 등화류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는 다른 차량의 위치를 인식하기 어려운 만큼, 한낮에도 가급적 전조등과 차폭등을 상시 켜고 운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차량에 전방안개등이 장착돼 있고, 일부 모델에는 후방안개등도 장착돼 있는데요. 이런 안개등은 상황에 따라 사용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전방안개등은 악천후 시 차체 바로 앞의 근거리를 비추는 등화장치입니다. 폭우가 쏟아질 때는 한낮에도 전방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가급적 전방안개등도 상시 점등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후방안개등은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후방안개등은 직진성이 강한 빛으로 악천후 속에서 내 차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한 장치인데요. 직진성이 강한 만큼 어두울 때는 다른 운전자에게 눈부심 피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간에 앞 차가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안개가 끼거나 폭우가 쏟아진다면 후방안개등을 켜는 것이 좋지만, 야간에는 웬만하면 점등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장마철에는 빗줄기 때문에 시야가 왜곡돼 주변 차량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등화장치 사용이 중요하며, 전구류의 상태도 잘 확인해야 합니다. 운행 전 전조등, 안개등, 방향지시등, 제동등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전구가 나가면 즉시 교체해 소위 "스텔스 차량"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겠죠?
물웅덩이와 낙하물은 피해 갈 것!
도로는 평평하지 않기 때문에, 장마철이 되면 도로 곳곳에 물웅덩이가 만들어집니다. 또 폭우로 나뭇가지나 쓰레기 같은 낙하물이 도로 위에 떨어지기도 하죠. 이런 물웅덩이와 낙하물은 밟아야 할까요, 아니면 피해야 할까요?
우선 물웅덩이를 밟으면 갑작스럽게 강한 저항이 걸리면서 차의 진행 방향이 틀어질 수 있습니다. 물의 저항으로 운전대가 휙 꺾이는 현상을 경험해본 적 있을텐데요. 그나마 웅덩이가 얕고 속도가 느리다면 다행이지만, 빠른 속도로 진행 중 깊은 웅덩이의 저항이 걸리면 차가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또 물의 저항은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에 빠르게 웅덩이를 통과하다가 차체 하부가 파손될 수 있습니다. 포트홀에 물이 고여 있다면 휠이나 타이어가 파손될 수도 있고요. 웅덩이를 통과하며 튄 물이 다른 차의 시야를 방해하거나 보행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에, 물웅덩이는 가급적 밟지 않거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느린 속도로 통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낙하물의 위험성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크고 단단한 쓰레기나 나뭇가지와 충돌하면 차가 심하게 망가지는 건 물론이고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닐봉투나 천 같은 얇고 가벼운 낙하물 역시 날아들어 시야를 가리거나, 라디에이터 그릴을 막아 과열을 유발하거나, 차체 하부로 빨려들어가 구동축에 엉키거나 배기관에 들러붙어 화재를 유발하는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킵니다. 따라서 낙하물은 가급적 접촉하지 않고 피해가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침수 지역 : 통과 될까, 안 될까 헷갈릴 땐 가지 말자
단시간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물웅덩이를 넘어서, 아예 일대가 침수되기도 합니다. 지난 폭우 때도 수도권에서 동부간선도로, 잠수교 등이 통제되며 큰 교통혼잡을 빚기도 했는데요. 미처 통제되지 않은 도로라도 하수도가 역류하면서 순식간에 침수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얼핏 보기엔 발목 높이 이상으로 침수된 도로라도 자동차로 통과가 가능해 보입니다. 차가 통째로 빠질 정도로 깊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침수 구간에 그냥 진입하는 차들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매우 무모한 행동입니다.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엔진으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흡기 라인은 범퍼 하단부터 이어져 있습니다. 아무리 엔진이 통째로 물에 잠기지 않더라도, 흡기 라인이 침수되면 연소실에 물이 빨려들어가 시동이 꺼질 수 있습니다. 수심이 흡기 라인 높이보다 얕더라도, 주행 중 밀려난 빗물이 파도치면서 유입될 수 있으므로 발목 높이 이상의 물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지상고가 높은 SUV는 어떨까요? 최근 출시되는 도심형 SUV들은 도섭 심도가 그리 깊지 않고, 또 물이 깊으면 차가 물에 뜨면서 접지력을 상실하고 운행불능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침수 지역을 만나면 가급적 우회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안전운전의 시작은 자동차 관리부터
악천후 상황에 맞는 운전 요령도 중요하지만, 자동차가 악천후에 대비돼있지 않으면 다 무용지물입니다. 안전운전의 시작은 자동차를 잘 관리하는 것이고, 이는 장마철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장마철 꼭 점검해야 할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타이어입니다. 타이어의 트레드가 얼마 남지 않으면 그만큼 배수성이 떨어져 수막 현상을 더 쉽게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타이어의 마모 상태를 확인하고 제때 교체해야 합니다. 또 공기압이 부족하면 수막 현상이 심해지므로 충분한 적정 공기압을 채워주는 것이 좋습니다.
시야를 잘 확보하기 위해 마모된 와이퍼도 교체해야 합니다. 와이퍼는 저렴한 소모품이지만, 의외로 관리에 소홀해지기 쉬운데요. 빗물이 제대로 닦이지 않고 물자국이 남는다면 와이퍼 블레이드가 마모된 것이므로, 규격에 맞는 와이퍼를 구매해 교체해줘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유리의 유막을 제거하고 발수코팅까지 한다면 더욱 깨끗한 시야를 얻을 수 있겠죠?
장마철에 차를 자주 운행하지 않는다면 습도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높은 습도 탓에 실내에 곰팡이가 슬거나 금속 부위에 부식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관 상 좋지 않을 뿐더러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주 타지 않는 차에는 제습제를 비치해 습도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물론 주기적으로 운행하며 에어컨을 가동하고, 맑은 날에는 야외에서 문을 열고 건조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