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한 정체성을 손에 꼭 붙들고 종종거리지 마세요
단일한 정체성을 손에 꼭 붙들고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종종거리지 마세요. 당신은 아직 당신을 모릅니다.
-허지원,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검색어의 맹점은 나의 상황과 문제를 한정 짓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안할수록 나는 무한검색의 굴레에 빠져들었고 아이러니하게도 해결책을 열심히 찾으면 찾을수록 나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수가지로 나뉘는데 그 문제의 본질마저 변해가니 나는 점점 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게 되었다.
내 문제가 오랫동안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 데에는 이렇듯 내 정체성이 단일하지도 불변하지도 않는 것이 컸다. 나는 조용한 사람, 나는 소극적인 사람, 나는 우울한 사람이라는 수식어에 갇혀서 나는 얼마나 많은 가능성과 미래를 미리 재단해 버렸을까. 하나의 원인과 유일한 해법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버리고 조금 더 현재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소위 뼈 때리고 머리 쓰다듬는 책으로 유명한 이 허지원 교수의 책에는 뇌과학자이자 임상심리학자인 저자의 정체성처럼 실용적이면서도 공감 가득한 문구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자꾸만 만병통치약을 찾고자 조바심을 내던 나에게 종종거리지 말라는 쓴소리는 마냥 쓰지만은 않았다. 이제는 훨훨 날 수 있도록 나를 하나의 틀 안에 가두지 말고 변화무쌍한 존재 자체로 받아들이고 싶다. 나는 복합적이고 다변하는 존재, 그래서 더 찬란한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