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과 박제
먹던 아이스크림이 흘렀다고 헐레벌떡 다시 가게에서 휴지를 가져와서 닦아주는 너
받은 것보다 준 것은 더 자주 잊어서 가끔은 나에게 해준 반지의 존재마저 잊어 당황시키는 너
인생의 한 페이지가 끝난 것 같다는 나에게 넘기면 새 페이지가 시작된다고 말해주는 너
나를 사랑하되 이상에 집착하는 나는 덜 사랑해야 살 수 있다고 말하는 나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되 너무 나만 보지 말고 주위를 보아야 나도 산다는 것을 깨달은 나
나를 있는 그대로 아껴주되 때로는 나를 불쌍히 여기는 것을 멈추어야 함을 느끼는 나
힘이 없을 때 조차 할 수 있는 데까지 직접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
상대방이 설령 받아들이지 않을지라도 스스로 생각하기에 필요한 말은 해야만 하는 그
나를 아직도 잘 모르는 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아껴주는 마음만은 진심인 그
매일 제자리 아닌 제자리를 걷는 무언가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은 우리
가끔은 유체이탈하고 싶은 너무나도 피하고 싶은 때는 여전히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럴 때마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장면들에 대한 기억이 우릴 살리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