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정주영 회장님의 오마쥬
아마 들어본적 있으실 존경하는고(故) 정주영 회장님의 유명한 전설적 일화. 영국에 바클레이즈 은행에 차관을 빌리러 가는데 울산 미포만 아무것도 없는 백사장 사진을 가져가서 말하길 "당신들이 돈을 빌려주면 이곳에 조선소를 지어서 배를 만들고 그걸 팔아서 돈을 갚겠다"고 하였다. 그리곤 선박회장의 추천서를 받기 위해 찾아가서 거북선이 그려져있는 500원짜리 지폐를 펴보이며 우리나라는 1500년대에 이미 철갑선을 만든 나라라고 설명하며 기술력을 설명하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셔서 조선강국을 이루어낸 꿈같은 이야기가 있다.
이런 전설과 같은 해프닝을 국내에서 해내고 있는 자동차회사가 있다. 바로 쉐보레가 그렇다. 쉐보레는 2022년형 페이스리프트 버젼의 트래버스를 '슈퍼 SUV'라는 거창한 레터링을 붙여서 차를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차 보다 신기한점 하나는 오프라인 매장들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동차 전시장을 방문하면 해당 모델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직원들도 제대로 본적이 없는것 같다. 그런데도 브로셔를 보고 가격을 설명하면서 차를 팔고 있다.
공급물량이 없어서 차량전시도 할수 없다고 하는데 글쎄...현상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인지는 모르겠다.
회사차원에서 교육을 어디까지 했는지 모르겠지만 몇군데 대리점을 돌아본 결과 해당 차량의 구조나 소비 타겟과 장점에 대한 적절한 설명도 잘 없다. 차량에 관한것은 내가 홈페이지에서 본것과 다를바가 없는 정도이다.
이렇게 지적을 하는 이유는 디스를 하고자 함이 절대 아니다. 정반대로, 장점이 뚜렷한(단점도 뚜렷합니다^^;;;) 멋진 차량인데 너무 시장 접근이 이상하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접근해보고 싶어서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차의 장점이나 포지션적 이점이 시기적으로 많은데도 불구하고 길거리에는 보이질 않는다. 의도한 신비주의적인 접근이라면 실패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더욱 문제이다.
결과는? 숫자로 보여진다.
트래버스는 2022년 1월 26일부터 사전 계약을 받았던것 같다. 공시된 2022년 4월 판매량을 온라인에서 보니 34대인가 팔렸더라. 3월은, 17대...
경쟁차종들의 판매량과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초라한 숫자이다. 비교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은 팰리세이드는 2022년 4월 판매량이 4461대, 카니발은 5121대 팔렸다.(100배 아님 150배네요...) 위기의 쌍용의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를 합하면 2617대가 팔렸다. 눈을 조금 위로 들어 동급의 수입차들을 보면 포드 익스플로러는 89대 링컨 에비에이터는 118대다. 심지어 쉐보레의 더 크고 더 늦게들여온 타호도 58대가 팔렸다.
그럼 트래버스의 전년도 판매량에 비하면 결과는 어떨까. 2022년 5월 26일 시사저널e 기사에 따르면 트래버스의 2021년도 1~4월 판매량은 1133대, 2022년도 1~4월 판매량은 137대이다.
디자인과 편의사항까지 증대되었다는 2022년 수퍼SUV의 성적표는 이렇다.
어디로 보나 아쉬운 성적이다. 이 차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너무 안타깝다. 그간 지엠(GM)이 한국시장에 들여온 노력을 생각해보면 그래도 국산차의 서비스와 실속에 수입차의 이미지도 가지고 있는데 너무 저조한 성적인것 같다.
대단한 기업가적 접근이나 앙트프러너쉽을 발휘해서 판을 흔들수 있는 조언을 할 수 있는 능력자는 아니지만 평범한 소비자의 의견으로 건네보고 싶다. 그리고 쉐보레에서 많이 국내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반등에 성공하셨으면 한다.
2022년 새로워진 트래버스 모델을 위한 마켓접근에서 두가지 측면에서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접촉과 노출 빈도.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보지도 않고 살만큼의 임팩트를 쉐보레와 트래버스는 가지고 있지 않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쉐보레는 벤츠나 BMW정도의 브랜드가치와 내외부디자인의 멋짐을 확신하고 구입할만큼의 신뢰도를 보유하지는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 두 브랜드도 쉽지 않을것이다.
트래버스의 투박한 내부와 그나마 보완된 기능적 부분들. 그럼 최소한 상승된 가격을 설득할 만큼의 스킨쉽은 있어야 사람들이 장점을 인지하고 설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차량 하나로 돌려가면서 전시를 하더라도 지역별로 한대씩은 해당 신형 모델을 가지고 있어야 노출빈도가 올라가게 되지 않을까.
실제로 이 차량은 5인이상탑승으로 3열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굉장히 멋진 공간감을 제공한다. 아얘 에스컬레이드급의 대형 차량들을 제외하고는 이정도의 공간감을 줄수 있는 차량이 가격을 떠나서 거의 없다. 패밀리카라면 모를까 Sports Utility Vihecle로는 찾을수가 없고 이 가격대라면 더욱 찾을수 없다. 6~7인승의 어떤 차량과 비교해도 공간감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것도 보지않으면, 사진이나 말빨로는 느낄수가 없다.
둘째, 포지션과 타겟
기본적으로 타겟팅(Targeting)을 하는지 잘 모르겟다. 사이즈로 세그멘트를 나누는것 말고 구입 대상 타겟말이다. 파워블로거들 몇명이 차량 시승기를 올리는것으로 마케팅적 노력이 전부라면 너무 부족한 접근인것 같다. 차를 만드는데 들어간 노력이 있는데 그에 준하는 정도는 마케팅도 해야 하지 않을까.
트래버스는 한마디로 하면
'카니발보다는 Young, 펠리세이드보다 Wide, 수입차보다 Cheap'
정도가 아닐까. 그렇다면 그러한 포지션을 극대화 해서 어필할 수 있는 장점과 대상 고객군은 누구일까.
넓은 공간으로 3열을 활용하는 가족중심 유저지만 에스컬레이드나 타호보다는 주차장에서 눈치 덜보고 싶고,
넓은 트렁크공간과 트레일링 기능으로 야외활동이나 캠핑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스포티한 역동성도 버릴수 없으며,
가격은 고급 수입차량보다 저렴하되 국산 SUV나 패밀리카의 밋밋함은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세금이나 유류등의 유지비 부담은 합리적인 이내에서 감수하겠다는 각오로
동급의 차량중에 빼어난 자연흡기 v6엔진의 314hp(마력)의 출력과 안정감으로 주행능력도 버리고 싶지 않은 생각도 있는 가운데
투박하고 아쉬움이 남는 실내 디자인은 아메리칸 실용주의 감성과 아날로그적인 기호라고 이해하고 넘어갈수 있는
..............그런 사람일것 같다.
따라서, 위와같은 타겟팅과 포지셔닝을 활용하여 대고객 안내를 적극적으로 하면 좋을것 같다.
만약 이벤트성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1. 최소한 제품 특성에 맞게 접근을 해서 상대적으로 Young하고 패밀리중심적인 사람들이 많을 유명 캠핑 장소나 캠핑용품을 구매하는 장소들에서 젊은 아빠들을 대상으로 접근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벤츠나 마세라티는 고급 골프연습장에 광고를 많이 해놓는다) 현수막이나 광고판, 브로셔비치 정도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저렴하게 말이다.
2. 수도권 고객을 위한 접근으로는 올초에 진행했던 '스타필드'나 '워커힐'보다는 근교의 파주나 이천, 여주의 프리미엄 아울렛이 타겟 고객층과 더 맞는 전시가 되었을거라고 생각한다. 합리적 소비를 생각하고 가족들과 근교를 나오는 이동성을 생각하는 사람이 더 타겟이 되지 않을까. 실제 해당 두곳에 입점한 브랜드, 소비패턴, 주차장의 차량형태 비중을 보면 이런 견해를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쉐보레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트래버스를 보면서 생각했던 부분을 이렇게 나마 글로 적어본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길게는 10년을 훌쩍 넘게 함께하게되는 차량구입, 장점은 장점대로 인지하고 단점은 아쉬운대로 알고 이해하면서 서로에게 극대화된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는 도로 위 파트너를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p.s. 2022년형 트래버스 1열 썬루프 개폐방식은 정말 좀... 바꿔보셨으면 합니다... 차라리 반자동이 아니라 수동이 낫겠던데요...꽤나 큰 아쉬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