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1등이 '게정'이라고 쓴 날

홈스쿨링의 웃픈 사랑 이야기

by 엄마의 왈츠

체스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아이가 ‘계정’을 ‘게정’이라고 썼다.

나는 웃다가도 울컥했다.
홈스쿨링 9년, 그 아이러니가 참 귀엽고도 짠했다.



우리가 홈스쿨링을 시작한 건,
이혼의 상처로 느려진 아이 때문이었다.
두 돌이 지나서야 “엄마”라는 말을 했고,
조음장애로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했다.
대소변 가리는 것도 여섯 살은 되어야 가능했으니, ADHD 걱정을 듣기도 했었다.



결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왔다.

그 아이, 내 아이.

그때 나는 마음먹었다.
공부는 뒷전이어도 좋으니,

마음은 다치지 않게 하자고.
정서 안정이 1순위였다.
받아쓰기니, 수학 문제니 하는 건

그때부터 쿨하게 내려놨다.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걸 따라가기로 했다.
큐브에 빠지면 큐브를, 체스에 꽂히면 체스를, 끝까지!
그러다 보니 관련된 원서를 읽고, 영어 영상도 듣더니
어느새 원어민과 막힘없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체스 입문 대회에서 1등을 하고,
큐브 대회 파이널에 진출했을 땐 속으로 외쳤다.
“이거야, 이게 진짜 공부지.”



그런데, 아니었다.
어느 날 아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 7 곱하기 8은 48이지?”
내가 당황하며 되물었다.
“다시 해볼까…? 사랑아, 7 ×8은… 56이야…”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계정’을 ‘게정’, ‘낮다’를 ‘낫다’라고 쓰는

글씨를 보다가,
나는 속으로 아찔했다.
“이렇게 맞춤법이 엉망이면… 어떡하지?”



체스판 위에선 당당한 아이,
큐브를 돌리며 친구들과 웃는 아이가
구구단을 헷갈리고, 글은 엉망이라니.

그게 너무 아이 같아서 웃음이 났는데,
또 한편으론 마음이 찡했다.
아, 이래서 엄마라는 자리엔
늘 눈물이 묻어 있는 거구나 싶었다.



그 순간, 조급함이 밀려왔다.
‘이러다 뒤처지는 거 아냐?’
‘학력 격차라는 게 이런 거지 않나?’
그리고 바로 이어서… 나의 오래된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생각했다.
내가 사랑이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려면,
나 역시 다른 엄마들과 비교당해야 공평한 거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곧장 미안해졌다.
이 아이는 자기 속도로 잘 걷고 있었는데,
조급한 건 내 마음이었다.



“사랑아, 구구단은 천천히 외워도 돼.
엄마가 같이 해줄게.”
그랬더니 아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 구구단 노래 부르는 앱 깔아야겠다!”



… 하, 이래서 내가 얘를 이긴 적이 없다.

홈스쿨링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불완전한 길 위에서 우리는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아이의 책상 위에는
오늘도 큐브와 체스판이 굴러다니고,
그 옆엔 아이의 웃음과 나의 실수,

그리고 우리 둘만의 작은 성장이 함께 자라고 있다.

느리지만, 웃기지만, 우리는 꽤 괜찮은 팀이다.




이전 08화느린 아이, 단단한 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