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의 삶에서 건져 올린 기록
함께 있었다.
남편도 있었고, 아이들도 있었다.
어머니도 계셨고, 늘 누군가 곁에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자주 혼자라는 느낌 속에 서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누군가의 하루를 챙기는 일이었다.
밥을 먹였고, 약을 챙겼고, 병원을 다녔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에도,
늙어가는 어머니 곁에서도
나는 늘 ‘돌보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삶을 붙잡고 있는 동안
정작 내 마음을 묻는 사람은 없었다.
간병인이 된 후,
그 느낌은 더 또렷해졌다.
병실에는 늘 사람이 있었지만
밤이 되면 모든 책임은 한 사람에게로 모였다.
잠든 환자 옆 의자에 앉아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나는 지금, 누구에게 기대고 있는 걸까.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군가의 아내였지만
정작 ‘나’로 존재하는 시간은 아주 짧았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 글은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함께 있었지만
결국은 자기 몫의 삶을
혼자서 건너야 했던
한 사람의 기록이다.
그리고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조금은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을지 모른다.
함께 있었지만,
결국 혼자였던 시간들 속에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나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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