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나는 나 자신을 조금은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나는 늘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왔다.
환자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가족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으며,
내 감정보다는
지금 해야 할 일을 먼저 선택해 왔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믿었고,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삶이라고 여겨 왔다.
간병이라는 일은
누군가의 하루를 대신 살아 주는 일과도 같았다.
그들의 아침을 열어 주고,
그들의 식사를 돕고,
그들의 밤이 편안히 지나가도록
곁을 지키는 일.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늘 조용히 뒤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삶을 지켜보며
나는 점점 나 자신의 마음을
뒤로 미루는 일에 익숙해졌다.
힘들다는 말도,
외롭다는 마음도,
그저 마음속에 조용히 묻어 둔 채로
괜찮은 사람처럼 살아왔다.
하지만 그날,
병실 창가에 앉아
잠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밖을 바라보고 있던 순간이었다.
햇빛이 창문을 지나
조용히 바닥 위에 내려앉아 있었고,
그 빛 속에서
나는 문득
오랫동안 애써 온 나 자신의 시간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위해 살아온 시간들,
견디며 지나온 수많은 날들,
그리고 아무도 몰랐던
나만의 침묵의 순간들.
나는 그 시간들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무너지지 않았고,
나는 도망치지 않았으며,
나는 끝까지 나의 자리를 지켜 왔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이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대견 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비로소,
나는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때로는 흔들려도 괜찮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여전히 삶은 쉽지 않았고,
여전히 외로운 순간들은 찾아왔지만,
나는 더 이상
나를 외면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혼자였던 시간 속에서
나는 무너지지 않고
나를 지켜 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이,
앞으로의 나를
조용히 지탱해 줄 것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