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11화

by BlackBearLeo


연이은 '비질란테' 활동은 김도윤의 정신과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박광수 사건부터 시작된 그의 '심판'은 재벌 2세, 다단계 사기꾼, 학교 폭력 가해 학생, 그리고 최근의 사이비 교주 박성철까지 이어졌다. 그는 법이 외면한 악인들을 처단하며 정의를 구현했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그의 초능력, 즉 '잔류 사념'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날수록 부작용은 더욱 심화되었다. 이제 그의 능력은 그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은 더 이상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을 침범하는 잔혹한 체험이었다. 그는 꿈속에서 자신이 처단한 악인들의 마지막 비명과 고통을 생생하게 느꼈다. 살점이 찢기는 소리,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감각, 그리고 피 냄새가 코끝을 맴도는 듯했다. 피 묻은 손으로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원혼들,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너도 결국 우리와 다를 바 없다. 네 손에도 피가 묻었어!"**라고 속삭이는 환청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나면 온몸은 식은땀으로 축축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발작하듯 뛰어댔다. 침대 시트는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숨은 가쁘게 몰아쉬어졌다. 새벽의 찬 공기마저 그에게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낮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검찰청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통제 불가능한 환각과 환청에 시달렸다. 책상 위의 서류를 보다가도 갑자기 눈앞에 검붉은 혈흔이 번지거나, 피 묻은 손이 아른거리는 환각을 보았다. 동료들의 대화 속에서도 악인들의 비웃음 소리나, 피해자들의 절규가 섞여 들려오는 듯했다. 정신과 육체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한 아찔한 경험이 반복되었다. 그는 자신이 점점 현실과의 접점을 잃어가는 것 같아 두려웠다.

"김 검사님, 이 서류 좀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다음 주에 있을 공판 관련 자료입니다."

동료 검사가 말을 걸자, 김도윤은 순간적으로 그의 얼굴이 박성철 교주의 일그러진 얼굴로 변하는 섬뜩한 환각을 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들고 있던 펜이 손에서 미끄러져 탁자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 네. 잠시만요."

김도윤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서류를 받아 들었지만,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에는 깊은 피로가 짙게 서려 있었다.

극심한 두통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이 수시로 찾아왔고, 그럴 때마다 코피가 터져 나오곤 했다. 붉은 피가 코끝을 타고 흘러내릴 때마다 그의 옷깃이나 서류에 묻을까 봐 황급히 손으로 막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일이 잦아졌다. 차가운 물로 코피를 닦아내도 고통은 가시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고, 눈 밑의 다크서클은 이제 검푸른 그림자처럼 드리워졌다. 몸은 급격히 수척해졌고,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가끔은 사무실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쓰러질 듯한 모습을 보여 동료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의 등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숟가락을 놓치고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는 일이 잦았다. 그의 시선은 허공을 헤매는 듯했고, 마치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듯한 기이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밥 한 숟가락을 넘기기 힘들어하는 듯했고, 식사 시간 내내 물만 홀짝였다. 동료들은 그런 김도윤의 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 김도윤의 귓가에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그는 애써 무시했다.

"김 검사, 요즘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선배 검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눈에는 진심 어린 염려가 담겨 있었다.

김도윤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아닙니다, 선배님. 요즘 사건이 많아서 잠을 좀 설쳤더니 그렇습니다. 괜찮습니다. 워낙 민감한 사건들이 많아서요."

그는 자신의 비밀을 필사적으로 숨기려 했다. 자신의 고통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의 고독은 더욱 깊어졌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이 없다고 느꼈다. 자신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김도윤의 이상 징후는 검찰청 내에서도 점차 소문처럼 퍼져나갔다. 그의 뛰어난 능력만큼이나 그의 기이한 행동은 동료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와 가장 가까이 지내던 동료 검사들은 김도윤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챘다. 그들은 점심시간에 김도윤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모습, 회의 중에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 그리고 툭하면 화장실로 달려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김 검사님, 요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얼굴이 반쪽이 됐어요. 이러다 쓰러지시는 거 아니에요?"

막내 검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김도윤을 존경했지만, 그의 건강이 염려되어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 있었다.

"괜찮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조금 피곤해서 그래. 다음 주면 좀 나아질 거야."

김도윤은 억지로 밝은 모습을 보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고, 눈빛은 초점을 잃은 듯했다. 그의 어색한 웃음은 오히려 동료들의 걱정을 증폭시켰다. 그는 자신의 고통을 숨기기 위해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그의 몸은 더욱 빠르게 지쳐갔다.

어느 날 오후, 김도윤은 사무실에서 다음 수사 계획 서류를 검토하다가 갑자기 손에 든 펜을 떨어뜨리고 이마를 짚었다. 극심한 두통과 함께 눈앞이 흐려지는 듯한 환각이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눈앞의 서류가 핏빛으로 변하는 듯했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호흡이 가빠졌다.

"김 검사님!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세요? 혹시 감기라도 드신 겁니까?"

옆자리 동료 검사가 깜짝 놀라며 다가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김도윤은 고개를 저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의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

"아… 네. 잠시 어지러워서요. 괜찮습니다.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 걱정 마세요."

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수도꼭지를 틀어 차가운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하지만 고통은 가시지 않았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어댔다.

그는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 주저앉았다. 숨을 헐떡이며 주머니에서 진통제를 꺼내 두 알을 한꺼번에 삼켰다. 그의 손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잔류 사념'의 부작용은 이제 그의 일상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자신을 파괴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법이 외면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존재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치 늪에 빠진 사람처럼, 발버둥 칠수록 더욱 깊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동료들은 김도윤의 이런 행동을 보며 더욱 걱정했다. 그들은 김도윤이 무언가 심각한 병을 앓고 있거나, 혹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도윤은 그들의 걱정을 애써 외면하고 피했다. 그는 식사 자리에서도, 회식 자리에서도, 심지어 짧은 대화 속에서도 동료들과 거리를 두려 했다. 자신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질란테'로서의 정체, 그리고 '잔류 사념'이라는 비정상적인 능력. 이 모든 것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검사로서 살아갈 수 없을 터였다.

그의 고독은 더욱 깊어졌다. 그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유일하게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는 유하준에게도 연락할 수 없었다. 유하준마저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 김도윤은 점점 더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고립시켰다. 그의 주변에는 두터운 벽이 세워지는 듯했다. 그는 점점 더 그림자처럼 희미해져 가는 듯했다.

한편, 강재혁 경감은 김도윤의 이상 징후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비질란테'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도윤 검사에 대한 의심은 점점 더 커져갔다. 그의 날카로운 촉은 김도윤을 향하고 있었고, 김영호 형사가 조사한 김도윤의 과거 수사 기록은 강재혁의 의심에 확신을 더했다.

"팀장님, 김도윤 검사의 과거 수사 기록입니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아주 특이한 패턴이 있습니다."

김영호 형사가 두툼한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의 얼굴에는 복잡한 표정과 함께, 자신이 발견한 사실에 대한 충격이 역력했다.

강재혁은 보고서를 받아 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보고서 위를 빠르게 훑었다.

"말해보게. 어떤 패턴인가?"

"김 검사님은 유독 '직감'에 의존하여 사건을 해결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증거가 부족하거나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해결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요. 그리고… 이런 사건들 중 일부는 '익명의 제보'나 '우연한 단서'를 통해 결정적인 정보를 얻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우연'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작위적인 느낌을 줍니다. 마치 그 정보를 얻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것처럼요."

김영호는 말을 이어갔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있었고, 눈빛은 강재혁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강재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그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익명의 제보'와 '우연한 단서'. 박성철 교주 사건에서 '비질란테'가 사용한 수법과 너무나 흡사했다.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김도윤 검사가 '비질란테'의 조력자이거나, 혹은… 그 자신이 '비질란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인가?"

강재혁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섬뜩한 가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게다가 최근 김 검사님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습니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걱정이 많습니다. 극심한 두통과 코피,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고 합니다. 마치… 무언가에 시달리는 것처럼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식사도 거른다고 합니다. 그의 외모도 눈에 띄게 수척해졌습니다."

김영호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의 말에는 걱정과 함께, 김도윤이 무언가 거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확신이 섞여 있었다.

강재혁은 보고서를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비질란테'의 활동이 늘어날수록 김도윤의 건강이 악화된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마치 '비질란테'의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김도윤의 몸에 무리가 가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그의 능력이 그의 육체를 갉아먹는 듯이.

"김영호 형사, 김도윤 검사에 대한 비공식적인 조사를 더욱 강화하게. 그의 모든 동선을 파악하고,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주시하게. 특히 그가 개인적으로 접촉하는 외부 인물이 있는지, 불규칙적인 시간대에 어디를 방문하는지 확인해. 그리고 그의 건강 상태 변화도 면밀히 기록해. 특히 그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일 경우 즉시 보고하게. 그의 사무실과 집 주변 CCTV도 확보해."

강재혁은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지만, 그 속에는 끈질긴 추격자의 냉철한 집념이 엿보였다. 그는 이미 김도윤을 '비질란테'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었다.

김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음은 무거웠다. 자신이 존경하던 검사가 '비질란테'라는 그림자의 심판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팀장의 명령이었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복잡한 고뇌와 함께, 피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결의가 스쳐 지나갔다.

강재혁은 창밖을 바라봤다. 도시의 밤은 여전히 '비질란테'에 대한 논쟁으로 들끓고 있었다. 영웅인가, 범죄자인가. 그 질문의 답은 이제 김도윤이라는 한 남자의 고통스러운 비밀과 얽혀 있었다. 강재혁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걷고 있었다. 그 길이 얼마나 잔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지는 알지 못한 채. 김도윤의 위기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고, 강재혁의 추격은 더욱 집요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운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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