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수사관 13화

by BlackBearLeo


2025년 8월 초. 서울. 끈적한 여름밤의 열기 속. 장마는 끝났지만, 김도윤의 마음속에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연이은 '비질란테' 사건과 그에 따른 사회적 논란은 김도윤의 주변을 옥죄는 보이지 않는 밧줄처럼 느껴졌다. 그의 어깨는 한층 더 무거워졌고, 피부는 날카로운 올가미에 긁힌 듯 쓰라렸다. 특히 경찰청 특수 수사팀 강재혁 경감의 집요한 추적이 시작된 이후, 김도윤은 미세한 압박감을 넘어선 불안과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미행이나 노골적인 감시는 없었지만, 서류 작업 중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동료들의 질문 속에 섞인 미묘한 뉘앙스, 그리고 사무실 주변을 맴도는 듯한 알 수 없는 기척들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의 예민해진 감각은 모든 것을 감시로 받아들였다.

김도윤은 화장실에서 찬물로 얼굴을 씻어내렸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줄기가 그의 핏기 없는 얼굴에 닿자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점점 더 초췌해져 가고 있었다. 퀭한 눈과 창백한 얼굴, 그리고 눈 밑에 드리워진 짙은 다크서클은 그의 지친 내면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수도꼭지를 잠그는 순간, 그의 귓가에 희미한 환청이 스쳐 지나갔다. "네가 하는 모든 일을 알고 있다… 네 그림자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 섬뜩한 목소리에 김도윤은 몸을 움찔 떨었다. 등줄기에는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자신의 과민 반응이라고 애써 부정했지만, 불안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망상처럼 그의 의식을 파고들었다.

며칠 전부터 그는 자신이 주시당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눈치챱다. 평소보다 잦은 동료들의 시선, 특히 김영호 형사가 자신을 바라볼 때의 복잡한 눈빛. 그의 컴퓨터에 깔린 보안 프로그램이 미세하게 느려진다는 느낌, 그리고 퇴근길에 뒤따라오는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너무나 익숙하다는 기분. 단순한 기분 탓일 수도 있었지만, '잔류 사념'으로 예민해진 그의 감각은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를 향한 덫처럼 느껴졌다.

"김 검사님, 요즘 퇴근이 너무 늦으시는 것 아닙니까? 제가 보기엔 좀 쉬셔야 할 것 같은데요. 건강이 너무 안 좋아 보이십니다."

어느 날 저녁, 김영호가 김도윤의 사무실 문 앞에서 서성이다 말을 걸었다. 그의 목소리는 걱정스러웠지만, 김도윤은 그 속에 숨겨진 미묘한 의도를 감지했다. 마치 그의 동선을 확인하려는 듯한, 그의 사생활을 침범하려는 듯한 질문이었다.

"아, 괜찮습니다. 처리할 서류가 좀 많아서요. 곧 끝납니다. 먼저 퇴근하십시오, 김 형사."

김도윤은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서류철을 꽉 쥐고 있었다. 그의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고, 심장은 불안하게 뛰었다.

그날 밤, 김도윤은 자신의 오피스텔에 돌아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천장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듯한 환각이 보였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혔다. 강재혁 경감. 그는 분명 자신을 의심하고 있을 터였다. '비질란테'의 정체와 자신의 능력이 들통나는 것은 시간문제일지도 몰랐다. 그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끌려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 '비질란테' 활동에서는, 일부러 교란된 증거를 남기거나, 수사팀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할 미끼 정보를 흘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들의 시선을 자신에게서 돌려야 했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수사팀을 조종하려 한 것이다. 마치 바둑을 두듯, 강재혁의 수를 예측하고 한 수 앞서 나가야 했다.

김도윤은 새로운 '심판' 대상을 물색하며 동시에 수사팀을 혼란에 빠뜨릴 계획을 세웠다. 다음 타겟은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많은 중소기업을 도산시킨 악질적인 대기업 회장, 강만호였다. 그는 정치권과 유착하여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왔으며, 수십억 대의 비자금을 해외에 숨겨놓고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김도윤은 잔류 사념으로 그의 은밀한 비자금 관리 장부와 해외 도피 계획, 그리고 그가 숨겨둔 또 다른 범죄 증거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했다. 동시에 그는 이 정보를 강재혁 팀에게 흘릴 방법을 구상했다. 수사팀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는 유하준에게 은밀하게 연락했다.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고, 해킹을 통해 생성한 익명 계정을 통해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사건에서 일부러 교란된 정보를 흘려야 한다. 대기업 회장 강만호의 비자금 장부 위치에 대한 허위 정보를 흘려 경찰의 수사력을 분산시켜야 해. 장부는 뉴욕의 특정 서버에 숨겨져 있다고 흘려라. 그리고 실제 처단 현장에는 아주 미미한 단서, 마치 조작된 것처럼 보이는 단서를 남겨둘 것이다. 일부러 허술하게."

김도윤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계산적인 냉철함과 동시에 미세한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메시지를 받은 유하준은 김도윤에게 즉시 암호화된 답장을 보냈다.

"형님, 너무 위험합니다. 그런 복잡한 정보 조작은 형님의 능력 부작용을 더 심화시킬 겁니다. 최근 들어 형님의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졌습니다. 과부하가 걸리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유하준의 목소리에는 깊은 걱정과 함께, 김도윤을 향한 진심 어린 염려가 담겨 있었다. 그는 김도윤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유하준. 강재혁 경감이 나를 의심하고 있어. 더 이상 감시당할 수는 없어.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야. 이 도시의 악인들은 여전히 법의 심판을 비웃고 있어. 내가 멈출 수 없어."

김도윤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눈은 흔들림 없었지만, 그의 이마에는 이미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자신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마치 중독된 것처럼.

김도윤은 계획대로 대기업 회장 강만호를 '심판'했다. 그리고 현장에는 의도적으로 교란된 증거들을 남겼다. 회장의 개인 금고에서 발견된 위조된 해외 은행 계좌 정보, 그리고 사무실 컴퓨터에 일부러 남겨둔 해킹 흔적들. 이 모든 것들은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처럼 보이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동시에 유하준을 통해 경찰에 '익명의 제보'를 흘렸다. 제보의 내용은 회장의 비자금 장부가 특정 해외 서버에 숨겨져 있다는 허위 정보였다. 강만호의 시신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현장에는 그 어떤 직접적인 단서도 남지 않았다.

수사팀은 제보를 받고 즉시 해외 서버 추적에 나섰다. 강재혁 팀은 이 정보에 매달렸지만, 아무리 추적해도 실제 비자금 장부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허위 정보임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며칠이 지난 뒤였다. 수사에 엄청난 시간과 인력이 낭비된 것이다.

"팀장님, 제보된 해외 서버는 유인용 서버였습니다! 아무런 정보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흘려 우리 수사력을 분산시킨 것 같습니다! 이건 우리를 농락한 겁니다!"

김영호 형사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보고했다. 그의 얼굴은 분통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강재혁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 분노보다는 냉철한 분석이 앞섰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조작한다… '비질란테'가 단순히 범죄자를 처단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수사팀까지 가지고 놀려 하는군. 아니면… 자신을 향한 수사망을 교란시키려 애쓰는 것일 수도 있겠군."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김도윤 검사를 떠올렸다.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예상했던 바였다.

김도윤의 정보 조작 시도는 오히려 그의 초능력 부작용을 심화시켰다. 복잡한 계획과 거짓 정보 유포는 그의 정신에 더 큰 부담을 주었다. '잔류 사념'은 거짓말에 반응하지 않는 듯했고,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려 할수록 그의 뇌는 더욱 격렬하게 고통스러워했다. 두통은 더욱 심해졌고, 환각과 환청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몸과 정신마저 말을 듣지 않는 듯했다. 그는 오피스텔 벽에 기대어 흐느꼈다. 자신의 손에서 모든 것이 벗어나고 있었다.

김도윤의 정보 조작 시도는 강재혁에게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조작한다'는 심증을 굳히는 역효과를 낳았다. 강재혁은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김도윤의 이름과 '정보 조작 가능성'이라는 글자를 추가했다. 그는 김도윤의 행동 패턴과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정보 조작의 치밀함을 연결시켰다. 모든 조각이 맞춰지는 듯했다.

"이건 분명 내부자의 소행입니다. 혹은 내부 정보에 능통한 자의 소행입니다. '비질란테'는 단순히 처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팀의 움직임까지 예측하고 조작하려 합니다. 마치 우리가 바둑판 위의 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강재혁은 팀원들에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함께 냉철한 분석이 담겨 있었다. 그의 표정은 한층 더 굳건해졌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흘러나온 '익명의 제보'는 과거 김도윤 검사가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등장했던 '익명의 제보'와 방식이 매우 유사합니다. 패턴이 일치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정적인 허위 정보가 섞여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를 시험하려는 듯이. 아니, 자신에게서 시선을 돌리려는 듯이."

강재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그는 김도윤이 자신들을 교란하려 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김영호 형사는 강재혁의 말에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그는 김도윤 검사의 건강 악화와 그의 최근 행동들을 떠올렸다. 김도윤이 자신들을 속이려 했다는 사실에 배신감과 함께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팀장님, 김도윤 검사에 대한 미행 수사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은밀한 조사만으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의 모든 움직임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김영호가 결심한 듯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장함마저 묻어 있었다.

강재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좋다. 하지만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우리는 그를 잡아야 하지만, 그가 검사라는 사실도 잊지 마라. 그의 정체가 밝혀지면 사회에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것이다. 경찰 조직뿐만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어. 모든 것을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

강재혁의 목소리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실려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어깨에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운명이 걸려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김도윤은 자신의 시도가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능력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었다. 오히려 통제하려 할수록 그의 정신과 육체는 더욱 망가져 갔다. 그는 점점 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미지의 힘에 이끌려가고 있음을 느꼈다. 비질란테 활동으로 인한 고통은 이제 그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통제 불능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는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천장을 응시했다. 환각과 환청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그는 이제 자신이 영웅인지, 아니면 그저 미쳐가는 살인자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고독과 절망이 그를 덮쳤다. 그의 손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그의 발자국은 어둠 속으로 점점 더 깊이 침잠하고 있었다.

강재혁은 CCTV 화면에 나타난 김도윤의 모습을 지켜봤다. 창백한 얼굴과 지친 어깨, 그리고 가끔씩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그의 눈빛. 강재혁은 그 모습에서 범인의 그림자를 보았다. 혹은… 고통받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법과 질서의 수호를 위해, 그는 반드시 '비질란테'를 잡아야만 했다. 그림자를 쫓는 강재혁의 추격은 이제 더욱 치밀하고 집요하게, 그리고 비극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두 남자의 운명적인 대결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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