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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힐공방 Jul 26. 2024

내가 나로 살기 시작한 새벽시간

하루 습관이 꿈을 꾸게 됐다.



© brandi1, 출처 Unsplash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건강하게 살아가길 소망한다. 건강하고 멋지게 살아가길 원한다. 병들어 고생하면서 오래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입에 쓴 약이 병을 고친다'  말은 자신에 대한 충고나 비판이 아무리 쓰더라도 받아들이면 결국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오십이라는 나이, 나의 일상은 집과 회사가 전부였다. 직장 생활과 집안일을 병행하지만 표시도 안 나는 가운데 일생일대 큰 변고가 생겼다. 2018년 봄, 거울을 보는데 입술이 부자연스럽고 움직임이 둔하게 느껴졌다. 왼쪽 눈이 잘 감기지가 않았다. '엄마 얼굴이 이상한데 한번 봐줄래' 말했더니 아들은 "엄마 빨리 병원 가 보세요." 걱정스럽게 말했다. 검색해 보니 구안와사 증상이고 다행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주말이라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왔다. 크게 차도는 보이지 않았지만 월요일 출근은 해야 했다. 


근무 중 친구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한 걱정 잔소리를 쏟아냈다. '너 왜 그래? 마비가 온 것 같은데, 신경외과에서 치료해야 빨리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있어'라며 지금 당장 병원부터 다녀오라고 했다. 친구의 딸도 나처럼 아픈 적이 있었다며 빨리 병원 가서 치료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해 주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 거라며 걱정해 주는 친구가 고마웠다. 바로 조퇴 신청서를 내고 병원을 찾았다. 입과 눈이 비뚤어지는 안면마비 현상은 중풍이나 뇌출혈의 원인으로 발생한 중추성 마비, 중풍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말초성 마비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조기 단계이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완전한 얼굴 형태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겁을 주셨다. 한의원 가지 않고 병원으로 빨리 왔으면 주사 맞고 약만 먹어도 됐을 일이었다. 지금 상태는 통원치료보다 입원치료가 빠르다고 하여 바로 입원 수속을 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속상한 일도 쉽게 털어버리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과 작은 일에도 예민했었다. 아프고 나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옛말에 '병은 널리 알려라' 했듯이 친구의 조언 덕분에 하루라도 빠르게 완치가 됐다. 아프고 나니 건강 먼저 챙기게 되어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꾸준히 습관이 되도록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몸이 좋아지고 나니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텀이 길어졌다.


© brandi1, 출처 Unsplash


슬슬 갱년기가 찾아왔지만 다육이라는 식물을 키우며 취미 생활을 즐기게 됐다. 삼 년 정도 애지중지 키우던 것도 흥미를 잃어갈 즈음 우연히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미라클 모닝 챌린지를 알게 됐다. 그날이 그날처럼 느껴지는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직장 다니고 있지만 퇴직 후의 삶도 준비해야 하는데 난 아무런 준비도 해놓은 것이 없었다. 2021년 12월 23일 어두컴컴한 방 안 공기를 깨운 건 알람시계였다. 4시 50분이었다. 남편은 "지금 몇 신데 일어나" 더 자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일어나야  돼."라며 거실로 나왔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커피를 머그잔 가득 담아 소파에 앉았다. 입을 열지 않고 코로 커피의 은은한 향을 느끼며 한 모금씩 마신다. 잠도 깨고 정신을 차려볼 요량이었다. 그동안 남편이 먼저 일어나고 내가 일어날 시간이 되면 커피 한 잔을 타서 자고 있는 침대까지 가져다주면 겨우 일어났었다. 나의 아침 일과였다. 집과 회사 반복되는 일상 속에 조금은 변화를 주고 싶었다. 일찍 일어나려고 결심한 나 자신이 신기했다. 일어나긴 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만 복잡했다. 유튜브를 켜고 매트를 깔고 요가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책을 읽어 내려갔다. 한 해 동안 일들도 적어보고 내년 계획도 노트에 끄적여봤다. 그날은 가족들에게 새벽 기상을 하겠다고 선전포고 한날이었다.



하루 이틀 새벽 기상은 결심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근무하면서 졸려 하품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점심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졌다. 2시간 일찍 일어난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일주일 일어나는 연습을 하고,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미라클 모닝 챌린지에 참석했다. 커뮤니티와의 만남은 또 다른 삶의 시작이었다. 온라인 줌 라이브 강의를 듣는 것은 신세계를 만난 듯 내게 새로운 경험이 됐다. 계획을 세우면 작심삼일로 끝나는 일이 허다했는데 여느 때와는 다르게 하루씩 해내며 목표의식이 강해졌다. 디지털 시대라고 말하지만 나는 문외한이었다. 인스타그램을 배우면서 호기심이 발동하더니 잘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낯선 용어와 느린 이해력은 의자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게 했다.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이긴다'라는 말은 궁둥이 붙이고 진득하게 앉아 끈기 있게 공부하는 사람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처럼, 처음에는 힘에 부처지만 조금씩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 andrewtneel, 출처 Unsplash


디지털에 컴맹이었던 나에게 공부는 평범한 삶의 활력을 줬다. 디지털 튜터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자 핸드폰에 편리한 정보가 많아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디큐 자격증 취득 후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캔바 수업도 듣게 됐다. 배움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발전했지만, 남들보다 느린 속도는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었다.  '내 인생에 포기는 없다'라는 말도 안 되는 용기는 어디서 생긴 건지 변해나는 내 모습이 싫지 않았다. 커뮤니티의 줌 라이브 수업에 화면도 켜지 않고 숨은 그림자로 관계를 유지했다. 사람들은 질문도 잘하는데 나는 그럴 용기는 없었다. 쑥스럽기도 하여 비공개가 편했다. 강의를 듣다 보니 호기심이 생겼고 모르는 것도 묻게 되어 얼굴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섰더니 사람들은 손을 잡아주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하는 신기한 일들을 경험했다. 어느덧 퇴근 후 함께 하는 수업이 기다려졌다.


친구 만나 밥 먹고 카페 투어 하는 것보다 마법에 홀린 것처럼 온라인 수업 듣는 것이 재미있었다. 매일 화면 속 만남은  또 다른 세계의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얼굴 표정과 말하는 표현으로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하며 호기심 많은 미어캣처럼 탐색했다. 단체 카톡 방에 댓글까지 달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 스며들었다. 두서없는 배움에 몸과 마음이 지치고 자신감도 상실하게 만들 때도 있었다. 평범한 주부의 일상은 단조로울 수밖에 없는데 잘하는 것이 무엇이며 하고 싶은 꿈이 뭐냐고 주변에서 자꾸 물었다. 생각해 보니 가족이 우선이었지 나를 위해 깊이 고민하지도 못할 만큼 바쁘게 살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를 거처 지금은 인공지능 시대다. 변화에 맞추어 남들보다 뒤처지지는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문명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5시 기상을 17개월 정도 했을 때 아침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시간 확보를 위해서 30분 더 일찍 일어나게 됐다.  또 다른 도전이고 고된 일이다. 그것도 충족이 되지 않았다. 출근하려니 시간이 부족해 지금은 알람시계가 3시 50분에 일어나라고 나를 꼭 깨운다.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존재다. 글을 잘 쓰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차선책으로 시작한 것은 독서에 집중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잠자는 시간을 줄였다. 독서를 꾸준히 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일찍 일어난다. 해보고 안되면 다른 방법을 강구할 생각이다. 느리지만 좀 더 노력할 거고 아직은 시작도 안 했다. 이 방법도 해보고 안되면 다시 변경하면 된다. 나만의 예쁜 그릇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기본 재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많은 시간을 적극적으로 투자할 때라 여겨진다. 가늘게 길게 뚝심으로 버티며 앞으로 나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


일어나며 '오늘도 잘 지내보자'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다독이며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 루틴을 시작한다. 책을 펴고 얼마 읽지도 않았다고 생각되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요가 수업에 참여한다. 자고 일어나 뻣뻣한 신체를 샅샅이 깨운다. 한 동작 한 동작 따라 하며 내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순식간에 흘러가버리는 시간들이다. 강의를 듣고 나면 나는 필사를 시작한다.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면 끝이 난다. 일어나서 독서하려고 했던 책을 한 시간 동안 몰 일해서 읽어 내려간다. 바로 걷기 운동을 하거나 시간이 부족할 때는 계단 오르기로 대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내가 새벽 기상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매일 1일 1 피드를 올리고 있는 나의 루틴 중 하나다. 처음 시작은 인증용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을 골라 반복 읽고 녹음해서 올리고 있다.  내 목소리가 상대방에 어떻게 들릴지 궁금해하면서 어색함을 내려놓았다.  하루 이틀 하다 보니 녹음하는 시간과 영상 편집하는 시간이 단축됐다. 반복연습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하루의 기록은 나의 삶이다. 일어나는 시간을 기록하고 운동 시작과 끝나는 시간도 타임스탬프로 남겨서 단체 카톡 방에 올리며 SNS를 시작한다. 정성스러운 댓글 답글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응원에 힘을 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나에게 응원 한마디가 더 열심히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때가 있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삼십 분 동안 SNS에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소통의 시간을 정한 이유는 많은 정보 홍수 속에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고 출근 전 해야 할 루틴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삶을 사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첫 번째 삶에서 했던 잘못된 행동을 지금 다시 하려는 것은 아닌지 살려라!" -빅터 프랭클-  나는 매일 성장하는 삶을 살려고 하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기를 기대하며 이른 새벽시간 알람시계에 의지해 눈을 뜬다. 처음부터 잘한 것은 절대 아니다. 하루만 하자 그리고 내일도 일어나 보자고 시작한 것이 꾸준하게 실천하게 됐다. 꾸준함은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다는 말인데 다행히 나는 부모님의 DNA를 조금은 물려받지 않았나 싶다. 아버지는 새벽에 밥 하는 엄마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따뜻한 물을 데워놓으시고 만만히 준비를 해 놓으시면 엄마는 그때 아침밥을 짓곤 하셨다. 부지런하고 성실하신 부모님의 유전자를 조금은 닮아 있다는 것이 장점 중에 하나다. 꾸준함은 매일 하는 일이 반복되면 익숙해지고 습관이 만들어진다. 우연히 유튜브를 보면서 미라클 모닝 챌린지 시작했고, 나는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플랫폼 속으로 한 발씩 걸어 들어가게 됐다. 직장 다니며 집안일까지 나에게 할애된 시간은 새벽시간을 활용해야 나를 깨울 수 있는 잠재적 시간이었다. 전에 몰라던 새벽시간을 이용할 줄 알게 되었고 나의 변화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다.



 어느 날 새벽시간은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신기한 시간이었다.. 조용하고 평온해지며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이 됐다. 디지털 세상은 내가 모르는 세상이었고 배울 것도 많고 호기심 천국이었다. 온라인 친구 만들기와 SNS 활동으로 이웃을 추가하고 디지털 세상 속 놀이터에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단톡방 개수는 늘어났고 정성 어린 댓글과 응원의 글이 하루 수 백 개씩 쌓이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방인이었다면, 지금은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말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성취감과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남편도 자녀들도 엄마의 삶이 좀 더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좋다고 한다. 


새벽 기상을 꾸준히 하다 보니 하루의 루틴이 잡혔고 습관이 만들어졌다.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꾸준히 할 수 있게 된다. 새벽 4시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저녁 10시부터 잠자리 준비를 한다. 내일 할 일을 다이어리에 기록해 두고 꼼꼼히 체크한다. 새벽시간을 잘 활용할 줄 알게 되었고 배움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점점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배울 것도 많은 세상이다. 늦은 나이에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되었고 책을 가까이 두고 읽고 지혜를 얻고 싶고 실행하는 사람이 되도록 나는 꾸준히 새벽 기상을 진행해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 내 꿈의 새싹이 하나씩 자라고 있기에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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