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식을 보내고 마음으로 다시 품는다.
“셋 중에 누구 결혼할 때가 제일 서운했어?”
자식이 결혼과 동시에 독립하는 것은 축복할 일이지만 섭섭하지 않은 자식은 없다.
잘해준 것보다 못해준 일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오래 함께 시간을 보낸 첫째 아들이 먼저 떠올랐다.
“첫째 아들.”
첫째는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아이였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지낼 때는
하루의 대부분을 같은 공간에서 보냈다.
밥을 먹다가도,
잠깐 마주 앉았다가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하고 있는 일과 친구 이야기,
동생과 가족이야기까지
몇 시간을 이야기해도 지루하지 않고 서로 공감하게 되었다.
그 시간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그때는 미처 몰랐다.
결혼을 하고
차로 20분 거리로 분가를 했다.
멀지 않은 거리였다.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이 달라졌다.
같은 공간인데
공기가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늘 있던 자리에
아무도 없는 풍경이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괜히 방문을 열어보고,
이름을 불러볼 것 같은 마음 들었다.
사람 하나의 자리가
이렇게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한동안은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라
베란다에 나가
꽃을 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물 주고, 잎을 닦고,
하루하루 들여다보며
조용히 마음을 달랬다.
딸은
또 다른 방식으로 떠났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며 혼자 살기 시작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결혼을 했다.
딸은 늘 세심한 면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엄마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는 아이였다.
그래서 더 고맙고,
그래서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남는다.
자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문득문득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막내아들은
창밖으로 보이는 아파트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다.
가까이 있어
마음이 놓이는 순간도 많다.
며느리는 세심하게 배려해 주고,
손녀와 손자가 자라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가깝다고 해서
마음을 다 내어놓지는 않는다.
보고 싶다고 해서
불쑥 찾아가거나,
생각난다고 해서
전화를 자주 걸진 않는다.
한 번은
문득 전화기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은 적이 있다.
“지금은 바쁘지 않을까.”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저 부르면 달려오던 아이인데,
이제는
그 아이의 시간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 순간
마음이 조금 시렸다.
아이가 멀어진 것이 아니라
내 자리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부모의 사랑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자식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방향으로 자라난다.
부모는
그 곁에 서 있을 수 없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부모의 마음은
어쩌면
끝이 없는 짝사랑 같다고.
보고 싶어도 참고,
걱정돼도 덜어내고,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키게 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래도 괜찮다.
자녀가
자기 자리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는 각자 마음을 헤아려주게 된다.
함께 있을 때보다
조금 떨어져 있을 때
더 조심하게 되고,
더 배려하게 되고,
그래서 관계가 더 깊어지고 존중하게 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그 거리는
멀어짐이 아니라
서로를 지켜주는 방식이다.
오늘도 나는
한 걸음 물러선 자리에서
아이들을 생각한다.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밥은 챙겨 먹고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소식이 없는 것이 무탈한 하루 잘 보내고 있다고 생각되어 오히려 감사하게 된다.
각자 자리에서 책임감 있게 살고 있는 것에
고맙고 엄마는 늘 기도하고 응원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고마워 사랑해~~
한 줄 평
부모의 사랑은 곁에 두는 것이 아니라, 멀어져도 계속 마음으로 지켜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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