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곁에 남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닿는 사람

by 북힐공방


지난 일요일

특별한 일도 없이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집에 있을까?

망설임 끝에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말 한마디 듣는 순간 반가움이 밀려왔다.

멀게 느껴졌던 시간이

한순간에 가까워졌다.

“어, 잘 지내고 있지?”

짧은 인사였지만

그 안에는

서로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자연스럽게 친구의 안부를 물었다.

딸은 두바이 잘 갔어?”

전쟁 속 타국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의 딸이 떠올라

괜히 마음이 쓰여 전화를 한 것이다.

“응, 잘 지내고 있어.”

그 한마디에

괜히 내가 더 안심이 됐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넘어

서로의 삶을 다시 확인하듯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족이야기 고향이야기 회사이야기를 해도 부담 없고 서로 공감할 수 있어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중학교 때 만난 친구와

40년 동안 우정을 나누고 있고 끝까지 남을 친구 중 한 명이다.

긴 시간 동안

늘 함께였던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도 멀어진 적은 없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되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관계다.


오랜만의 통화도

낯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시간 반이 훌쩍지나 있었다.

통화를 마무리할 즈음

친구가 조용히 말했다.

“나이 들면…

자식들은 다 자기 삶 살잖아.

결국 남는 건 부부더라.”

"그래 맞아" 맞장구를 치게 되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동안 가만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위안과 따스함이 스며들었다.

문득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요즘 우리 대화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어디 아픈 데 없어?”

“오늘은 좀 괜찮아?”

이제는

서로의 건강을 먼저 묻는다.

오랜 시간 함께 살다 보면

사랑의 모양도 조금씩 바뀐다.

뜨겁고 설레던 감정보다는

조용하고 깊은 마음이 남는다.

미운 날도 있었고,

서운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시간들이 쌓여

말하지 않고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무엇이 필요한지 이심전심으로 살고 있다.


요즘은

이 말이 자주 떠오른다.

‘측은지심’

서로를 안쓰럽게 여기게 된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고,

그저 오늘 하루 무탈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생각해 보면

오래 곁에 남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주 만나서가 아니라

마음이 이어져서 남는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

애쓰지 않아도

편안한 사람.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결국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서로 신뢰하고

진심으로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다.


인생 끝에 남는 관계는

화려한 인연이 아니라

이렇게

조용히 안부를 묻고,

서로를 걱정해 주는 사람일 것이다.


한 줄 평

오래 남는 사랑은 설렘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먼저 묻는 마음이다.



#중년의관계

#오래가는우정

#측은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