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로 나를 숨기고 있진 않았나요.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해온 날들
“괜찮아.”
우리는 이 말을 참 쉽게 꺼낸다.
상대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혹은 상황을 부드럽게 넘기기 위한 표현이다.
때로는 그 말이
진짜 마음일 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날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회사 근무 중
몸살 기운이 올라오고
온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점심시간에도
밥을 먹는 시늉만 하다가
휴게실 의자에 몸을 눕혔다.
평소 같으면
책을 펼쳐 들고 있었을 시간이었는데
그날은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내가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동료가 다가와 물었다.
“어디 아파?”
“응… 몸살인 것 같아.”
“괜찮겠어?”
그 한마디가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어느샌가 말없이
담요를 가져다 덮어주었다.
“괜찮아” 대신
“고마워”라고 말하며
눈을 감았다.
근무 시간이 되어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몸은 여전히 차가웠다.
자꾸만 따뜻한 곳을 찾게 되었다.
매장에 있는 온돌 소파에
잠시 앉아 있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동료는 조용히 온도를 따뜻하게 올려주었다.
그때 다른 매장 언니가 말했다.
“반신욕기 안에 들어가 있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될 거야.”
나도 모르게
“괜찮아요.”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정말 괜찮아서 한 말이 아니었다.
괜히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습관처럼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추위는 가시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료가
결국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되겠어.
지금 당장 들어가 있어야 돼.”
마지못해
반신욕기통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끝부터 따뜻함이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굳어 있던 몸이 풀리고
차갑던 손끝에 열이 올라왔다.
그제야 알았다.
괜찮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진작 들어가지 그랬어.”
그 말에는
잔잔한 걱정과 정이 담겨 있었다.
나도 모르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고 말했던 나보다
괜찮지 않은 나를 먼저 알아봐 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괜찮아’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힘든데 괜찮은 것은 없다.
힘든 건 힘든 거고
괜찮은 건 괜찮은 거다.
아프면
그냥 쉬면 된다.
억지로 괜찮다고 말하면
우리는 아픔을 이겨낸 것이 아니라
아픔을 회피하고
잠시 미뤄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을 때
좋다고 말하는 것처럼
힘들 때는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용기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려 한다.
괜찮지 않은 날에는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연습.
아프면
잠시 멈추는 연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살아낸 나를
인정하는 연습.
괜찮지 않아도 된다.
오늘을 무탈하게 버텨낸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잘 살아낸 것이다.
한 줄 평
괜찮다는 말은 참는 말이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용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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