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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물찾기 Feb 20. 2023

불현듯 울적함에 사로잡힐 때

인간관계에서 오는 외로움, 그 풀리지 않는 숙제

나는 가끔, 불현듯 울적함에 사로잡힌다. 나조차 이유를 모르겠고,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울적한지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을 보내고 있는 어느 날 평범한 하루 일과 중 나는 느낀다.


'아, 또 외로움이 찾아왔구나.'


이번주가 그렇다. 갑자기 슬쩍 무기력해지며,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본다.


'잘 살고 있니?' '너는 어떤 것들을 이루고 있니?'


나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질문이 쏟아지고, 그 질문에 답을 주저하는 것은 내 외로움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다. 멀쩡히 잘 살다가 왜 이런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 시간을 허비하는지 스스로 이해할 수 없어 나 자신이 한심해 보인 적도 많았다. 지금도 온전히 나를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나는 가끔 예고 없이 울적하고 외로운 것을 어쩌나? 그저 나의 생긴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결심한 이후로는 울적한 순간이 오면 내 감정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본다. 대체 어떤 것들을 고민하는 것일까? 대체 어떤 부분이 채워지지 않아 나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일까? 이러한 과정들을 거친다고 외로움이나 울적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를 안쓰럽게 볼 수도 있었고, 나를 안아줄 수 있었다.


나의 울적함은 나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40이 넘었지만, 아직도 어린 소녀의 마음처럼 내 마음을 다 나눌 수 있는 친구에 대한 로망을 놓지 못한다. 오래된 그런 친구가 있는 것만도 감사한 일일 텐데, 사는 게 바빠 자주 보지도 못하는 것이 서글프다. 시끌벅적 동네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헛헛할 때가 종종 있다. '여기까지'가 이 관계의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물론 관계가 더 깊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경제적인 것들이나 자식 문제, 여자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들이 더해져 항상 서로 조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끔은 타고난 사회성을 이용해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 나에게 대놓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딱 거기까지만 대해야지!" 마음먹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에 취해 내 마음을 고작 그런 상대에게 줄 때가 있다. '필요'에 의해 시작된 관계를 '진정성' 있는 관계로 바꿀 수 있다는 착각을 하다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런저런 시간들을 보내 문득 마음이 지친다.


그럴 때면 지쳤다는 나의 얘기를 꺼낼 상대를 조심스럽게 찾는다. 나는 보통 카카오톡 리스트를 뒤적뒤적한다. 아무한테나 쉽게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놓을 수는 없다. 그동안 꽤나 사람들하고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는데... 뒤적거리다 그냥 핸드폰을 덮는다. 내 삶이 참 실속 없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내게 울적함이 찾아오는 날은 바로 이런 날들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간관계에 모두 다 만족할까? 가끔 사람들을 붙잡아 놓고 물어보고 싶은 날도 있다. 울적한 마음에 내가 이런 생각까지 해본다니, 쓰고 보니 우습다.


그런데 울적한 날은 그냥 이렇게 실컷 울적한 것만도 좋은 것 같다.


이런 외로움이 밀려오는 날, "내겐 소중한 친구가 있지." "감사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처럼 긍정적인 말들로 날 위로한 적이 있었다. 진솔한 우울함 앞에 긍정적인 말처럼 답답하고 철벽인 것은 없었다. 우울하면 안 될 것 같았고, 스스로가 부정적인 사람인 것만 같았다. '긍정'이라는 시멘트로 내 감정을 덮어버리는 기분이랄까?


부정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가끔 찾아오는 나의 울적함은. 그 감정도 존중하고 싶었다. 그게 나인 것을.


행복한 날도 외로운 날도 있다.


나는 오늘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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