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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hmack Feb 13. 2021

똥주차

Feburary 11, 2021

움직이는 차들 사이보다 멈춰있는 차들 사이에서 운전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나의 실수가 움직이는 차들의 배려를 받을 수 있을거라 나도 모르게 그렇게 의식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다가가면 그들이 한발 물러날 여지가 있지만 주차된 차들은 얄짤없다. 내가 긁은 대로 쫘악 줄이 가게 마련이다.

연 이틀 주차하며 스트레스를 너무너무 받았다. 심지어 이혼까지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 다 하지 않았을까. ‘내가 이렇게까지 운동신경이 없었나’, 내가 이렇게까지 차분하지 못하고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었나’ 오해도 해보고 ‘도대체 얼마나 운전을 많이 해봐야 그냥 감으로 해내는 날이 오는 건가’ 의심만 하다 계속되는 실수로 자신감이 완전 바닥을 치는 요 며칠.

내가 수일 내로 보상비를 물어줘야 하는 차가 주차되었던 그 자리에, 또 비스름하게 불법은 아니지만 아주 불량 스러히 주차되어 있는 큰 차를 보며 ‘와 오늘은 차 안 가지고 나가길 잘했네. 그랬다면 빼박 또 긁었겠다’ 궁시렁 대다 차를 보는데 여기저기 이런 메모가 붙어있는것이 아닌가.

일명 “똥주차!” 해석하자면 왜 이따위로 주차를 해놨니 정도 되겠다. 보자마자 너무 기뻐서 사진을 찍었다. 아 나만 주차가 어려운 게 아니었어. 아 나만 이 사이를 지나가는 게 어려운 게 아니었어. 물론 다른 이들은 나처럼 긁지는 않았겠지만 상관없다. 자신의 차를 지나쳐야할 다른 차들을 배려하지 않은 그 무례함을 나만 느낀 게 아니구나 싶어 매우 반가운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뭐 재밌는 게 있어서 사진을 찍어대나 싶었던 우리 집 어린이가 자기도 보여달라며 뭐가 재밌냐며 계속 물으나 마나 나만 싱글벙글. 응 그러게 주차를 똥처럼 했대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신이가 난 나를 발견한다.

참 나라는 사람,

여전히 똥 이란 단어를 매우 좋아하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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