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hmack Mar 11. 2021

길 위의 세 사람

October 7, 2020

길 위에서 생활 한 지 거의 일 년째다. 세살 나이에 우리집 어린이 만큼 수 많고 수많은 놀이터를 밟아본 애는 없을 거라 우리 부부는 종종 이야기한다. 차에서 생활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캠퍼’라고 부르지 않고 우리의 삶을 ‘벤 라이프’라고 칭하지도 않는다. 여러 곳에 가보는 것을 좋아해 시작한 것은 맞지만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를 마주하는데 마음이 쓰이고, 꼭 가봐야 하는 10곳! 이런 곳에 꼭 안 가봐도 되는 사람들이었기에 시작이 순조롭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길에서 놀이터만 만나는 것은 아니고 예상치 못한 순간들, 장면들,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그중에 사람들. 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게 왜 이곳을 선택했나 물으면 백이면 백. 첫 번째 이유는 ‘날씨’ 다. 삶의 환경을 바꿀수는 있으나 자연의 영역은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가 없기에 사람이 움직여 온화한 날씨를 찾아 떠나온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자의 99퍼센트는 햇볕이 간절히 필요한 곳의 사람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자국의 시스템’ 때문인데 아이들 교육 때문이랄지, 경제 구조, 의료 시스템 등등 다 통틀어서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한국 그 헬 조선처럼 그들도 그들의 나라로부터 벗어나고싶어 한다는 것. 한국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그 유럽의 사람들도 자신의 나라를 헬이라고 여기는 흥미로운 사실이랄까. 특히 엄마와 아이(들) 조합의 한 부모 가정을 많이 만나는데 특이점은 아빠와 아이(들) 경우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는 것.(왜 때문이죠?) 노르웨이, 스웨덴, 루마니아, 영국, 독일에서부터 차로 달리고 달려 아이들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기르고자 하는 맹모삼천지교의 마음이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은 것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그녀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고 어떤 순간에는 그 용기가 너무 샘이 날 정도로 부러웠다.(나는 항상 난 년이 되고 싶었던 사람으로서 그런가봉가지만 다른 쪽으로 난 년이 되라는 걸로) 아무튼 그렇다면 우리 가정은 왜 이 멀고 먼 길을 오게 됐는가인데, 처음 시작은 뭔가 굉장히 확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면 많은 경우들을 거치면서 지금은 약간 뭐랄까 딱 말할 수 없지만 적당한 균형을 잡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 여러 마을을 가보고 또 이미 그런 공동체를 이룬 곳도 둘러보면서 나오는 말은 와. 너무 극이다 극. 너어무 익스트림 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맞으면 저것이 완전 뒤틀리고 저것이 좋으면 이것이아니고. 안다. 어디 완벽한 합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균형 잡힐만한 여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데 그들이 보기에 우리도 그럴까 싶으면서 다시 한번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왜 나는 이런 배우자를 만나서 내가 알고 있었던 것들에 더해 더 자세히 많이 알게 되고 그것들에 동의가 안되면 되는데(안됐다면 부부가 되기 싶지 않았겠지) 너무 돼가지고 알게 된 것들에 마음이 쓰이고 쓰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지. 에까지 다다랐다. 아 피곤하다. 자야겠다 우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